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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비트컴퓨터 조현정사장
[디지털리더] 비트컴퓨터 조현정사장
  • 유춘희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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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 벤처기업인의 '나눔의 미학'
불우한 과거 되새기며 성공의 과실 사회에 환원...교육사업, 장학재단등 설립
올해 초, 한 신문에 “벌었으면 남을 위해 쓰자”는 칼럼이 실렸다.
비트컴퓨터 조현정(43) 사장은 이 글을 읽으면서 속이 뜨거워졌다.
중학교도 다니지 못한 채 전파사 수리공으로 일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즘도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하는 청소년이 수두룩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 이제 나도 웬만큼 벌었으니 남을 위해 쓰자.” 그는 현금 20억원을 출연해 ‘조현정학술장학재단’을 만들었다.
그에게는 볼펜을 잡아야 할 손에 기름때를 묻혀야 했던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가세가 기울어 진학을 포기해야 했다.
스스로 ‘가방 끈이 짧다’고 하는 건 그 때문이다.
중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치고, 서울 용문고를 거쳐, 인하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갔다.
손재주 덕분에 연구기자재를 고쳐주거나 보조연구원으로 일하면서 학비를 면제받고 돈도 벌었다.
모은 돈 450만원으로 대학 3학년 때 비트컴퓨터를 세웠다.
실험실 벤처의 원조인 셈이다.
돈 많은 의사를 공략해보자 조현정 사장을 보면 ‘작은 거인’이 떠오른다.
165㎝ 남짓한 키에 아이처럼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맑은 얼굴. 그러나 그 속에서 나오는 사업에 대한 열정은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
1980년대에 소프트웨어는 컴퓨터를 사면 ‘끼워주는 디스켓 몇장’으로 인식됐다.
당시 대표적 벤처기업이었던 큐닉스나 삼보는 하드웨어 업체였다.
소프트웨어 사업은 서비스 업종으로 분류돼 은행에서 대출도 안 해줬다.
왜 이런 어려운 사업을 시작했을까. “소프트웨어, 그것도 의료쪽에서 쓰이는 소프트웨어니까, 지식 수준이 높은 의사들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인정해줄 것으로 믿었죠, 돈도 많으니 제값을 주고 살 것이라 생각했지요.” 비트컴퓨터는 처음 개발한 의료보험 청구 프로그램으로 창업 첫해 5천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의 사업 17년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의 벽을 깨는 작업이었다.
사회 분위기가 정말 변한 걸까. 비트컴퓨터는 어느 알짜기업에도 뒤지지 않는 매출과 순익을 자랑한다.
“성적표요? 지난해 매출 164억원에 경상이익 20억원, 당기순익 31억6천만원을 올렸습니다.
올 상반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억원이나 늘어난 160억원을 이미 달성했고요. 올해 매출목표를 236억원으로 잡았는데, 얼마나 더 늘려잡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런 걸 행복한 고민이라고 하나요?” 프로그래머 사관학교 총장 비트컴퓨터의 사업영역은 의료정보 사업과 인터넷·인트라넷 사업, 교육사업 크게 세가지.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만 150종이 넘는다.
간판 상품인 처방전전달시스템(OCS)과 병원정보관리시스템(HIS), 의원관리프로그램,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이 있고, 성형외과 가상시술 시뮬레이터는 일본과 브라질에도 나가 있다.
요즘 심혈을 기울이는 사업은 처방전을 병원에서 약국으로 통신망으로 전달하는 ‘처방전 EDI’(전자적데이터교환) 사업과, 의약품 주문에서 대금 결제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약국이 제약회사와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B2B 사업이다.
이를 위해 SK글로벌과 ‘캐어베스트’라는 합작회사도 만들었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공급을 ASP 형태로 바꿨다.
50만원 하던 패키지를 월 2만원만 내고 쓰도록 한 것이라 매출에 지장은 있지만, “시대의 대세라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의약분업 시대엔 병원과 약국을 잇는 연결고리가 필요합니다.
처리과정이 빨라져야 하고 처방전 분실 등의 문제가 없어야지요. 의약분업이 조금 늦어져 사업이 늦춰진다 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현재 매출구조에서 의료용 소프트웨어와 솔루션 판매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죠. 아무튼 의약분업은 우리에게 큰 기회입니다.
” 그의 말투는 항상 자신감에 넘친다.
비트컴퓨터 교육센터는 10년째 3600여명을 길러낸 ‘프로그래머 사관학교’다.
