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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인터넷 본질 흐리는 수익 우선주의
[DOT칼럼] 인터넷 본질 흐리는 수익 우선주의
  • 이상성(파이언소프트)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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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홍콩에서 차이나닷컴 www.china.com의 투자담당 임원을 만난 적이 있다.
중국 시장 투자를 맡아 지난해부터 중국의 여러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해온 사람이다.
그에게 요즘엔 주로 어떤 기업에 투자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대뜸 “B2C도 아니고 B2B도 아니다.
요즘에는 P2P 업체에만 투자한다”고 대답했다.


B2C나 B2B는 익히(?) 잘 알겠는데, 도대체 P2P가 뭘까? 궁금증을 참지 못해 넌지시 물었다.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Path to Profit.” 그러니까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업체에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 단계에 당장 수익을 내라니 미국 나스닥의 인터넷 기업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과 주가 폭락 현상 때문에 세계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다.
당장 수익모델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투자자들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딱한 상황은 한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매스컴에서는 닷컴 기업의 위기니, 몰락이니 하는 말이 난무하고 있다.
“아! 옛날이여~”가 인터넷 기업의 유행어가 됐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인터넷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던 투자자들이 불과 석달이 지나기도 전에 인터넷이나 벤처라는 소리만 들어도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고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경영자는 없다.
대부분의 벤처기업 경영자들은 어떻게든 이른 시일 안에 수익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업에는 ‘단계’라는 것이 있다.
일반 제조업체들도 생산시설 등에 투자한 뒤 2~3년이 지나야 적정한 매출과 수익을 거두게 마련인데, 인터넷 벤처기업이라고 이들과 다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인터넷이 하나의 대중적인 매체로 인정받기 시작한 때가 지난해 중반이었다.
그리고 하반기 들어 인터넷 벤처기업 수가 폭증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의 대부분은 초기투자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당장 수익을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인터넷은 끊임없이 진화한다 인터넷은 끊임없이 진화·발전하는 매체이다.
이 점이 기존 매체와 인터넷을 구분하는 핵심 포인트이다.
신문이나 방송의 발전과정에서 그 수혜자가 일부 업체로 국한됐다면, 인터넷은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혜자를 양산하고 있다.
접속 서비스에서 검색 서비스, 콘텐츠 서비스, 그리고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상거래, 심지어 기업간 전자상거래에 이르기까지 불과 몇년 사이에 인터넷은 숨돌릴 새 없이 영역을 확장하고, 수만개의 업체를 참여자로 끌어들였다.
이제 “B2C도 B2B도 아니다.
P2P다”라는 말 속에서 인터넷 기업이라면 무조건 투자하던 몇달 전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나는 P2P만이 중요한 투자기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끊임없이 진화·발전하는 인터넷의 특성을 잘 활용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업체가 유망하지, 당장 수익을 내는 업체가 반드시 유망한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P2P를 가진 벤처기업만이 유망하다고 본다면, 투자자들은 인터넷 사업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벤처기업의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지금,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근본적인 관점, 즉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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