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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정품? 너무 비싸요
[요르단] 정품? 너무 비싸요
  • 김동문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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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 천국 아랍지역 단속 강화에 긴장....일부 판매점 폐업도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법 혐의로 처벌을 받는다.

아랍 국가들은 대부분 이렇게 엄포를 놓는다.
그럼에도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 판매는 기승을 부린다.
이들은 이렇게 항변한다.
“한두달 봉급을 털어야 살 수 있는 정품을 어떻게 쓰란 말입니까?”

아랍지역은 아직까지 불법복제의 자유지대다.
불법복제율이 63%를 넘는다.
동유럽 국가의 70%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아랍 어느 곳에서든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경찰의 단속에 긴장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한 아랍지역 대부분의 국가들이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미국의 우선감시대상국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다.
요르단의 소프트웨어나 비디오 복제업체, 대학가 주변의 복사가게들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국제저작권협약 서명에 이은 집중 단속으로 된서리를 맞았다.
요르단 저작권보호법에 따르면 법을 어길 경우 3개월에서 1년의 징역형이나, 170만~500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복제업계는 폭풍전야를 만난 듯하다.
암만 시내 중심지에서 소프트웨어 판매점을 하고 있는 압달라는 “경찰의 단속은 없지만 이전보다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말한다.
소비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암만의 일부 불법 소프트웨어 판매점들은 이미 폐업하거나 전업했다.
압달라도 전업을 고려중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꿈쩍않고 복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요르단에서 가장 큰 대형 쇼핑몰인 세이프웨이나 씨타운의 컴퓨터 코너에서는 버젓이 불법으로 복제한 소프트웨어를 팔고 있다.
이곳보다 싼 가격으로 판매하던 군소업자들이 긴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힘없는 곳만 때려잡는다는 항변이 곳곳서 터져나온다.
아랍지역에서 이처럼 불법 복제품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무엇보다 정품 소프트웨어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정품을 구입하려면 요르단 직장인의 한두달치 봉급을 털어야 할 형편이다.
게다가 아랍에서는 아직까지 “지식 도둑은 도둑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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