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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CEO해부] 한글과컴퓨터 전하진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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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피스는 포스트 PC 시대의 힘
* 전하진 1958년 출생 1977년 서라벌고등학교 졸업 1984년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 졸업 1996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경영학 석사) 1984년 금성사 컴퓨터사업부(시스템 엔지니어) 1988년 픽셀시스템 창업 1994년 (주)레가시 설립 1997년 (주)지오이월드 설립 1997년 7월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이경전:메디슨의 지분 매각 문제가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전하진:메디슨도 우리에게 부탁한 상황이어서 전략적으로 힘이 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원칙이라면 해외 업체보다는 국내 업체를, 온라인 기업보다는 오프라인 업체를 했으면 합니다.
한컴이 구축하려는 e마켓플레이스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면 좋겠죠. 오프라인 업체는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할 쪽이고, 온라인 업체는 함께 만들어갈 쪽이니까, 온라인 기업이라도 상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마켓플레이스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구상하고 계신 겁니까. 전하진:기존 시장처럼 고객이 와서 상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먼저 상점에 고객을 찾아주자는 겁니다.
경영학 용어로 ‘서칭 코스트’라는 것이 있나요? 바로 그 서칭 코스트를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는 대답이 e마켓플레이스라고 봅니다.
네띠앙이나 하늘사랑이 갖고 있는 회원정보와 ‘예카’라는 서칭 엔진으로 이런 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경전:구매자보다는 판매자를 중심으로 한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결국 인포미디어리 모델인데 예카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들립니다.
전하진:예카에 소속된 컨설턴트나 엔지니어들은 제임스마틴이나 오라클 같은 데서 온 전문가들로, 데이터베이스마케팅(DBM)이나 고객관계관리(CRM)쪽에 노하우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프라인의 CRM, DBM과 온라인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요.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은 너무 패셔너블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CRM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데이터베이스를 정제하지 않고, 사실 처음부터 기본개념없이 회원 유치에만 급급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급했죠. 하겠다고 큰 소리는 쳤지,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겠다고 하지…. 그런데 막상 열어보니 데이터베이스가 만만한 구조가 아니더라구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데 그걸 몇달 안에 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었습니다.
이제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조금씩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경전:예카나 인티즌 같은 허브 사이트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고객 중심의 통합이라기보다 사업자 중심의 통합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예컨대 예카는 한컴 관련사들의 연합 사이트적 성격이 강하고, 인티즌은 KTB네트워크의 연합체라는 성격이 강하죠. 고객들에게 무엇을 줄까보다 우리끼리 한번 연합해보자는 식으로 뭉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하진:실수한 것이 하나 있는데 예카의 본질을 잘못 알렸다는 거죠. 원래 예카는 앞단에서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뒷단에서 엔진의 역할만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 엔진은 모든 사이트에서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많은 사이트들이 참여하겠다고 한 거죠. 그것이 마치 허브 사이트인 것처럼 비쳐졌습니다.
결국 허브 사이트가 삐그덕거린다는 얘기가 나오면 예카도 첫 손가락에 꼽히게 됐고, 일반 고객들도 실망하는 것 같습니다.
예카는 인터넷 비즈니스를 도와주는 엔진의 역할입니다.
앞으로 1, 2년 시간을 가져가며 학습하고 구축해야 진정한 힘이 나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차근차근 오해를 풀어가야죠. 이경전:예카는 여러 사이트의 회원 데이터베이스를 크로스 체킹하게 될 텐데 걸림돌은 없나요. 전하진:우리나라 정보보호법상 타사의 데이터베이스를 건드리는 데 제약이 있습니다.
이게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본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는 외부에서 가공할 수 없거든요. 예를 들어 네띠앙 고객을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빼고 나이, 성별, 행동특성 등만 갖고 분석할 수는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본인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을 확대해석하면 다 걸리게 됩니다.
그래서 예카가 함부로 손을 못대는 것도 있습니다.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이경전:최근 한컴의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하진:동반하락 아닌가요. 최근 일이라면 한글 차기버전인 ‘워디안’ 출시가 미뤄졌고, 예카도 처음 생각처럼 안되고 그런 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별로 없군요. 저는 인터넷 기업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지금은 여전히 기대가치에 의존해야 하는 시점 아닌가요. 무엇보다 e비즈니스가 제대로 된 시점에서 평가를 해야 할 겁니다.
