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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아이월드네트워킹 허진호 사장
[CEO해부] 아이월드네트워킹 허진호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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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만드는 재미에 빠져 삽니다"
* 허진호 1961년 출생 1983년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과 1985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공학석사) 1990년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공학박사) 1990년 (주)휴먼컴퓨터 개발담당 이사 1992년 (주)삼보컴퓨터 마케팅부 1994 ~ 2000년 (주)아이네트 대표이사 1995 ~ 1997년 (주)아이소프트 대표이사 1995 ~ 1998년 (주)에이아이에치코리아 대표이사 1997년 아시아태평양인터넷협회(APIA) 회장 2000년 3월 (주)아이월드네트워킹 대표이사
원래 별명이 장고입니까. 최근 어느 언론에서 허 사장을 보고 ‘돌아온 장고’란 표현을 썼던데. 수염을 그렇게 기르시니까 비슷한 것도 같은데요. 아닙니다.
처음 들어요.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 모르겠어요. 저하고 장고하고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지 않나요.(웃음) 예전에 헛돌이라고 한 친구가 부른 적은 있었지만. 수염은 한 3개월 정도 길러봤는데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잘 어울리나요. 새로 찾은 비즈니스가 어떤 것인지부터 시작할까요. (잠시 목을 가다듬고)한마디로 말하면 인프라스트럭처 매니지먼트 서비스(IMS)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인프라, 그러니까 네트워크 서버 보안 시스템 등의 관리를 외부에서 대행해주는 서비스죠. 저희는 그걸 ‘넷케어’ 서비스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 하나가 ‘메시지케어’ 서비스인데 이메일 아웃소싱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웃소싱이라면 요즘 얘기하는 ASP(애플리케이션 임대 서비스)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넓게 얘기하면 ASP죠. ASP가 원래 넓게 해석하면 특정한 분야의 서비스를 아웃소싱해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ASP라고 하면 보통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의 아웃소싱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저희는 ASP라고 부르지는 않아요. 비즈니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겁니까. 일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죠. 그러나 아직은 서비스에 필요한 내부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본격적인 사업 개시는 10월 정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ISP)와 데이터센터(IDC), 포털 서비스 업체, 사이버증권 사이트 등 3개 영역을 주요 타깃 고객으로 삼고 각 영역마다 핵심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협의중입니다.
현재 ISP 업체 한곳과 지난 3월 계약을 해서 오는 11월까지 컨설팅을 하기로 돼 있고, 또 한군데 포털하고는 구두로 합의를 했습니다.
비즈니스를 본격화하기 전에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하며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단계라고 할 수 있겠군요. 투자유치는 다 끝났습니다.
모두 1500만달러를 받았습니다.
외자도 있고 국내 투자도 있습니다.
외자가 900만달러 정도니까 좀 많네요. 60%쯤 되나요. 얼핏 들어보면 새로운 비즈니스라는 생각은 안 드는데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이미 많지 않습니까. 엄밀하게 저희같이 매니지먼트 서비스 자체를 회사의 프로덕트로 제공하는 업체는 아직은 없죠.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컨설팅 형태로 진행하고 있지만 시스템을 구축하고 또 24시간 모니터링 서비스를 한다거나 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요. 이제 새롭게 진출하려고들 하고 있지요. 아이네트를 그만둘 때 이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나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거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를 해왔습니다.
뚝딱 급조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네트는 이제 재미가 없어서 나간다고 하셨는데. 그런 것도 크죠. 아이네트에서 하는 일이 정형화된 관리업무가 되다 보니까 다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죠. 그런데 그걸 꼭 나와서 새로 할 필요가 있었나요. 내부에서 추진할 생각도 해봤는데 ISP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지금 하고 있는 것과 많이 다르거든요. ISP는 가입자에게 모두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러니까 서비스를 정형화하고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부분인데, 저희 넷케어 서비스는 업체마다 제공해야 할 서비스가 다르죠. 완전히 별도의 조직이 필요했어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자회사를 만들면 아무래도 제가 관여하기 어렵게 되겠죠. 매니지먼트 업무만 더 늘어났을 겁니다.
루틴한 매니지먼트는 재미를 느낄 수 없었어요. 뭔가 새로 만들어가면서 도전하는 그런 형태에 더 흥미를 느끼는 체질인가 봐요. 아이네트를 6년 정도 경영하셨는데 나름대로 자평을 해보셨나요. 글쎄요. 결과만 놓고 보면 나름대로 잘 만든 것 같아요. 국내에서 3대 ISP 메이저로 자리를 잡았고, 특히 대기업과 경쟁해 그런 포지션을 만들 수 있었잖아요. 물론 시장이 그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중간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비즈니스를 하면서 많이 느끼는 유혹 가운데 하나가 인접 비즈니스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죠. 저도 몇개 시도했는데 다 실패했어요. 그러면서 느낀 것이 기술적으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시장에서 잘하느냐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제가 새로 시작하는 과정에서는 핵심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교훈이 됐다고 봅니다.
