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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목적이 뭐야
[포커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목적이 뭐야
  • 이경숙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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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보호가 아니라 통제다" 개정안 중 '불법, 유해정보 통제강화' 조항에 반발
지난 13일과 20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관련 보도를 유심히 본 독자들은 헛갈렸을 법하다.
도대체 같은 법률안에 대한 보도인가 싶을 정도로 며칠 전과 후의 평가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불과 1주일 전 “개인정보 유출 행위를 강력 제재할 법적 근거”로 여론의 환호를 받았던 법개정안은 20일 열린 공청회에서 “통신망에 대한 정부의 무모한 통제 시도”라는 비난을 받았다.
정부 “개인보호 강화했는데…억울하다” 7월13일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제5차 정보화촉진회의에서 발표된 이 개정안은 사실 개정이라기보다는 제정안에 가깝다.
이름도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개인정보 보호 및 건전한 정보통신질서 확립 등에 관한 법률’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름처럼 이 법의 뼈대는 개인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호조처다.
개인정보의 외부 유출에는 울타리를 높였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취급하거나 취급했던 사람이 개인정보를 무단사용하거나 누설·훼손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옛 법의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 벌금에 비해 대폭 강화된 것이다.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할 땐 매출액의 3% 이하, 또는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합병, 영업양수, 상속할 때엔 이용자에게 그 사실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아니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문다.
또 유무선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뿐 아니라 대리점과 IP 등 일반 서비스 제공자도 개인정보 보호의 의무가 생겼다.
여기까지가 언론과 시민여론이 환영한 부분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다음을 주목하라고 경고한다.
정보통신부의 법 개정 공청회가 있었던 지난 20일 참여연대, YMCA, YWCA,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27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 강화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이 기존 법률에 비해 개선된 점을 인정하며, 통신망의 음란·폭력물로부터 미성년자와 청소년이 적절히 보호돼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민사회의 성숙을 지원하고 촉진하기보다는 이를 명분 삼아 통신망에 대해 무모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이 개정안이 즉시 철회돼야 하며, 만일 개정이 강행된다면 우리 사회는 정보통제사회, 지식정보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 이들이 지적하는 ‘위험’은 크게 보아 두가지다.
우선 시스템 관리·운영부터 통신기록, 정보제공과 이용, 콘텐츠까지 정보통신 서비스 전반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크게 확대했다는 점이다.
특히 음란·폭력물 등 불건전 정보의 유통 방지를 위해서 새로 도입한 ‘정보내용등급표시제’는 그 규정이 포괄적이고 추상적인데다가 ‘유해정보’ 등급분류의 기준과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넘겨 자칫 ‘검열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불법정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이 삭제를 명령할 수 있게 한 점도 같은 우려를 낳았다.
영장없는 자료공개 요구는 초법적 행위 정보통신부의 준사법 기능 확대도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 허위정보 유통, 사행행위, 음란물의 전시·판매, 윤락정보 유통, 명의도용 따위의 불법행위에 대해 1~3년의 징역과 500만~3천만원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이런 정보를 제공한 통신 서비스 제공자 역시 이미 알고 있었거나 막을 수 있었는데 막지 못했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정보통신부 장관이 위촉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 개인정보분쟁정보위원회 등 각종 산하 민간위원회는 심의부터 자료조사, 분쟁조정까지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업자에게 자료공개를 요청할 때 영장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법률전문가들 역시 시민단체의 지적에 동의를 표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경희대 유진식 교수(법학)는 “행정조직법상 개인정보분쟁조정위 등 3개 위원회들이 피해구제나 분쟁을 조정할 권한이 없다”며 “법에 보장된 절차 없이 준사법, 행정행위가 일어나면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침해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종필 변호사는 “청소년보호법 등 다른 등급제법과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별도의 등급표시제 규정을 만들기보다는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타인이 제공한 정보의 책임을 너무 넓게 묻는다며, 독일에선 서비스 제공자가 접근경로만 제공했을 땐 책임지지 않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한국통신판매협회 김윤태 사무국장은 “아직 영세한 닷컴 기업들이 지키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법안이 요구하고 있다”며 “일본통신판매협회처럼 민간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스스로 기업윤리를 지키는 게 세계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 신종원 부장도 “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법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며 “합의가 이뤄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부분만 입법을 추진하고 나머지는 사회적 합의절차를 더 거치자”고 제안했다.
“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법 아니냐” 입안자인 정보통신부쪽은 이런 비판에 대해 “등급표시제는 말 그대로 정보내용을 ‘표시’하는 제도이지 정보의 유통 자체를 막는 검열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이용자의 처지에서 정보제공자쪽을 규제하려다 보니 정부의 규제 권한이 강화된 것 같다”며 이후에도 간담회와 전자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에 사회여론을 반영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년 유해정보란?
‘정보통신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리 목적으로 청소년 유해정보를 제공하려는 자는 해당정보에 등급을 표시해야 한다.
’ 새 법안 30조는 ‘청소년 유해정보’ 제공 사이트의 등급을 사업자 ‘자율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단, 등급을 표시하지 않거나 규정에 맞지 않게 등급을 매길 경우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등급을 분류한다.
또 학교, 도서관, 피시방 등 청소년 이용시설은 반드시 정보내용등급표시제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서 ‘청소년유해정보’의 기준은 청소년보호법 10조 제1항에 근거한다.
이 조항은 청소년에게 성적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이거나 음란한 것, 청소년에게 포악성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비윤리적인 것, 기타 청소년의 정신·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등을 ‘청소년 보호 매체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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