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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6대 국회, 그들이 그리는 디지털 코리아
[커버스토리] 16대 국회, 그들이 그리는 디지털 코리아
  • 이원재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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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 IT마인드 설문조사..."개인정보 열람 영장필요"87.5%, "북한 사이트 완정개방"37.5%, 닷컴 기업 위기 의식은 반반
“국회의원들이 그리는 ‘디지털 코리아’는 어떤 모습일까?”
정보가 넘쳐흐르는 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의 규율은 여전히 희미하다.
현실의 일부 규율들은 인터넷 안으로 침투하려고 시도중이고, 인터넷의 일부 규율들은 거꾸로 인터넷에서 흘러나와 오프라인 세계를 잠식한다.
곳곳에서 입씨름이 벌어진다.


한쪽에선 “인터넷은 현실세계가 규율할 수 없는 자유로운 세상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선 “현실세계의 법과 질서가 없는 인터넷은 범죄와 타락의 세상으로 변질될 뿐이다”며 맞받아친다.

입씨름은 혼란을 낳고, 혼란은 의문의 꼬리를 물고 증폭된다.
닷컴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는 진단이 무성한데도, 똑 떨어지는 처방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 기업에 나라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요즘은 인터넷 기업을 ‘거품공장’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꿈의 정보통신이라는 IMT-2000 사업은 환상열차처럼 사람들을 달뜨게 하더니, 막상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선 비방과 작전이 난무하는 격전지로 변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 그 가운데서도 정부의 정보통신 관련 정책을 감시하면서, 정보기술(IT)이 낳은 현실과 가상세계의 규율을 짜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정위) 의원들은 이렇게 어지럽게 널브러진 현안들에 어떤 소신을 갖고 있을까. “정치적 울타리를 넘어 벤처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자”며 테헤란밸리에서 회의까지 연 그들의 비전은 무엇일까. 그들 하나하나는 정말로 어떤 사람들이며, 이제 막 문을 연 16대 국회에서 어떤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들 가운데 누가 진짜 ‘IT 정치인’일까. <닷21>은 테헤란밸리에서 돌아온 과정위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를 벌였다.
평소 즐겨찾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수준과 방법, 닷컴 위기론에 대한 의견까지 궁금한 모든 것을 물어봤다.
전체 18명 가운데 한나라당 김진재 원희룡 의원을 뺀 15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는 당 정책실을 통해 의견을 보내왔다.
기사에 언급된 수치와 비율은 응답한 16명의 의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4년 동안 그들이 그려갈 ‘IT 대한민국’의 밑그림을 더듬어보자. '행정편의’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 먼저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인터넷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범죄(혹은 예방) 관련 조사에서 행정·수사기관이 정보제공업자(ISP)에게 직접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과, 사법절차를 통해 요청하는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의원 대부분은 입을 모아 ‘아무리 급한 상황이라도 인터넷의 개인정보는 정식으로 사법절차를 밟아 열람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설문에 응한 의원 16명 가운데 14명이 영장 등의 정식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응답했고, 1명이 개인정보 보호와 사법적 특수성을 조화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1명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대부분 의원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그 어떤 행정상 편의보다도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김영환 의원(민주당)은 “개인정보의 상업적 이용 및 무분별한 유출은 정보화의 진전에 따른 심각한 역기능”이라며 “정보유출 방지를 위해 엄격한 절차와 규제가 요구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원들의 이런 인식은 앞으로 관련 법률을 만들거나 고칠 때 개인정보 보호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사법절차없이도 통신사업자가 개인정보를 빼줄 수 있게 돼 있다.
더욱이 최근 정보통신부가 내놓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행정기관에 대한 개인 데이터베이스의 보호를 약화시켰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인터넷 내용등급제 찬성 62.5% 인터넷 유해정보의 사전규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사전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의견과 필요하다는 의견이 똑같이 7명이었다.
