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이미지 대여 서비스...이캐피탈 등 23억원 출자
사는 것보다 빌려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일 때가 있다.
몇번 쓰다가 버리게 될 물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 www.kdib.co.kr는 인터넷을 통해 3차원 이미지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설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제작단가가 30만원을 넘어서는 3차원 이미지를 월 1만5천원에 빌려쓸 수 있게 된다.
빌려쓰는 것치고는 다소 비싼 편이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들어쓰는 것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독특한 콘텐츠를 제공하기 원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부동산, 여행사 등이 주요 고객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이캐피탈과 한국투자신탁으로부터 20억원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베스텍 창업투자로부터 3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이캐피탈의 김웅 벤처팀장은 2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전제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확신하고 있다.
제작비용이 엄청난데다 파일의 용량이 수백메가바이트에 달해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다운로드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조금만 확대하면 화면이 깨지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강민정 대리는 “장기적으로는 3차원 이미지로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라고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몰은 15만5천개의 품목 가운데 12만개의 이미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는 모두 2차원의 평면 이미지다.
대부분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삼성몰과 같은 입장이다.
삼성몰이나 많은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절감하고 있는 것처럼 3차원 이미지 서비스는 온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는 효율적인 대안이 된다.
사용자들은 뚜껑을 열어 내부를 들여다보거나 앞, 뒤, 옆모습을 살펴보고 뒤집어서 제품의 사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직접 만져보고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처럼 제품을 정확하게 체험할 수 있다.
문제는 이미지의 전달방식과 실제감의 확보다.
2초 안에 화면이 뜨지 않으면 사용자를 붙잡지 못한다.
아무리 완벽한 3차원 이미지라도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전체 용량은 방대하지만 실제 사용자의 화면에 비춰지는 화면은 수백바이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사용자의 마우스 움직임을 계산하고 실시간 연산을 통해 해당하는 화면만 전송해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다운로드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별도의 플러그인 없이도 웹브라우저를 통해 3차원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쇼핑몰 업체들은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에 링크를 걸어두는 것만으로 간단히 3차원 이미지를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
저렴한 가격으로 첨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대한 DB서버를 운영할 필요도 없고 전문인력과 특수장비, 유지 보수에 따르는 고정 지출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전문성과 다양성에서도 자체 제작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제작기법에 따라 다르지만 3차원 이미지의 제작 단가는 1노드당 30만원에서 100만원에 이른다.
신제품 홍보에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최근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3차원 이미지로 구성하거나 여행사에서 관광상품 안내에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의 매출은 전적으로 제작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다.
이 분야의 매출은 작년 3억원에서 올해는 24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지 대여 서비스는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의 주력사업이자 차별화된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이미지를 판매하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빌려주고 1노드당 월 1만5천원의 사용료를 받을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않고 있지만 회사측은 올해말까지 6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대 서비스와 제작 서비스의 매출 비중은 올해 2:8에서 내년에는 8:2로 크게 역전될 전망이다.
3차원 이미지 서비스의 시장은 올해 40억원에서 장기적으로는 연간 200억원 규모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시장선점과 기술력 우위에 힘입어 70%의 확고한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모든 데이터를 완비해야 하고 신속하게 업데이트할 수 있는 순발력을 확보해야 한다.
많은 후발업체들이 수작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반면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소 1°에서 360°까지 상하좌우로 회전이 가능한 자동제어 시스템은 3차원 이미지를 완벽하게 재생해낸다.
속도도 관건이다.
3차원을 구성하기 위한 12장의 평면 이미지를 찍는 데 2분30초면 족하다.
수작업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후발업체들은 심지어 주문에서 최종 납품까지 한달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명이다.
제품의 특성과 피사체의 위치에 맞게 적절하게 조명을 안배하지 않으면 나중에 일일이 컴퓨터 작업으로 보정하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조명은 컴퓨터나 자동화 작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고도의 기술적인 영역이다.
이미지 데이터의 실제감은 기술적 노하우와 오랜 시행착오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6개월의 시장선점으로 대량 생산설비와 방대한 DB를 구축하고 확고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이캐피탈의 김웅 벤처팀장은 “6개월의 실전 노하우를 하루아침에 따라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한다.
배 사장은 재학중이던 지난 93년부터 디지털 이미지 관련 사업을 구상해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지난 95년 애플사에서 출시된 ‘퀵타임VR’를 접하면서 3차원 이미지 사업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하게 된다.
당시만해도 3차원 이미지는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최첨단기술에 속했을 때였다.
배 사장은 결국 97년 전재산 3억원을 털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게 된다.
배 사장은 청계천 일대를 뒤지면서 자동제어 시스템과 컨트롤 박스 등의 장비들을 직접 조립하고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마케팅 전문가와 웹 기술자들이 대거 가세해 서비스와 인터넷 기반시설을 강화했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모든 사업의 80% 이상이 사진촬영에서 끝난다고 한다.
32명의 직원 가운데 20명이 사진과 디자인을 담당하는 크리에이티브 본부에 소속돼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배영주 사장은 “다년간의 노하우와 시행착오가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자부한다.
문제는 새로운 시장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점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기존 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으로 옮겨올까 하는 점이 관건이다.
기존 시장이 이미지 제작 서비스라면 새로운 시장은 이미지 대여 서비스를 의미한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미지 대여 서비스는 20여개 업체가 산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매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의 대부분을 이미지 제작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미지 대여 서비스가 예상외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할 경우 심각한 경영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향후 사업계획의 상당 부분을 수정해야 한다.
대량생산을 전제로 한 박리다매의 매출전망도 크게 어긋날 수밖에 없다.
3차원 이미지라는 한정된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미지 대여 서비스는 사진 산업과 인터넷 산업을 매개하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향후 이 회사가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콘텐츠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한 시장기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라이프사이클이 짧은데다 서비스 단가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가 역점을 두는 부분은 오히려 3차원 관광DB사업이다.
관광DB는 수명이 한정돼 있는 상품DB와 달리 한번 제작하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요계층도 여행사에서부터 정부기관, 지리정보 시스템, 학습자료 등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이미 1년 전부터 별도의 사진팀을 구성해 매일 전국 각지를 돌면서 유명 관광지의 풍경을 3차원 이미지로 담아내고 있다.
현재 5천여노드 정도 확보돼 있는 관광DB를 올해 안에 3만노드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국디지탈이미지뱅크는 오프라인의 전문성에 인터넷의 개방성을 효율적으로 접목시킨 사업모델로 평가된다.
인터넷을 통한 3차원 이미지 대여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은 이제 시장의 검증을 앞두고 있다.
시장의 신뢰와 사용자 편의성, 경제성 확보가 성공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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