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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지방 산업구조 조정은 천천히”
5. “지방 산업구조 조정은 천천히”
  • 인천 임채훈 기자
  • 승인 2001.07.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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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 의존에서 벗어나 지자체 권한 더 강화돼야… 난개발은 과도기적 현상
인천대학교 홍철(55) 총장은 국토개발연구원 수석연구원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 경제비서관, 건설교통부 차관보, 국토개발연구원장, 인천발전연구원장을 지내는 등 1980년대부터 정부기관에서 지역경제와 관련한 여러 정책들을 직접 입안했다.
그는 지금도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과 중국 청도시 경제고문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방의 산업구조 고도화는 거북이가 걷듯 천천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최근 몇년 동안 지방의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실행해왔다.
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여기저기서 불협화음도 나오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지방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거북이가 걷듯 천천히,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천을 보자. 인천은 국내 어떤 지자체보다 소규모 제조업체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이들을 한꺼번에 지식기반 업체로 바꾸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무리하게 업체들을 입주하는 것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못하다.
차라리 오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낫다.
그러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 기업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업은 중국으로 건너가거나 도태될 것이다.
이런 방법이 오히려 송도 지식정보산업단지를 성공시키는 것은 물론, 인천을 동북아의 물류기지로 자연스럽게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난 30년 동안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은 꾸준히 나왔다.
고개를 끄덕일 만큼 좋은 정책도 꽤 있었다.
하지만 지역경제 상황은 계속 나빠지기만 했다.
그동안 지방정부 스스로 권한을 갖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며 정책을 펴오는 데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는 외자를 유치할 만한 전문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중앙정부가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 것도 지역경제를 피폐하게 만든 중요한 원인이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의존하며 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예가 있는가. =각 지자체가 실시했던 지하철 사업이 좋은 예다.
중앙정부에서 먼저 나서서 지하철 공사 계획을 세웠다.
사업비의 50%까지 중앙에서 지원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1조원이 드는 공사비 가운데 5천억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떤 지자체가 안 나서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나머지 5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
중앙정부의 계획에 맞춰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충분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뛰어들어 지금은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있다.
이들이 5천억원으로 도시순환도로를 만들었다면 지하철 건설보다 훨씬 더 좋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중앙에서 미리 지방 지하철에 사업비의 50%를 지원한다고 계획을 짜놓고 지방은 거기에 맞추다 보니 이런 비극이 발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은 어떻게 구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각 지자체들 스스로 사업을 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너무 중앙정부에 의존을 하며 눈치를 봐왔다.
자율적으로 각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사업을 먼저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한발 물러서서 조언을 하는 입장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정부가 짠 프로그램을 사전에 철저히 평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후에 꼼꼼히 감사를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야 한다.
그러면 전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권한을 남용한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각 지자체들이 서로 벤처단지를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난개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물론 그런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완전한 지방자치로 나가기 위한 큰 흐름 속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중앙정부의 일부 관리들은 이런 부작용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권한을 중앙정부쪽으로 더 끌고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자체의 자율권을 더 강화하고 중앙정부는 사전평가와 사후감사에만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는 난개발 논란도 지자체의 권한이 강해서라기보다는 중앙정부의 사전평가 프로그램이 부족해서 벌어진 측면이 더 많다.
>그래도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을 펼 가능성이 더 많지 않은가. =임기제 시장이 있을 때와 비교해보자. 예전에는 시장의 임기가 길어야 일년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또한 그들은 고개를 아래로 숙이기보다는 출세를 위해 위만 바라보고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선거를 의식한 행정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방 주민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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