그러나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인 7명 가운데 2명은 ‘단기적으로 규제가 필요하나 장기적으로는 없어져야’한다는 설명을 덧붙였고, 1명은 ‘청소년 전용시설에서만 규제해야’한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정보통신부가 이번에 내놓은 인터넷 내용등급표시제에 대해서는 찬성의견이 많았다.
찬성이 10명, 반대가 3명이었고, 1명은 단기적으로 찬성이나 장기적으로는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대부분 의원은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에 심정적으로 동조했으나, ‘청소년을 음란·폭력 등 유해 사이트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단 정부가 인터넷에서 정치적 반대여론을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민간전문가들이 심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동영 의원(민주당)은 “민간전문가위원회에서 소비자와 공급자의 입장을 균형있게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37.5% “북한도메인 사이트 완전개방해야” 표현의 자유 문제는 자연스레 인터넷에서의 ‘사상의 자유’ 문제로 넘어간다.
한국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라는 주제를 가장 첨예하게 드러내주는 지점은 역시 북한 문제다.
의원들은 북한이 운영하는 북한도메인 사이트의 개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16명 가운데 6명은 ‘북한도메인 사이트를 완전개방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10명은 ‘통일부의 북한주민접촉승인 등 정부 규제 아래 조건부로 개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건부 개방론을 펼친 10명 가운데 3명은, 단기적으로는 조건부로 개방하는 것이 좋으나 장기적으로는 완전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을 합치면 궁극적인 완전개방론자가 9명으로 오히려 많았다.
한국의 현실세계에서는 북한 관용정보 수집이나 북한주민접촉이 국가보안법의 규율 아래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과정위 의원 상당수는 인터넷 세계에서는 조금 더 폭넓은 사상의 자유가 허용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영춘 의원(한나라당)은 “인터넷 공간의 특성상 완전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병렬 의원(한나라당)은 “현실공간과 마찬가지로 정부규제하에 조건부로 개방해야 한다”면서 “현실공간보다 접촉차단이 어려워 청소년들이 북한의 일방적 선전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니 충분한 교육을 실행해야”한다고 답해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도 인식의 골이 만만찮음을 보여줬다.
25%는 “한컴 해외매각 무방” 최근 리눅스 열기와 미국의 카피레프트운동가인 리처드 스톨먼의 방한으로 새삼 관심을 모은 네티즌의 ‘정보공유’ 움직임에 대해서는, 16명 가운데 10명이 ‘저작권 강화를 통해 창작열을 높이는 것이 정보공유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쪽에 손을 들었다.
3명은 ‘양쪽 가치 사이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2명은 ‘정보공유가 우선이다’는 쪽에 찬성표를 던졌다.
1명은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정보통신산업은 ‘한국 경제를 살리는 힘’으로 강조되면서, 동시에 ‘열린 마음의 세계화’가 전제돼야 발전한다는 두마리 토끼 사이에서 줄타기를 벌인다.
정보통신 입법자들은 민족주의와 세계주의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대주주가 매각방침을 밝힌 한글과컴퓨터를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외국기업이 인수하겠다고 나서면 어떤 입장을 보이겠습니까?”라는 질문을 짐짓 던졌다.
이 질문에 응답한 13명 가운데 7명이 ‘안된다’는 입장을, 4명이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명은 ‘국내업체가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나 외국기업이라고 해서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IMT-2000 정부초안 대다수 지지 최근 정보통신·벤처업계의 현안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의원들이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IMT-2000 사업권 관련 질문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초안을 지지하는 의원이 많았다.
선정방식의 경우 10명이 ‘사업계획서 심사제’를 지지했고, 4명이 ‘경매제와 사업계획서 심사제의 혼합방식’을 지지했다.
기술표준으로는 복수표준 지지자가 14명이었고, 사업자 수로는 3개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11명이었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시행한 이동통신단말기 보조금 금지정책에 대해서는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11명이었다.
