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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엄브렐러 펀드, 빛 좋은 개살구?
[펀드] 엄브렐러 펀드, 빛 좋은 개살구?
  • 최상길 제로인 이사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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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많지만 설정액 미미… 투자과정 불편·판매직원 책임회피 등이 활성화 걸림돌 주가가 오를 것 같으면 주식을 샀다가 내릴 것 같으면 투자비율을 줄이는 행위를 자산배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자산배분의 권한이 펀드매니저에게 있는 펀드는 자산배분형 펀드,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펀드는 엄브렐러 펀드라 한다.
주식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1천여개가 넘는 기업과 거시경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엄브렐러 펀드는 거시경제에 대한 지식만 제대로 갖춘다면 굳이 개별기업 정보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편리함이 있다.
엄브렐러 펀드는 특히, 투자자에게 펀드매니저가 될 기회를 제공하는 재미있는 유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엄브렐러 펀드는 폭 넓은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펀드 수만 보면 엄브렐러 펀드는 제법 많아 보인다.
7월6일 현재 엄브렐러 펀드 수는 주식형 77개, 채권형 39개 등 모두 110개에 이른다.
그러나 그 설정금액은 주식형 4913억원, 채권형 515억원 등 모두 5428억원으로 펀드 수에 비해서는 미미한 편이다.
그나마 설정액이 100억원 이상인 주식형은 16개, 채권형은 1개에 불과하다.
왜 엄브렐러 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기본구조상 편리함보다 더 큰 실제 투자과정상 불편함과 펀드 판매직원들의 책임회피 성향인 것으로 보인다.
엄브렐러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주가지수 선물이 있다.
이 역시 주가등락 전망이 적중한다면 간단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
유사한 구조임에도 주가지수 선물은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반면 엄브렐러 펀드는 투자 펀드를 교체하기 위해 지점을 방문해야 한다.
물론 전산시스템이 잘 갖춰진 판매사의 경우는 인터넷 거래가 가능하지만, 많은 판매사들은 불편한 텔레뱅킹이나 방문거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엄브렐러 펀드에 이미 가입한 투자자들도 가입만 해놓고 펀드 교체는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의 90%를 넘는다고 한다.
영업직원들의 책임도 크다.
투신권 고객 대다수가 ‘알아서 해주세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엄브렐러 펀드를 팔게 되면 통상 직원들이 투자조언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직원이 잘못 조언해 손실을 보게 되면 그 책임은 판매직원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이를 팔지 않는 경향도 있다.
또다른 원인은 엄브렐러 펀드의 구성기준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주가지수 선물은 거래 타깃으로 삼을 ‘지수’가 있다.
그러나 엄브렐러를 구성하는 펀드 중에는 성장주, 가치주, 수출주 등 현실여건상 거래지표로 삼을 ‘지수’가 없는 유형도 많다.
또 어떤 펀드들은 운용지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어 ‘00관련주에 주로 투자한다’는 식이다.
운용내역을 봐도 실제 해당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지 알기도 쉽지 않다.
투신사들은 시황에 맞춰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에서 여러 유형의 펀드를 엄브렐러로 구성하고 있지만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아직 우리의 투자 환경 아래서는 KOSPI 인덱스형, KOSDAQ 인덱스형, 시가단기채권형, MMF 등 4가지 유형만 있으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엄브렐러 펀드의 효용성은 한 투신사의 ‘엄브렐러 모의 투자대회’에서도 입증됐다.
지난해 5월29일부터 8월19일까지 약 3개월 동안 개최된 이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은 27.7%, 참가자 502명 중 상위 100명의 평균 수익률은 12.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11.0%였던 것에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제대로만 가꿔간다면 유용한 상품이 될 엄브렐러 펀드가 여러가지 사유로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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