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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딴지의 ‘화끈한’ 변신
[포커스] 딴지의 ‘화끈한’ 변신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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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미디어그룹 지향… 강력한 커뮤니티 바탕으로 소비자 리포트 만들 것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자리잡은 대한통운의 세번째 창고 안. 단층 건물의 구조를 변경할 수 없어 층계 대신 놓은 미끄럼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사람들. 흡사 에 나오는 비밀 연구기지인양 어두침침한 창고 안에 빽빽이 놓인 책상들. 스탠드 불빛만 반짝이는 책상 앞에 앉아 태연히 일하는 사람들. 두주일에 한번씩 이 사회에 통렬한 딴지를 거는 웹진 딴지일보 www.ddanzi.com 의 특이한 사무실 내부는 지난해와 별반 다른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딴지일보는 지금 변하고 있다.
21세기 명랑사회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사회적으로 ‘엽기’란 단어를 일상화시켰던 딴지일보는 지난해 4월 법인을 설립하면서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종합 미디어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딴지일보는 그동안 재즈밴드인 ‘밴드 스파이로 자이라’의 내한공연을 기획하고, 오프라인 서적인 <딴지 스페셜>을 발간하는 등 간간이 수익사업에 손을 뻗치기는 했지만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달 전부터 시작한 e비즈니스 사업이 속도를 더하면서 딴지일보의 변신이 가시화하고 있다.
‘딴지표’ 인터넷 방송국 출범 딴지일보 변신의 첫단계는 다매체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부터 준비한 인터넷 방송국 ‘웹토이 방송’이 그 가운데 하나다.
1억4천만원을 투자한 자체 스튜디오에서 8월 초 첫 방송을 위한 막바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 웹토이 방송은 ‘혹세무민, 상열지사, 발본색원’이란 기치 아래 ‘성’을 주제로 한 다양한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다.
여기에 7월 말부터는 011, 016, 018 무선인터넷에 딴지일보 콘텐츠를 제공한다.
개인휴대단말기(PDA)에도 아이핸디고 서비스를 통해 딴지일보 콘텐츠를 공급한다.
무선 CP(콘텐츠 제공업체)로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수익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도 또하나의 변신이다.
현재 수익사업은 딴지점방과 인증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딴지일보 쇼핑몰인 딴지점방에서는 제휴 유통사가 공급하는 물건이나 딴지일보가 직접 기획한 제품을 판매한다.
다른 쇼핑몰과 차이가 있다면 점방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될 정도로 기획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점방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큼 딴지일보의 컨셉에 맞는 특이한 제품과 이벤트화한 상품만 판매한다.
지난 5월 말 점방의 첫 수익사업으로 시작했던 고우영의 디지털 삼국지 CD 판매는 딴지일보의 이런 전략이 잘 들어맞은 경우다.
“고우영의 <삼국지>를 콘텐츠로 선정한 것도 현재 20대에서 40대의 남자들이 딴지일보 주요 독자층의 97%라는 분석에 맞춘 것이다.
삼국지의 삭제된 원안을 복원하는 작업을 보여주면서 그 제작 당시의 검열 문제를 이야기했다.
또 딴지일보에 고우영의 삼국지에 대한 기획기사를 시리즈로 게재해, 자연스럽게 ‘무삭제 삼국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도록 했다.
이런 사전 작업 뒤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주문이 쇄도했다.
” 딴지일보 마케팅팀 김남훈씨는 철저한 기획에 따라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딴지점방의 방향이라고 이야기한다.
2만4천원짜리였던 삼국지 CD는 이달 중 2만장 판매를 달성해, 판매개시 후 약 두달간 4억8천만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사와 음식점 등으로 확대할 인증사업도 철저하게 딴지일보의 브랜드파워를 이용한 사업이다.
딴지일보가 가진 독특한 신뢰도와 이미지를 활용해, 엄선된 여행사와 음식점에만 인증을 부여할 계획이다.
“딴지일보가 가진 자산이라고는 ‘딴지일보’라는 브랜드뿐이다.
콘텐츠 자체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가장 어려운 영역으로 본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남들과의 차별점을 기반으로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딴지일보라는 브랜드에 기반한 전자상거래, 인증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 김어준 총수는 인터넷에 걸맞은 수익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변신들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딴지일보의 변신을 단순히 웹진의 수익찾기로만 볼 수는 없다.
딴지일보의 변신들은 모두 마니아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딴지점방이나 인증사업, 웹토이 방송은 모두 당장의 수익 외에 매니아 커뮤니티 구축도 목표로 한다.
모두 딴지가 추구하는 ‘각종 사회비리가 척결된 명랑사회 건설’이라는 대의에 이어지도록 기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다른 사이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반대다.
다른 사이트들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고자 한다면, 딴지일보는 수익을 내는 사업활동이 거꾸로 커뮤니티를 강화하도록 한다.
“인터넷 미디어는 단지 지면의 내용을 디지털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미디어와는 전혀 다른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커뮤니티다.
우리는 숫자만 방대한 커뮤니티가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5만에서 10만 규모의 강력한 커뮤니티를 목표로 한다.
” 그렇다면 이렇게 만들어진 커뮤니티로 딴지일보는 과연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걸까? 김 총수의 고민은 인터넷 미디어로서 딴지일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으로 이어진다.
“3년 전 딴지일보가 나왔을 때와 지금은 차이가 있다.
우리가 ‘엽기’를 부추긴 것은 주류·고급·기득권·상위문화가 가지는 거만함과 위선을 벗기고 위안을 받고자 하는 뜻에서였다.
이것은 유행을 타게 되었고 결국은 사회 전체적으로 변화를 주었다.
그렇다면 변화된 지금 우리가 이슈로 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딴지일보는 ‘소비자’와 ‘성’이라고 판단했다.
80년대의 ‘민중’, 90년대의 ‘시민’을 대체하는 개념은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뜻에서, 그리고 ‘성’에 대한 보수성이 중동 국가 정도의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 김 총수는 앞으로 펼쳐질 딴지일보의 주요 주제를 이렇게 설명하면서, 모든 사업은 이 두가지 문제를 풀어나가는 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화두는 여전히 소비자와 성 성에 대한 보수성을 문제삼는 것이 다분히 문화적인 차원이라면, 소비자 문제는 비즈니스적 차원이 강하다.
딴지일보는 앞으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소비자 리포트를 제작해 소비자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소비자 리포트는 소비자들이 제품의 질을 직접 비교해보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이런 소비자 리포트가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딴지일보는 미국에서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커뮤니티를 통해 추동해낼 수 있는 소비자 사업은 많다고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좋은 조건의 자동차보험을 찾아 함께 가입을 하기도 하고, 물건 값을 먼저 흥정해 싼 값으로 공동구매를 할 수도 있다.
딴지일보는 앞으로 이런 소비자 사업을 강화해 매체 영향력을 극대화한 다음 컨설팅 회사로까지 진출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역시 강력한 커뮤니티의 힘이기에, 모든 사업의 방향을 이것에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보기엔 딴지일보는 지금 수익 내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조선일보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한 이상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딴지일보가 수익을 내면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여느 인터넷 미디어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딴지일보가 단순한 유머사이트가 아니라 미디어로 자리잡게 한 힘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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