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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정보통신] 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 유춘희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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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PP 서비스, 공과금 납부 온라인으로 '척척'...과금업체와 벤처기업 참여 잇따라
가스요금, 전기요금, 휴대전화 요금, 신용카드 대금, 신문 구독료, 텔레비전 시청료, 피시통신 사용료, 아파트 관리비, 자동차 보험료, 그리고 각종 세금….
우리네 가정에 매달 날아드는 고지서는 적게는 5종, 많으면 10종이 넘는다.
냉장고 문은 덕지덕지 붙여놓은 갖가지 고지서와 영수증으로 어지럽다.
납부기한을 지키지 못해 가산금을 무는 경우도 허다하고, 고지서나 영수증을 잃어버려 낭패를 보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일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전자메일로 고지서를 받아보고, 인터넷을 통해 돈을 지불하면, 즉석에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는 ‘EBPP’(Electronic Bill Presentment & Payment) 서비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요금을 청구한 쪽에는 비용을 덜어주고, 요금을 내는 쪽에는 편리함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고지서 발송 없애면 연 3000억원 절감 과금업체가 고지서를 발행해 고객에게 우편으로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건당 500원이다.
하지만 EBPP 시스템을 이용하면 그 비용을 100원대까지 낮출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연간 발행되는 고지서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통신업체를 통틀어 15억장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당 300원씩만 잡아도 연 4500억원이 든다.
하지만 EBPP 서비스를 활용하면 연 1500억원에 불과하다.
한 해에 3천억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고객은 일부러 짬을 내 금융기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EBPP 서비스를 통해 집이나 사무실에서 아무 때나 청구내역을 조회하고, 대금을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EBPP 서비스업체들이 이를 활용하는 고객에게 공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혜택이 더욱 커진다.
지로수수료(40~120원)도 낼 필요가 없다.
인터넷 요금 정보를 통해 지출과 수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메일로 청구서와 영수증을 받고 자동 보관하면 분실하거나 훼손할 염려도 없다.
현재 국내에서 EBPP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지로청구서를 발행하는 금융결제원을 필두로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처럼 과금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유형이 있다.
한국인터넷빌링과 네오빌, 톰제 등은 청구·납부업체의 요청으로 EBPP 서비스를 대행한다.
지불(Payment)을 뺀 EBP 서비스만 제공하는 업체도 꽤 많다.
카드회사, 은행, 통신업체, 전자메일 마케팅업체 등이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EBP 서비스업체는 회원들에게 전자메일로 청구서를 보내거나, 특정 사이트에 들어가 청구내역을 열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에 전자지불 솔루션만 접목하면 지불까지 원스톱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EBPP 서비스업체는 수십군데로 늘어난다.
금융결제원·한국통신·데이콤 등 직접 서비스 지난 3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EBPP 서비스를 시작한 금융결제원은 12개 은행과 함께 www.giro.or.kr를 열었다.
은행연합체라는 신뢰성과 그동안 은행공동망을 유지하며 쌓은 전산 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현재 배포돼 있는 3만여개의 지로번호 가운데 10% 정도를 고객으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데이콤은 지난 5월 통신업체 중에서는 제일 먼저 마이빌서비스 www.mybill.net를 시작했다.
정보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천리안 가입자 300만명을 대상으로 영업에 나섰는데, 데이콤 시외전화와 002 국제전화 사용자를 주 타깃으로 겨냥했다.
올해 안에 10만명의 개인가입자를 유치해 월 2500만원의 청구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2200만명의 유선전화 가입자를 고객으로 갖고 있는 한국통신은 한국통신프리텔, 하이텔, 국민·삼성카드, 외환·조흥·한미은행과 제휴를 맺고 9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유선전화 가입자, 016과 018 이동전화 가입자, 하이텔 가입자가 1차 공략 대상이다.
데이터베이스만 6천만명 이상이어서 가장 막강한 예비고객을 확보한 셈이다.
미래산업과 그 자회사인 소프트포럼, 주택·신한은행, 조이닷컴 5개사가 공동출자해 만든 네오빌 www.neobill.co.kr도 곧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재 SK텔레콤, BC카드, 한국전력 등과 서비스 대행을 추진하고 있다.
주택·신한은행, 농협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완결 단계에 있다.
인터넷 보안과 전자지불 전문업체인 이니시스가 투자한 한국인터넷빌링 www.hanbil.com도 한국전력, 서울도시가스, 대구도시가스와 제휴해 이달 초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청구·조회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는 지불 서비스를 접목할 계획이다.
EBPP 시장에 뛰어든 벤처기업 가운데 톰제 www.tomje.com가 눈에 띈다.
10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는데, 인터넷 고지서 수신 확인과 발송 고지서와 광고를 연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 출원했다.
건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대신, 일정한 간격으로 나가는 각종 대금청구서를 기관별로 한꺼번에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광통신기간망 사업자인 지앤지네트웍스가 나이스카드정보, 신원정보기술, 브레인러시아시아, 모어댄뱅크 4개사와 제휴해 EBPP 사업을 전담할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팍스넷도 팍스머니 www.paxmoney.com라는 전용 사이트를 개설하고, 9월 중 한미은행 등과 제휴해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이다.
2~3개 대형 사업자로 압축될 가능성 EBPP 서비스 사업자가 많으면 과금업체 입장에서는 경쟁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업체를 고를 수 있어 유리하다.
그러나 고객 처지에서는 오히려 불편해진다.
사업자들이 은행이나 기관을 제휴업체로 확보하려고 경쟁할수록, 개인은 서비스를 한곳에서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대금은 ○○사에서, 전기요금은 ○○사를 통해, 이동전화 요금은 ○○에서 청구받고 지불해야 한다.
EBPP 서비스업체는 청구서 발송과 지불이 이뤄질 때마다 청구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얻는다.
따라서 얼마나 많은 과금업체가 참여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가 판가름난다.
고지서에 광고를 싣거나 홍보성 메일을 날리는 따위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수입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어찌됐든 데이터베이스를 많이 확보할수록 매출이 늘어난다.
결국 대형 회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과당경쟁에 따른 중복투자 우려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비스업체끼리 시장영역을 구분해 고객이 어느 서비스에 가입하든 모든 청구서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 편의를 우선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가장 많은 과금업체를 확보한 2~3개 업체를 중심으로 사업자가 통폐합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공기관이나 기간통신 사업자가 이 서비스에 나서는 것에 대한 비판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처럼 이미 막강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사업자가 데이터베이스를 좌지우지할 경우 대행 서비스업체는 설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SK텔레콤과 한국전력도 별도의 EBPP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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