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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테크놀로지] 바이오센서/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자석
[바이오테크놀로지] 바이오센서/ 모래밭에서 바늘 찾는 자석
  • 허원 강원대 교수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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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물질 속에서 원하는 것만 측정… 고등생물 효소 쓰면 활용범위 무한대
당뇨병 환자들이 늘 체크하는 ‘혈당량’은 말 그대로 혈액에 존재하는 포도당의 농도를 말한다.
포도당의 농도는 마치 정밀한 기계에 공급되는 전기와 같다.
전압이 너무 높으면 기계에 무리가 가 그 기계가 망가지듯이, 높은 포도당 농도는 사람에게 여러가지 종류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반대로 전압이 너무 낮으면 기계가 동작을 하지 않듯이, 낮은 포도당 농도는 사람을 혼수상태로 빠뜨리거나 사망하게 하기도 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잘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정확하게 혈당을 측정해야 한다.
오줌으로 나오는 포도당은 그 유무를 화학적인 방법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지만,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혈액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물질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물질이 혼합되어 있는 가운데서도 포도당만을 선택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센서’의 장점이다.
혈당량을 측정하는 바이오센서는, 기본적으로 박테리아가 다른 물질들이 많이 섞여 있는 환경에서도 선택적으로 포도당을 찾아서 그것을 먹고 자라는 능력을 활용한 것이다.
큰 생물체들은 시각과 후각을 동원해 먹이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지만, 박테리아는 포도당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구분하는 것일까? 그것은 포도당 분자만을 골라 결합하고 화학반응이 일어나게 도와주는 효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바이오센서는 이처럼 특정한 물질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효소를 활용해 다른 물질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속에서도 원하는 물질만의 양을 알아내고자 할 때 사용한다.
모래밭에 떨어진 바늘을 찾을 때 일반적인 기기분석의 방법은 모래를 체로 걸러 찾아내는 것이라면, 바이오센서는 자석을 이용해 바늘을 찾아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생명체 기능 따라 다양한 센서 개발 박테리아의 세포에는 약 5천여종의 효소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들 효소는 각각 특정한 분자와 선택적으로 결합하거나 반응을 도와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등생물의 효소를 활용하면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센서는 혈액 속에 다양한 종류의 지방이 존재해도 콜레스테롤만 선택적으로 산화시키는 효소를 활용해 콜레스테롤의 양을 측정하는 ‘콜레스테롤 바이오센서’를 비롯해, 오줌으로 일부 나오는 여러 종류의 호르몬에서 임신과 관련된 호르몬과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사용해 만든 진단 시약 등이 있다.
효소보다는 좀더 복잡한 세포를 직접 사용함으로써 세포의 기능을 활용하는 바이오센서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독성 물질에 민감한 미생물을 투입해 수질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바이오센서는 이미 여러 종류가 개발돼 있다.
최근에는 코에서 후각 기능을 하는 세포를 여러가지로 배양한 뒤 냄새에 따라 각각의 세포가 다르게 반응하는 것을 전기신호로 변환시키는 인공 코를 개발하는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바이오센서는 기본적으로 생명체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생명체의 기능이 계속 더 밝혀질수록 더 다양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할 수 있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올 징조라든가 배가 난파하기 전에 쥐들이 자취를 감추고 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동물이 이동하는 현상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신비한 능력들은 과학적으로 그 메커니즘이 완전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자연에서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같은 기능의 원리를 밝혀내 그것을 지진이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로 개발할 수 있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것이다.
바이오센서가 생명체의 기능을 활용하는 원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래에는 이처럼 신비한 생명체의 기능을 흉내내는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다.
랩온어칩 센서, 생활용품에 적용 가능 바이오센서가 효소 혹은 세포 생명체의 기능을 활용해 개발됐다고 하나, 최종적으로는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의 양을 정량적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정량적인 측정을 위해서 생물학적 혹은 화학적 신호를 전기 신호나 광학 신호로 바꾸는 기능을 하는 ‘트랜서듀서’라고 부르는 부분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포도당 바이오센서는 포도당을 산화시키는 효소를 사용하므로 산소의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트랜스듀서를 사용한다.
이밖에 형광물질을 사용해 측정된 결과를, 형광물질이 내는 빛의 세기로 변환시키거나, 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금 입자 표면에 항체를 부착시켜 전기적 신호를 얻어내는 방법도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의 발전과 함께 미세가공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기술이 바이오센서에 접목되어 마치 실험실에서 하는 분석시험을 수 마이크로미터의 실리콘 칩 위에서 할 수 있도록 만든 바이오센서도 개발되고 있다.
이것을 ‘랩온어칩’(Lab-on-a-chip)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실리콘 칩 위에 극미량의 액체가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바이오센서와 트랜서듀서를 직접 연결시켜 극미량의 시료만으로 분석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것은 반도체처럼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부피도 작기 때문에 저렴하게 만들어 일회용으로 쓰게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바이오센서는 여러 물질이 혼합되어 있어도 측정하고자 하는 물질만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주로 의료용으로 사용돼왔다.
앞으로는 이것이 랩온어칩 형태로 개발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으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년 뒤에는 감기나 독감을 자가진단하거나 잔류농약의 존재 유무를 검사하는 데 쓸 수 있는 랩온어칩 형태의 바이오센서 하나쯤은 집집마다 비치하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바이오센서 아이디어 제품들 △ 당뇨병 환자들은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침으로 살을 찔러 피를 뽑아야 하기 때문에 그 고통이 매우 심하다. 그러나 채혈을 하지 않고도 혈당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개발됐다. 시그너스(Cygnus)라는 기업이 개발한 ‘글루코워치’라는 제품은 아주 약한 전류를 피부에 보내 기공이 열리게 한 다음 시계 밑에 장치돼 있는 바이오센서로 하여금 극미량의 혈당치를 시계판에 나타내도록 한다. 이것은 기존의 혈당측정 바이오센서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바이오센서가 소형화하면서 전자기술과 결합돼 만든 제품이다. 사진 - 시그너스사의 글루코워치 △여름철이면 저녁뉴스 시간에 식중독 사고가 자주 보도된다. 식중독 사고는 리스테리아, 살모넬라, O-157 대장균 같은, 귀에 익은 세균들에 의해 해마다 발생된다. 특히 대량급식이 많아지고 가공식품이 홍수를 이루는 오늘날은 식중독 균이 창궐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식중독 균을 일반적인 미생물학적 방법, 즉 배양으로 자라난 세균을 보고 확인하는 데는 적어도 이틀 이상 걸린다. 약 2시간 만에 식중독 균의 존재 유무를 판별하는 바이오센서를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서 개발했다. 사진 - 식중독균 바이오센서의 핵심 부품 △물고기가 헤엄칠 때 내는 미세한 전류를 측정해 하천의 오염정도와 독성물질 유입을 감시하는 바이오센서도 개발돼 있다. 미국 기업 BMI에서 개발해 1980년부터 사용하고 있는 이 바이오센서는 8종류의 물고기를 키우면서, 각 물고기의 활동 정도를 모니터링해 수질환경을 감시하는 장치다. 사진 - 수질감시용 바이오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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