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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 "내사랑 디지털"
[일본] 오키나와 "내사랑 디지털"
  • 김주현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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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저렴, 주변국 진출 쉬워 정보통신 기반 시설 최적지로 부상...인재교육 등은 과재로 일본에서 주일미군이 가장 많이 주둔하고 있는 오키나와섬. 한국인에겐 해양도시쯤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인에게는 지울 수 없는 역사의 그늘이 짙게 드리운 곳이다.
제2차대전에서 패한 뒤로 30여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미국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다.
70년대 미국으로부터 주권을 되찾긴 했지만, 오키나와는 여전히 미국과 분리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이런 어두운 역사를 가진 오키나와가 최근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21세기의 문턱에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명의 싹을 틔우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와 무려 1700km 떨어져 있는 오키나와. 이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격차가 벌어진 경제의 벽을 정보통신 산업으로 단박에 허물어보겠다는 야심이다.
오키나와 나하시 중심부에는 오키나와공사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운영하는 기업지원 사무실이 있다.
이곳에서 8평짜리 조그만 부스를 차지하고 있는 컴퓨터그래픽 제작회사 ‘디지털 미디어팩터리’는 오키나와에서 가장 촉망받는 벤처기업 가운데 하나이다.
설립된 지 3년이 채 안되고, 직원도 30명에 불과한 이 회사는 현재 3차원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공상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리메인>을 제작하고 있다.
이 영화는 9월 하순에 열릴 ‘오키나와 디지털 파워 영화제’(가칭)에서 공개된다.
오키나와섬의 해저층을 무대로 기기묘묘한 바다생물들이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라고 한다.
100여 종류의 해저생물 컴퓨터그래픽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메디아팩토리는 이를 바탕으로 광고방송도 제작하고 있다.
메디아팩토리가 해저생물에 빠진 이유는 이기기 위해서다.
이 회사 이나즈미 사장은 “컴퓨터그래픽을 만드는 회사는 도쿄에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오키나와에만 있는 독특한 소재나 기술로 차별화해야 합니다.
해양생물은 도쿄에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오키나와 당국이나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이 작품이 ‘디지털 오키나와’를 만들어가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오키나와에는 현재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 기업들이 하나둘씩 진출하고 있다.
오키나와 당국이 지난 수년 동안 정보기술 관련 연구·지원시설을 빠르게 정비해온 결과다.
우정성 산하의 통신·방송기구는 나고시에 기업센터를 새로 만들고 게임제작에 필요한 컴퓨터그래픽 기재들을 들였다.
오키나와 중부의 차탄센터에는 할리우드와 같이 특수촬영이 가능한 컴퓨터제어 시스템을 갖춘 대형 카메라도 설치했다.
차탄센터에 입주한 ‘안피니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나카무라 사장은 “현재 갖춰진 시설들을 잘 이용한다면 비즈니스를 확대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통신비가 싸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대만과 홍콩 등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기도 쉽다.
오키나와 당국은 일본 시장 진출에 앞서 물가가 비싼 도쿄보다는 오키나와에 기반시설을 두고 본토로 나아가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데이터센터 같은 거대한 기반시설을 짓기에는 최적의 지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보급과 인재 육성 등 디지털 산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과제는 산적해 있다.
시장개발도 사실상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에서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OCC의 이타이 회장은 “이 바람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정보기술산업이 오키나와의 대표 산업으로 뿌리깊게 정착하지 못한다면 우리들은 땅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되고 말 것이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친다.
오키나와에 불고 있는 디지털 바람이 태풍으로 자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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