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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메인 금광 캐러가자"
1. "도메인 금광 캐러가자"
  • 오철우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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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꾼인가 사이버 독립군인가...도메이너들의 피말리는 사이버 열전
지난 2월 어느날 오후 5시께 대구에 사는 엄상식(29)씨에게 전자우편이 한통 배달됐다.
“당신 도메인 ‘emoney.com’이 팔렸다.
”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1월 초 세계 도메이너(도메인 수집·매매전문가)들 사이에 짜 하게 이름이 알려진 중국인 ‘윤예’를 제치고 emoney.com을 등록해 주목을 받았던 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한달 전쯤 도메인을 팔라는 제의를 받고 두차례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런 뒤 보름 전부터 엄씨가 운영하는 사이트의 서버에 해킹 시도가 무려 150~200차례나 이어지던 터였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는 당시 두달 가까이 날마다 도메인등록업체 서버를 들락거리면서 emoney.com이 안전한지를 살피고 해킹 방어에 나서고 있었다.
남의 도메인 도둑질 해킹까지 “도메인이 날아간 걸 안 순간 어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말그대로 날벼락이었죠. 즉시 ‘나는 팔지 않았다’는 답장을 보내고는, 등록업체인 네트워크솔루션에 접속해 등록정보를 다시 제대로 고쳐놓고 비밀번호를 바꾸고…, 행여 있을지 모를 또다른 해킹을 막느라 새벽 2시까지 컴퓨터 앞을 지켰죠.” 하지만 다음날 아침 6시30분께 설친 잠에서 깨어났을 때 emoney.com은 어처구니없게도 또다시 제3자의 소유로 바뀐 상태였다.
세계 도메이너들이 눈독을 들이던 emoney.com의 소유권이 하룻새 3차례나 왔다갔다하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엄씨는 자신이 받은 확인 전자우편을 증거로 등록기관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9일 만에 도메인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인터넷 도메인의 시장가치가 날로 커지면서 도메인 해킹도 과감해지고 있다.
도메인등록업체의 허술한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못먹는 감 찔러나보자’는 심사로 남의 도메인을 제3자 소유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두루넷이 60억원을 주고 사온 ‘korea.com’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 3월 도둑맞아 국내 인터넷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세계 도메이너들에게도 잘 알려진 엄씨는 도메인 해킹을 예방하기 위해선 “등록정보에 공개한 전자우편 외에 다른 전자우편 주소를 실제 연락처로 설정해두거나, 비밀번호나 암호 기능을 이용해 등록할 것”을 권하면서 “특히 매매 확정 전에 전자우편으로 재확인하는 ‘비포 업데이트’ 옵션을 반드시 선택해둬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도메이너들은 ‘대박 터지는’ 도메인을 남보다 먼저 차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얼굴없는 세계 경쟁자들과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부에선 ‘사재기꾼’이란 오명도, 일부에선 한국 도메인 자산을 키워가는 ‘사이버 독립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은 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신조어가 유행할 때마다 도메인 등록장에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 6월13일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일성(kimilsung) 김정일(kimjungil) 김책(kimchaek) 등 북한의 주요 인물은 물론, 아바이(abai) 에미나이(eminai)나 주체(jooche) 천리마(chollima) 빨치산(partizan) 피바다(pibada) 따위의 도메인이 쇄도했다.
7월4일은 일부 도메이너들에게는 ‘악몽의 날’로 기억된다.
정부의 국어 로마자표기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기존 표기법을 쓴 도메인들이 추락하고 새로운 표기법을 쓴 도메인들이 날개를 달았다.
정부 발표 직후 뜨거운 도메인 등록열전이 펼쳐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제주가 cheju에서 jeju로, 대구가 taegu에서 daegu로, 독도가 tokdo에서 dokdo로 바뀌어 새로운 자리를 차지했다.
도메인등록대행업체인 후이즈 www.whois.co.kr의 도메인등록 담당 윤원철(30) 대리는 “지난 6월 초엔 sexnporno.com 매매설이 언론에 크게 소개되면서 평소 3~4건에 머물던 sex 관련 도메인이 하루에 100여건씩 등록되기도 했다”며 “도메이너들은 언론 보도에 촌각을 다투며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속성을 지녔다”고 말한다.
도메인 ‘낙장’ 날엔 등록경쟁 불꽃 관리 소홀 등으로 등록업체에 사용료를 제때 내지 못해 등록이 취소된 이른바 ‘낙장 도메인’을 차지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낙장 도메인이 무더기로 떨어지는 날은 마치 오랜만에 열린 시골장터처럼 도메인 등록업체의 서버로 세계 각지의 도메이너들이 몰려든다.
언제 어떤 낙장 도메인이 떨어지는지를 미리 ‘꼬불쳐두었다가’ 그 날 그 시각에 일시에 몰려드는 것이다.
미국 개척시대의 ‘골드 러시’를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다.
미국 도메인등록업체인 네트워크솔루션이 낙장 도메인을 쏟아내는 저녁 7시30분(한국시각) 무렵엔 세계 도메이너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때때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한다.
