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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P2P' 삼총사의 의미있는 경쟁
[포커스] 'P2P' 삼총사의 의미있는 경쟁
  • 김상범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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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신기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닷컴의 화두, 모두가 P2P
‘P2P’ 삼총사가 뜨고 있다.
뜻은 제각각이지만 이름표는 똑같은 세가지 P2P가 인터넷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등장해 인기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를 안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냅스터가 대표주자이자 선구자
요즘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에게 현재 가장 인기있는 투자상품은 무엇일까.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P2P 기술이다.
넷스케이프의 공동 창업자인 마크 안드리센은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며 P2P 기술을 극찬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실리콘밸리의 최신 기술로 P2P에 주목했다.

P2P는 ‘Peer to Peer’의 영어식 준말. 우리말로 하면 ‘서로 들여다보기’쯤 될까. PC의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는 신기술치고는 은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P2P 기술로 인해 PC는 이제 개인용 컴퓨터에서 만인이 공유하는 서버로 격상될 기회를 맞았다.
P2P는 인터넷에 접속한 전세계 PC의 하드디스크를 검색해 바로 필요한 정보나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자신의 PC에도 누구나 와서 필요한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
이쯤 되면 떠오르는 사이트가 있을 것이다.
바로 ‘냅스터’다.
전세계 PC에 저장돼 있는 MP3 파일을 공유할 수 있게 한 냅스터는 P2P 기술의 대표주자이자 선구자이다.
P2P는 포털 사이트는 물론 전자상거래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야후와 같은 검색 사이트의 존재가 무색해지고 굳이 이베이를 통해 인터넷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유명 인터넷 사이트들이 거추장스런 중간상으로 몰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인프라서치, 칼레파네트워크, 센트라타 등 P2P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대일 맞춤 검색 서비스도 오케이 또다른 P2P는 분야별 전문가를 일대일로 연결시켜 주는 맞춤형 검색 서비스를 가리킨다.
미국과 유럽에서 최근 부쩍 주가를 올리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사람들을 엮어주는 전자상거래라는 뜻에서 ‘People to People’ 서비스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는 전세계인이 정보의 수요·공급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을 활용한 진정한 글로벌 비즈니스”라며 P2P의 잠재력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 P2P는 자신이 원하는 정보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정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목록을 간단한 이력과 함께 제시해주고 맘에 드는 전문가를 직접 연결시켜 준다.
거래수수료를 수익기반으로 삼는 이 서비스를 두고, 한 시장조사기관은 오는 2005년께 미국에서만 연간 67억달러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엑스프 exp.com, 인포마켓츠 infomarkets.com, 킨 keen.com, 애스크미 askme.com 등 상당수 P2P 사이트들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우노즈 woonoz.com, 독일의 엑스페르텐자이트 expertenseite.de 등이 인기몰이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엑스퍼트 xpert.co.kr, 애스크사이트 asksite.co.kr, 이하우 ehow.co.kr, 인포그루 infoguru.co.kr 등이 서비스중이다.
닷컴 ‘P2P’ 증명 못하면 퇴출 마지막 P2P는 닷컴 기업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그러나 영원한 숙제인 수익모델 찾기. 닷컴 기업들이 가장 신경써야 할 표어로써 등장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최근 닷컴 기업들이 새롭게 닥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해야 할 ‘게임의 법칙’ 5가지를 제시했는데 첫째가 바로 ‘수익성을 증명하라’는 것. B2B나 B2C 등의 단어에 집착하지 말고 P2P에 주목하라고 주문했다.
이때 P2P는 ‘수익성으로 가는 길’(path to profit)을 줄여 표현한 용어. 다른 P2P와 달리 수익모델 찾기로서의 P2P는 생존 자체로서의 의미를 안은 채 닷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P2P는 최근 등장한 삼총사 이전에 ‘개인 대 개인’(Person to Person) 사이의 전자상거래라는 넓은 의미로 사용돼왔다.
B2C, B2B의 상대 개념으로 등장했고, C2C(Customer to Customer)와 혼재돼 사용됐다.
이때의 P2P는 최근 삼총사와 구분해 ‘달타냥’쯤으로 불러도 될 것 같다.
용어 마케팅에 주목하라
누가 진짜 P2P인가. 진위를 가리자고 덤벼들 사람이 있을까. 그럴 의도가 없다면 한번 정보기술(IT) 업계의 용어 마케팅에 대해 생각해보자.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생소한 용어와 부딪치며 살고 있다.
ERP, DW, CRM, B2B, B2C, e비즈니스, e마켓플레이스…. 이런 용어들은 누가, 왜 만들어내는 것일까. 언론이나 학계에서 만들어 내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기술이나 서비스를 만든 기업이 사용하는 용어가 표준으로 자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표준어로 자리잡는 것이다.
기업들이 개념적인 설명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낸 용어를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인식시키는 경우도 꽤 많다.
그 개념에 부합하는 기술이나 제품에서 우위가 있다는 인식을 슬그머니 고객에게 심어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95년 ERP(전사적자원관리) 최대 업체인 SAP가 국내에 들어와 제일 처음 한 일은 ERP라는 용어의 전파였다.
알 듯 모를 듯한 설명으로 ERP라는 용어에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사람들을 유혹했다.
ERP는 기업정보화를 위한 종합관리 소프트웨어다.
당시 국내에서도 MIS(경영관리시스템)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기능의 제품을 판매하던 중소 개발업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상 같은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ERP에 비해 저급의 제품으로 취급받았다.
뒤늦게 국내 업체들도 한국형 ERP란 이름을 내세우며 새롭게 시작했지만 외국 기업의 용어 마케팅에 밀려나 ERP 분야에서는 영원한 후발주자가 되고 말았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대부분 미국기업이지만) 기업들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새로운 용어의 전파다.
특히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용어를 알리는 데 마케팅 전략을 집중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대체로 먹히곤 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던 사례도 있다.
96년경부터 국내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바이러스 백신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의 제품앞에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이란 수식어를 집요하게 같다 붙였다.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의 ‘V3’와 차별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백신’이란 시장을 만들어 놓은 안철수연구소를 제압하기 위해 ‘백신업체’로 함께 분류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백신을 안티바이러스로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용어마케팅에 실패한 외국 백신업체들은 엄청난 물량공세와 가격경쟁을 벌이고도 5년여가 지난 지금 안철수연구소의 굳건한 아성을 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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