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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음하는 지역경제, 비방은 없는가
[커버스토리] 신음하는 지역경제, 비방은 없는가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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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말잔치에 전지역 빈사상태… 일부 지자체의 주체적 노력이 한가닥 희망
“정리기업이나 화의업체 수가 인천이나 수원의 절반도 안 된다.
” 부산지법에서 화의를 전담하고 있는 한 부장판사는 이렇게 말한다.
언뜻 생각하기엔 부산 경제가 생기를 찾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이제 망할래야 망할 기업도 없다는 것이다.
부산뿐 아니라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방 대도시들이 비슷하게 가시밭길을 걸어가고 있다.


부산 중소기업협의회에 속한 기업들의 공장가동률은 80%에 이른다.
꽤나 높은 수치지만, 이 역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1997년의 IMF 구제금융 사태 이전에 2500개던 회원사가 지금은 1100개로 줄었기 때문이다.
지역경제는 우리나라 경제의 ‘블랙홀’이 된 지 오래다.
지역경제는 섬유나 신발 등 특정 업종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업종들에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과거 주력업종들이 이제는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고 있다.
그나마 지역경제의 버팀목 노릇을 하던 유통과 건설업마저도 IMF 이후로는 빈사상태에 빠져 있다.
99년과 지난해 상반기까지 온 나라를 휩쓸었던 정보기술(IT) 열풍도 ‘서울만의 잔치’였다.
지방 기업들은 ‘굴뚝기업’이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 쓰린 속을 다스려왔다.
중앙정부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숱한 지원책을 쏟아냈다.
지하철과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건설하면 사업비의 50%를 중앙정부가 지원한다는 등 굵직굵직한 방안도 있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공단을 세우면 지원하겠다, 창업보육센터를 건립하면 자금을 주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경제가 나아졌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계획들은 겉보기에 달콤했지만, 지역경제에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50% 자금 지원에 현혹돼 지하철 공사를 하겠다고 나선 지방자치단체들은 나머지 50%의 자금을 무리하게 마련하느라 빚더미에 올랐다.
마치 자를 대고 죽 선을 그은 다음 건설한 경부고속도로처럼, 지역개발 정책도 중앙정부에서 해당 지역의 산업적 특성이나 재정 자립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해 지방으로 하달했다.
30년 동안 진행돼온 ‘중앙정부 주도형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게 검증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의 밀라노 프로젝트, 광주의 광산업단지 건설, 인천의 물류기지화 정책 등은 눈길을 끈다.
이들에 대해서도 비록 안팎에서 이런저런 비판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당 지자체들의 주체적인 노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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