네트워크솔루션은 최근 이렇게 전문 도메이너들의 사냥감이 돼온 낙장 도메인들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선언해 도메이너들과 관련 업체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도메이너 엄상식씨는 “최근까지 나와 윤예, 조시본드, OX90이란 이름의 도메이너가 4인방을 이뤄 낙장일에 쓸만한 도메인의 상당수를 싹쓸이하고 있다”며 “지금은 국내에서도 전문 도메이너가 50여명에 이를 정도”라고 말한다.
국내 최대의 드림위즈 도메인동호회 club.dreamwiz.com/domain 시삽 위형복(39·출판업)씨는 “낙장 도메인을 차지하는 건 0.1초, 아니 0.01초의 싸움”이라며 “도메인이 단순한 돈벌이 수단에서 인터넷 비즈니스의 필수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좋은 도메인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도메이너는 좋은 도메인을 확보하기 위해 갖가지 검색소프트웨어와 응용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쓰기도 한다.
도메인동호회 사이트엔 ‘도메인서치’ ‘도메인퀘스트’ 등 검색소프트웨어들이 자료실에 올라, 초보 도메이너들 사이에 널리 애용되고 있다.
“한국의 사이버 영토를 넓히자” 관심 커져 도메이너들은 요즘 할말이 많다.
도메인 등록을 일확천금이나 꿈꾸는 사재기 또는 사이버 부동산 투기쯤으로 몰아부치는 시선이 여전히 못마땅하다.
사실 한국은 도메인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나라다.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을 빼면 세계에서 닷컴 도메인을 가장 많이 소유한 나라가 한국이다.
지난 98년 10월 한 한국인이 엑손과 모빌의 기업합병 소식을 듣고는 재빨리 엑손모빌(exxonmobil.com, exxon-mobil.com) 도메인을 등록한 덕에 거액을 챙긴 일이 알려지면서 도메인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말엔 투기 목적으로 거액의 도메인을 사재기했다가 돈을 건지지 못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까지 일어나면서 도메인 투기가 사회문제화하기도 했다.
후이즈 마케팅담당 김명란(27) 대리는 “투기 목적으로 도메인을 무단점거하는 ‘사이버스쿼팅’은 사실 일부에 불과한데도 과대포장된 감이 크다”며 “분석 결과 80% 이상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도메인을 등록하고 있으며, 스쿼팅은 단지 5%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도메인은 국부”라는 인식도 퍼지고 있다.
드림위즈 도메인동호회 시삽 위형복씨는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기업들이 닷컴 도메인을 외국인들에게 빼앗겨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실정”이라며 “쓰레기 도메인을 쓰지 않으려면 인터넷 시대의 ‘도메인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좋은 도메인을 먼저 찾으려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요즘 도메이너들은 조만간 닥칠 ‘대회전’을 벼르고 있다.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가 올해 안에 일반최상위도메인(gTLD)의 종류를 넓혀 새로운 도메인 등록을 받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문 도메이너들은 물론 일반인들이 좋은 도메인을 차지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한바탕 대란이 불가피할 조짐이다.
고교생 도메이너인 염창훈(16·도메인동호회원)군은 “새로운 도메인 등록일이 다가올수록 돈이 되는 도메인을 차지하려는 전세계 도메이너들의 작전과 전략도 구체화할 것”이라며 “무분별하게 많은 도메인을 등록하는 것은 자칫 외화 낭비로 이어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좋은 도메인 vs 나쁜 도메인
어떤 게 좋은 도메인이고 무엇이 나쁜 도메인일까. <도메인을 잡아라>(위형복 지음, 청호 펴냄)와 도메인등록대행업체 후이즈가 추천하는 좋은 도메인과 나쁜 도메인의 조건을 간추려 소개한다.
●좋은 도메인 -누구나 아는 ‘수퍼 키워드’를 활용하라. 예를 들어 음악정보는 music.co.kr, 최저가격 정보는 lowest.co.kr를 쉽게 연상할 수 있다.
-될수록 짧게 지어라. 이름이 길면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다.
-창조된 이름이 아름답다.
ssissi.com은 신선함을 안겨주는 여성포털의 이름으로 어울린다.
-신조어를 재창조하라. ‘음악에 미친 네티즌’이란 뜻의 mutizen은 좋은 이름이다.
-한글 로마자 표기를 활용하라. batsal.com은 뱃살 많은 남성의 다이어트 사이트다.
-문장형 이름을 개발하라. 유명한 오락사이트 joy4you.com은 당신에게 즐거움을 준다.
-영문 이름은 복수형이 좋다.
korealine보다 korealines가 훨씬 국제적이다 ●나쁜 도메인 -제비 따라 강남 가기 식은 피하라. 남들 한다고 따라하다가는 아무것도 안된다.
-콩글리시 이름은 절대사절. ‘~pia’는 한국사람만 아는 뜻이다.
-영문 머릿글자만 딴 이름은 어렵다.
따로 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오히려 기관·단체를 상징하는 테마 단어가 더 좋을 때가 많다.
황금알을 낳은 도메인들 ●해외사례 -Business.com 750만달러 -AsSeenOnTv.com 500만달러 -Altavista.com 335만달러 -Loans.com 300만달러 -Autos.com 220만달러 -Express.com 200만달러 ●국내사례 -Korea.com 60억원 -Tax.co.kr 2억원 -Starcraft.co.kr 1억원 -Myjob.com 5400만원 -Eyedoctor.pe.kr 1천만원 -webii4.com 1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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