지난달 80명을 뽑는데 420명이 지원했고 74명만 입학을 허용했다.
여섯자리는 빈자리로 남겨뒀다.
“면접 과정에서 벤처정신으로 고생할 각오가 없는 사람은 털어냅니다.
정원도 다 안 채우고 수시로 최신 컴퓨터를 들여놓아야 하기 때문에 만년 적자입니다.
기술도 나눠야 발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 교육과정에서 나오는 성과물은 공개하는 걸 원칙으로 하는데, 지금까지 400여건의 프로젝트가 발표돼 60건이 상용화됐다.
취업률은 100%. 대기업은 ‘모셔가고’ 졸업생은 ‘골라간다.
“절대 초심을 잃지 마십시오” 조현정 사장은 벤처기업 CEO로는 보기 드물게 사회사업가라는 이미지를 풍긴다.
돈도 안 되는 교육사업 10년째, 장학재단 설립, 모교에 장학금 기부, 의료 관련 교수에게 연구비 지급 등…. 일반인이 알기 힘든 병원 대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탓에 이런 식의 이미지 구축은 그의 브랜드를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뜻하지 않았다 해도 결국 기업의 신뢰도를 높였고, 나눔을 지향하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철도청과 함께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 건설에 참여한 걸 두고 하는 소리다.
조 사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열변을 토한다.
“벤처빌딩을 짓겠다고 서울시에 제안했더니 왕십리역 건립회사가 찾아와 요청을 했어요. 포화 상태의 강남을 벗어날 수 있고, 철도 5개 노선이 만나 여건도 좋아요. 인큐베이팅 사업이 투기라면 후배들을 지원할 장소는 어디에 누가 만들어줍니까.” ‘비트 컴플렉스’는 의료정보와 인터넷, 철도 아이템을 중심으로 120개 업체에 직접 투자하거나 무상입주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고참 벤처기업인 답게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일종의 충고다.
“좋은 제품을 만들겠다, 고객 만족과 직원 복지를 최우선시 하겠다, 투자자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 누구나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래요. 하지만 수중에 돈 좀 들어오면, 아니 돈이라도 벌었으면 좀 나아요, 투자받은 돈으로 쓸 궁리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스카우트할 때 고임금을 주고, 화려한 인테리어로 사무실을 치장하고, 좋은 자동차로 바꾸고,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처음 시작할 때 그 마음 그대로 나아가라는 것이다.
프로필
경력 : 57년 8월 경남 김해 출생. 서울 용문고,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업. 연세대 보건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수료. 83년 비트컴퓨터 설립. 현재 한국벤처기업협회 이사, 대한의료정보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인하대 강사 ● 성격 :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을 갖고 산다.
별명 : 외계인. 여러 일을 동시에 추진하는 ‘멀티태스킹’ 성격이면서도 일의 집중력이 높고 희한하게 스트레스 없이 산다.
여름에 더위를 안 타고 겨울엔 추위도 덜 탄다.
중용하는 직원 : 토끼나 양처럼 온순하고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싫다.
차라리 여우와 늑대 스타일이 좋다.
휴일 보내기 : 영화나 비디오 한두편을 꼭 보면서 집에서 푹 쉰다.
담배와 술 : 담배는 절대 사절(장학금 수혜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술은 양주 스트레이트 3잔, 노래하면서 마시면 곱빼기. ● 가족 관계 : 치과의사인 신현미(41)씨와 사이에 아들만 셋. 딸을 갖고 싶어 시도한 늦둥이가 또 아들(2)이다.
최근 현안에 대한 몇가지 코멘트
● “우리 지분이 메디다스에 투자돼 있는 것만 갖고 기자가 확인 없이 쓴 창작이다.
두 회사는 매우 우호적이고 업무도 협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비트컴퓨터와 메디다스의 합병설에 대해 ● “인터넷 강국의 잣대는 사용인구가 아니라 세계인이 사용할 쓸 만한 사이트가 있느냐에 달렸다.
그런 사명감으로 만든 인터넷 서비스다.
인터넷 명함 서비스 www.e-nc.net 사업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 “갑자기 돈방석에 앉은 벤처기업 사장들이 외제차를 탄다, 룸살롱을 드나든다, 첩을 두고 있다는 등 부정적 시각이 많았어요.” 장학재단을 만든 이유 중 하나를 들며 ● “모르시는 말씀. 의료와 IT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 성장하는 산업이다.
우리는 그것을 둘 다 하고 있다.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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