구조적으로 앞쪽에 e마켓플레이스가 있으면 뒤쪽에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서비스 회사가 됐든 제조업체가 됐든 말이죠. 지금은 쇼핑몰에서 주문을 받으면 사람이 포장해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식이죠. 앞은 8차선이고 뒤는 비포장도로인 구조에서, 앞의 e마켓플레이스인 인터넷 기업들에게 왜 수익이 없냐고 하는 것은 어불설성 아닌가요. 지금은 인터넷 기업들도 인프라 구축하는 단계라고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이경전:한컴은 언론 발표가 지나치게 많고 주가관리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그런 것을 두고 스톡옵션을 받은 사장들의 일반적인 행태가 아니냐는 얘기도 하는데. 전하진:제 스톡옵션 시행시점이 내년 하반기입니다.
지금 저한테는 민감한 부분이 아니지요. 한컴이 벌이고 있는 사업단위가 많다 보니 홍보의 빈도수가 많은 것일 뿐입니다.
사실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주가 올랐다고 칭찬받고, 내일 주가 떨어졌다고 욕먹고, 이래가지고야 어떻게 일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주주들한테도 게시판을 통해 ‘내가 잘하고 못하고는 1년 전의 주가와 1년 후의 주가를 가지고 비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지금은 여유가 생겼습니다.
부담은 항상 있지만 두드려맞더라도 차근차근 가자고 생각합니다.
이경전:한컴의 비전이 한글에서 인터넷까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회사면 소프트웨어, 인터넷 회사면 인터넷 어느 것 하나만을 확실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와 인터넷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전하진:포스트 PC 시대에 가장 중심이 되는 인프라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것을 저희가 서비스하는 ‘넷피스’라고 봅니다.
PC를 켜면 워드프로세서가 중심이 됐듯이 이제 PC를 켜면 넷피스가 중심이 돼 거기서 기본적인 사무공간이 만들어지고, 비즈니스 공간이 만들어지고, 더 확장돼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그런 형태로 넷피스를 포지셔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넷피스에 UMS, 개인정보 관리, 오피스 프로그램 등의 소프트웨어를 계속 붙이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기업은 몇 안되죠. 한컴이 제일 내세울 수 있는 무기입니다.
한글 워디안 개발이 1차적으로 끝나면, 그 인력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음 세대의 넷피스, 모바일 오피스웨어 이런 쪽으로 투입될 겁니다.
한컴만이 갖고 있는 유일한 테크놀로지이고, 아시아 지역을 봐서도 상당히 경쟁력을 갖고 접근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경전:넷피스는 개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ASP(소프트웨어 임대사업)라고 정의할 수 있겠는데요, 개념은 훌륭하지만 B2C 기반의 ASP는 시기상조 아닐까요. 전하진:저도 노트북을 들고 출장을 많이 다니는 편이니까 아직은 넷피스를 지원할 만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최소한 호텔에 비즈니스센터가 없어지고 방에서 웹TV나 PC가 연결되는 그런 때가 되어야겠지요. 그런 시절이 반드시 온다는 가정 하에 하는 겁니다.
그때가 왔을 때 그동안 해왔던 노하우가 굉장히 중요하겠죠. 이경전:홀딩컴퍼니로서 한컴을 얘기해보죠. 굉장히 많은 회사를 거느리고 계신데 어떻게 관계하고 있습니까. 전하진:홀딩컴퍼니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포지셔닝이 안 돼 있어요. 저희는 메인 비즈니스를 9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아래아한글’까지 하면 10개군요. 그 10개 중에서 e마켓플레이스를 위한 핵심요소를 꼽아본다면 네띠앙, 하늘사랑, 넷피스, 예카, 예카스테이션 등입니다.
마켓플레이스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긴밀히 밀착된 부분이죠. 브이아이피스톡, 예카투어는 이 마켓플레이스를 활용하는 부분이고, 신프라나 리눅스는 테크놀로지 부분이구요. 저희는 이 10개 부분을 ‘코어 비즈니스 유닛’(CBU)이라고 부릅니다.
