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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교육용 컴퓨터
[IT타임머신] 교육용 컴퓨터
  • 유춘희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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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이제부터 교육용입니다?
우리나라 학교의 컴퓨터 교육실태를 보여주는 좋은 자료가 하나 있다.
1988년 말, 문교부의 ‘각급 학교 교육용 컴퓨터 보급실태’에 따르면, 국민학교당 서울 16.8대, 부산 8.3대, 대구 7.1대, 인천 9.7대, 광주는 4.1대의 컴퓨터를 보유했다.
나머지 충남 충북 전북 경북 제주 강원 등은 1대에 머물렀다.
선생님 것만 있고 학생 것은 없었나? 아니면 그 반대인가? 누가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다.


89년 6월 당시 문교부는 8비트냐 16비트냐를 놓고 논란을 거듭하던 학교 교육용 컴퓨터 기종을 16비트로 최종 결정했다.
8비트를 교육용 컴퓨터로 결정한 지 6개월 만의 대혁명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예산문제를 체신부가 해결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국전기통신공사의 예산 가운데 공중전화 낙전 수입 일부를 국민학교 컴퓨터 보급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체신부는 국민학교 컴퓨터 보급은 교육 목적도 있지만 2000년대 1가구 1단말기로, 또 국가기간전산망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들어 16비트 컴퓨터를 제안했다.
90년에 체신부가 낙전 수입으로 제공한 예산은 80억원. 이 돈으로 749개 국민학교에 1만5983대의 XT 컴퓨터를 보급하기에 이른다.
체신부의 지원말고 16비트로 선회한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다.
교육용 컴퓨터를 8비트로 결정할 당시 16비트의 가격은 최고 150만원으로 8비트의 50만원에 비해 3배나 비쌌다.
그러던 것이 89년 3월 새학기쯤부터 가격이 80만원대로 떨어져 8비트와 가격 차이를 좁혔다.
물론 이것은 16비트 XT 가격이다.
AT 가격은 놀라지 마시라. 사양에 따라 조금 달랐지만 200만~300만원 사이였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89년 여름, 현대전자가 슈퍼-286C라는 AT 제품을 업계 평균가격의 절반인 92만원에 내놓아 저가경쟁에 불을 댕겼다.
처리속도가 8MHz에 불과하고, 하드디스크가 없으며, 슬롯도 적었지만, 대리점망을 갖춘 회사가 이런 가격을 제시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대우는 즉각 아이큐 시리즈로 맞불을 놓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금성사는 값을 100만원 이하로 내리려면 기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며, 그런 컴퓨터는 AT 자격이 없는 ‘더미’(멍청이) 제품이라고 비아냥댔다.
삼보컴퓨터는 가격과 사양별로 모델을 나눠 시장에 대응했다.
젬파워E, 젬파워J, 젬파워V 세가지가 그것인데, E는 엘리트, J는 주니어, V는 빅토리를 의미했다.
교육용 컴퓨터 가운데 최초로 통신용 시리얼 포트를 내장했고, 한글 MS-DOS, GW-베이직, TG-Edit, 보석글Ⅱ, 그리고 중학교 1, 2, 3학년 수학과 2, 3학년 영어 교과서를 컴퓨터화해 공짜로 줬다.
젬파워V는 교육용 XT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이 다른 제품에 비해 20만~30만원 비싸 그리 잘 나간 제품은 아니었다.
XT는 학생용, AT는 회사원용
89년부터 중학교에서 컴퓨터 교육이 시작됐다.
90년부터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의무(?)교육이 시작됐다.
그러나 학교 컴퓨터 교육은 컴퓨터업체들이 광고에서 떠들어대던 것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한 교과목 또는 교과목 가운데 한 단원으로 편성됐을 뿐이었다.
그래도 업계의 잇속은 이 시장을 놓칠 수 없었다.
업무용 컴퓨터 광고가 갑자기 교육용으로 바뀔 정도였다.
좌우지간, 기업에서만 쓰는 줄 알았던 컴퓨터가 공부방으로 들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줄 만하다.
당시 가장 많이 팔린 교육용 컴퓨터 기종은 대우전자의 아이큐슈퍼, 현대전자의 슈퍼-16, 삼보컴퓨터의 젬파워 시리즈였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SPC, 금성사의 파트너, 대우통신의 프로엘리트, 큐닉스의 옴니스테이션이 뒤를 잇는다.
이 잘 나가던 컴퓨터업체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뿐이다.
대우전자는 PC 사업을 계열사인 대우통신에 넘겼고, 그 대우통신은 지금 워크아웃중이다.
큐닉스는 IMF 여파로 파산했고, 현대전자는 PC사업을 접고 사업본부 인력을 분사해 모델명이던 ‘멀티캡’이라는 회사로 떼어냈다.
금성사는 IBM과 합작회사인 LG-IBM PC로 간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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