지나친 단말기 교체 등으로 인한 통신과소비, 부품수입으로 인한 경상수지 부담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그러나 5명은 시장논리에 위배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50% 시장점유율 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
16명 가운데 9명이 독점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한이 계속돼야 한다’는 응답을 보내왔으나, 6명은 시장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요즘 테헤란밸리를 흉흉하게 하고 있는 ‘닷컴 위기론’에 대해서는 ‘옥석을 가리는 정상적인 과정’이라는 의견을 비친 의원이 많았다.
강재섭 의원(한나라당)은 “거품론의 원인제공자들에게는 위협적이겠지만, 진정한 벤처기업에게는 여건이 다소 바뀐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김영환 의원(민주당)도 “벤처 의 기본적 특징이 ‘높은 위험, 큰 이익’이라는 점에서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자연스레 일어나는 한 과정”이라고 답했다.
처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상희 의원(한나라당)은 “벤처기업들이 그동안 외형적인 성장에만 투자했는데,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야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많은 의원들은 “설사 위기가 닥친다 하더라도 정부의 직접개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벤처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데 그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기중 입법과제 “정보격차 줄이고 개인정보 보호하겠다” 의원들이 앞으로 4년 동안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생각하는 입법과제는 어떤 것일까. ‘정보격차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가장 눈에 띈다.
광속으로 진행되는 정보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정보격차에 주목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김희선 의원(민주당)은 “정보화 소외계층의 정보접근권 강화”를 핵심과제로 내걸었고, 김영환 의원(민주당)은 “저소득·장애인을 위한 정보통신복지를 정착시키는 법률 개정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윤영탁 의원(한나라당)은 “신산업에서는 지역간 불균형이 벌어지지 않도록 입법활동을 벌이겠다”고 응답했다.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입법과제로 거론됐다.
한나라당에서는 최병렬 의원과 김형오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김영환 의원이 관련 입법활동을 펼치겠다고 응답했다.
이제 첫발을 내디딘 16대 국회 과정위 의원들은 대체로 인터넷에서의 사상의 자유를 지지하고, 정보화에도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의지는 정치인들이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퇴색해버릴지도 모른다.
그것을 방지하는 것은 역시 국민, 특히 네티즌들의 몫이다.
"논쟁은 없다.
정책토론만이 있을 뿐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상희 위원장 16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이상희 위원장은 “과기정위는 정책 중심의 상임위”라고 강조했다.
디지털과 과학의 세계에서는 전문성과 기술로 정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기본법을 만들어 창조적이고 생산성 높은 정부를 만드는 것을 상임위의 가장 중요한 숙제로 꼽았다.
테헤란밸리에서 상임위를 열었는데. 벤처기업 밀집지역에서 상임위 활동을 할 수 있어 아주 기뻤다.
여야가 대치하면서 국회가 공전중인데, 의원들 모두 테헤란밸리 상임위 개최를 찬성해 자리를 만들었다.
현장에서 기업인들의 생생한 의견을 여과없이 듣고 입법자료를 얻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의원들의 자체 평가도 아주 좋다.
계속 공부하는 상임위로 만들겠다.
IMT-2000 사업자 선정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사업자 선정방법에 대한 큰 줄기는 잡혔다.
이제 제대로 운용하는 일만 남았다.
중복투자를 막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쪽으로 사업을 끌어가야 한다.
특히 IMT-2000에 대한 기술 개발과 보유에 운영의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과기정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라면. 상임위 자체부터 디지털화하겠다.
‘디지털 정부 구현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해 창조적이고 생산성 높은 정부 조직을 만들겠다.
전자메일과 그룹웨어를 쓰는 것은 전자정부의 기초다.
디지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모였으니 창조적 정부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정보통신 교류를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정보통신 분야의 남북경협은 북한에 물자를 제공하거나, 북한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게 아니다.
북한이 세계 IT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이어야 한다.
일단 경협을 원활하게 하려면 북한에 위성 인터넷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북한 프로그래머들이 초고속 위성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경쟁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도록 도와야 한다.
야당 비례대표 출신인데 상임위 운영에 문제는 없는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디지털과 과학의 세계에서는 전문성과 기술로 여야의 구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
과기정위는 정책 중심의 상임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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