한달에 한번씩 CBU장 모임을 열죠. 개인적으로는 중심이 되는 마켓플레이스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네띠앙, 하늘사랑은 별도의 법인이고 넷피스, 예카는 한컴의 사업부로 있죠. 이경전:한컴의 직원들을 만나보면 우수하긴 한데 들썩들썩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력이 많이 빠져나갔나요. 전하진:1, 2년 전에는 꽤 선진적인 인사조직, 평가 시스템을 운영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보니 많이 약해졌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인재기획실을 신설해 조직관리의 새로운 틀을 짜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개성과 가치가 형평성 문제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들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력유출이 좀 있었는데 한컴 직원들이 엄청난 스카웃 대상이거든요. 저는 직장을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입장을 존중합니다.
안에 있으면 우리 편이고 밖에 있으면 남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한컴의 풀(Pool)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장기적인 계획 하에 움직여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눈앞의 현금에 솔깃해 움직이지 말고 프로로서 자기관리를 하자는 말이죠. 이경전:인터넷 기업이라면 대표 사이트를 중심으로 전체 경영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한컴은 그런 대표 사이트가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네띠앙, 하늘사랑과의 합병논의도 나온 것 같은데요. 전하진:유기적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갖춰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소홀했죠. 어차피 각 요소들이 잘 묶여야 e마켓플레이스가 될 텐데 잘 안되고 있었습니다.
하늘사랑이나 네띠앙이나 커뮤니티라고 하지만 커뮤니티는 한계가 있어요. 좀더 깊이 있는 관점에서 보면 마켓플레이스로 가야 합니다.
각자 별도로 하지 말자고 해서 예카를 띄운 겁니다.
온라인만 갖고는 파워가 약해지니까 피시방을 활용하기 위해 예카스테이션도 준비한 것이구요. 이런 것들이 이제는 통합의 필요성이 커진 거죠. 몇달 전부터 서로 만나 협의해왔습니다.
저는 이게 붙어서 돌아간다면 아시아에서 대적할 만한 회사가 없다고 믿습니다.
가능하면 올해 안에 전체적인 규모의 무엇인가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합병도 그런 차원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가장 확실한 방법이잖아요. 그런데 합병은 법적인 문제도 있고,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압니다.
굳이 그 방법 아니면 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경전:아래아한글의 경쟁력을 언제까지 보고 있습니까. 아래아한글의 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전하진:전 그렇게 안 봅니다.
이번에 돈 들여서 조사를 해봤는데 아직 아래아한글 사용자가 75%로 나왔습니다.
워드프로세서 같은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이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업그레이드될 겁니다.
워디안이 나오면 일정 부분 소스를 공개해 외부 개발자들이 기능 개선 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습니다.
[취재후기] "내 삶에서 자리는 의미가 없어요." “메디슨 이민화 회장과의 불화설은 뭡니까.” 이 교수와의 인터뷰가 끝나고 대뜸 질문을 던졌다. 기다렸다는 듯 대답이 나왔다. “진짜로 언론이 만들어낸 얘기입니다.” “메디슨은 대주주이긴 하지만, 나머지 80%에 가까운 주주들을 위해 최고경영자로서 아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회장은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그 자리에서 얘기하는 스타일이고, 나 역시 그렇다. 서로 잘 알기 때문에 화를 내든, 칭찬을 하든, 그런 것을 소화 못할 일이 없다. 솔직히 이 회장이 한글과컴퓨터 경영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한 적도 없다. 그럼 왜 지분을 팔겠냐고 하는데, 메디슨은 한컴에 단순 투자형식으로 지분참여한 것이고, 따라서 언제든 처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것으로 불화나 갈등을 얘기하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 긴 해명(?)이 이어졌다. 전 사장은 지분을 넘길 곳도 메디슨쪽에서 한컴에 찾아봐달라고 했고, 그래서 임자를 찾고 있으며, 삼성이나 SK 등 언론에서 언급된 대기업들이 다 제안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가 추구하는 e마켓플레이스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소개하고 설명했다. 잘 안되는 부분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새로운 변신을 강조하면서도 아래아한글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내 삶에서 자리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내가 할 수 있고 기여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거죠. 만일 한글과컴퓨터가 거대조직이 된다면 그땐 저도 역부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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