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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시사풍자 애니메이션 '엑스뉴스'
[재미] 시사풍자 애니메이션 '엑스뉴스'
  • 오철우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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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야, 놀자~"후련한 풍자
‘본분을 잃은’ 장마도 끝나고 찜통 더위가 계속된다.
날마다 짜증나는 정치 얘기에 지루한 일상의 반복…. 속이 후련하게 세상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래서 풍자와 해학은 우리에게 복잡한 현실의 실타래를 풀어주는 또하나의 열쇠가 된다.


‘엑스뉴스’(대표 김문종·34) www.xnews.co.kr는 때로는 통쾌한 정치 사회 비판, 때로는 기상천외한 개그로 독자를 속시원하게 웃겨주는 풍자 애니메이션 사이트다.
최근 한창 뜨고 있는 플래시 기술을 이용해, 막힘이 없는 멀티미디어 풍자를 생산해내는 사이버 그림공장이다.

시사풍자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 편. 한반도를 향해 일본의 캐릭터들이 몰려온다.
세계 어린이를 사로잡은 피카추에 맞서 우리의 귀염둥이 공룡 둘리가 초능력을 발휘하고, 뒤이어 일본 ‘게다짝’ 로봇과 한국의 태권브이가 광선과 로켓주먹으로 통쾌한 한판 싸움을 벌인다.
결론은? “우리의 어린시절 추억을 일본 마징가 제트에 맡기자 말라!” ‘북한 신드롬 열풍’ 편에서는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북한가요 ‘반갑습니다’의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추는 경쾌한 춤솜씨를 선보인다.
‘로비걸 린다 김’ ‘비교분석! 허준과 현대사회’ ‘자민련의 몽니’ 등 정치 사회의 쟁점들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애니메이션들이 소개된다.
재미 속에는 번득이는 재치와 독설이 숨어 있다.
시사풍자뿐 아니다.
지난해 11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엔 시사풍자만으로 시작했지만 인기에 인기를 거듭하면서 지금은 갖가지 웃음 보따리들을 풀어놓고 잇다.
‘젖소와 강아지’ 시리즈나 ‘파란 콘돔 이야기’ ‘군인과 군바리의 차이’ ‘풍운 패러디’ ‘별난 피임법’ 등 기발한 발상으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개그박스 코너도 날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개그박스 중 한토막, ‘발음 똑바로 합시다’ 편. 우리 회사 경리언니는 늘 발음이 좋지 않다.
어느날 사장한테 전화가 걸려왔는데…. “사장님.” “무슨 일이지….” “존나(전화)왔어요.” “(헉)…누군데?” “조까(조카)라는데요.” 낯 뜨거운 유머라 해도 순간 웃음보가 터진다.
유치하다고 할 법한 이야기에 웃음이 터지는 건 아마도 애니메이션에 귀여운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푸는 작가의 아이디어 덕분일 것이다.
이곳의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거의 전부 원작이 없이 그때그때 만들어내는 창작품이다.
2~3분짜리 한편을 만드는 데 보통 2~3일이 걸려 하루 1~2편 정도만이 새롭게 소개된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실제 ‘막노동’으로 불릴 정도로 고된 노동의 결과물로 태어난다.
엑스뉴스는 점점 더 몸집을 불려나가며 한창 진화중이다.
시사풍자와 개그박스가 인기를 얻더니 이젠, CF패러디가 등장하고 운세 패러디가 나오더니 최근엔 날씨와 요리 패러디까지 생겨났다.
특히 여자 사용자들이 자주 찾는 운세 패러디, 심리테스트, 영상시들도 눈길을 끈다.
이곳엔 요즘 하루 연인원 7만명이 찾아온다.
출근시간 직후와 점심시간, 그리고 나른한 오후에 접속이 폭주한다.
하루 연 7만명의 방문객은 10여명의 작가-디자이너가 테헤란밸리 작은 오피스텔에 틀어박혀 토해내는 식의 영세한 제작 시스템으로 보면 놀랄만한 인기다.
지난 2월엔 하루 연 방문객이 2천명에 불과했으니 몇개월 새 수십배가 된 것이다.
정준모(26) 마케팅팀장은 “겨울방학 동안 네티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늘기 시작해, 방학 직후부터는 솔직히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 사이트가 돼버렸다”고 말한다.
지난 6월 초엔 시사주간지 <타임>에 세계 애니메이션 대표 사이트의 하나로 소개되기도 했다.
정 팀장은 “그동안 제대로 된 사무실도 없어 추운 겨울에 털장갑을 끼고 일하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도 사장을 포함해 5명이 오피스텔에서 숙박을 하고 있다”며 “<타임>에 소개된 기사를 읽는 순간 모두 부둥켜안고 실컷 울기도 했다”며 당시를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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