닷컴 위기론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런 상황이 아이월드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을까요. 모든 닷컴의 위기라고 보지는 않아요. 선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봅니다.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보수적이어서 잔뜩 움츠러들어 있지만 어쨌든 이런 전이가 끝나고 나면 될성부른 몇개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몰리는 구도가 될 겁니다.
그 시기를 올 가을이나 겨울쯤으로 보고 있어요. 아이네트를 인터넷 벤처 1호 기업이라고 하지요. 그런 점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한창 뜨다가 이제 다시 거품론에 위기론이 나오는 걸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주저없이)행복한 고민인 것 같아요. 지금 닷컴들이 자금구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94, 95년 당시에 비하면 천국이지요. 95년에 정확히 39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정확히 6개월 걸렸습니다.
그때는 모두 액면가에 들어왔어요. 지금처럼 할증발행, 액면분할 이런 것은 개념조차 없었죠. 아이월드 하면서 이번에 1500만달러 유치하는 데 구두합의까지 딱 6주 걸렸어요. 그것도 해외 투자자들하고 말이죠. 지금 닷컴들이 어렵다는 것은 6개월, 1년 전에 비해 어렵다는 것이죠. 당시와 비교하면 천국이죠. 투자자들이 너무 급하게 수익을 요구한다는 문제제기도 많은데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제게 투자를 한 곳에서도 그렇게 요구하지는 않아요. 기업의 특성상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을 마련해보면 초기부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것이고, 그런 것은 투자자들도 알고 있어요. 투자자들은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모델을 달라는 것이죠. 창업자의 눈빛을 보고 투자한다는 말이 있는데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죠. 그 사람의 가치관과 현실감각, 경험이나 자신감, 리더십, 그런 것을 복합적으로 보게 되죠. 개인적으로 몇군데 투자하고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 자세히 안 물어봅니다.
사람 표정보고 대충 어떤 백그라운드가 있나 보지요. 사람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 결국 그 사람의 뒷배경, 그러니까 학벌이나 인맥 형성 가능성 등에 의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보는데.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러다가 놓치는 경우도 많이 생기겠죠. 인텔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이 야후, 아마존을 놓친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어쩔 수 없는 거죠. 소프트뱅크 같은 경우는 일종의 베팅을 하는 거구요, 정상적인 프로세스라면 야후 놓친 것이 정상적이라고 봅니다.
사람을 보고 백그라운드 보고 투자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안목이라면 아이월드에서도 투자를 할 수 있겠는데요. 절대 안합니다.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투자를 한다면 완전히 투자기업으로 바꾸고 해야죠. 회사 경영하면서 투자를 하는 것은 안할 겁니다.
94년 ISP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입니까. 당시는 그다지 인터넷이 활성화되던 시점도 아닌 것으로 아는데. 인터넷의 상용화가 해외에서 입증이 되기 시작했어요. 피에스아이넷, 유유넷 등이 만들어져 성공을 했지요. 마침 그때 모자이크가 나오면서 인터넷 보급의 계기도 만들어졌지요. 사업시작하고 6개월이 지나니까 이 사업이 되는 사업이구나 하는 것을 확신하게 됐어요. 대기업들이 덤벼들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실 위기였죠. 95년 초였던 것 같은데 3개월을 혼자서 고민했어요. 그리고 회사의 주요 리더들과 협의를 했죠.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몇가지를 제시하고 결정을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 게 규모를 키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결론은 내려놓고 그런 쪽으로 유도했지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그런 식으로 하십니까. 결론은 내려놓고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말이죠. 통상적으로 결론은 저 스스로 내립니다.
독재자처럼 그냥 따라와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 기질이 좀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컨센서스가 필요하면 결론은 얘기 안하고 현황을 설명하고 결론을 유도하는 방법을 쓰죠. 조직이란 게 나름대로 로직이 있는데 거스를 수는 없잖아요. 팀제를 운영하고 계신데 그건 결국 팀제와 어긋나는 일인경영의 방식이 아닌가요. 아이네트 시절부터 실과 팀으로 조직을 운영하는데 거의 모든 의사결정은 실 중심으로 하고 있어요. 단지 프로젝트 단위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인터넷을 초창기부터 접한 사람으로써 인터넷 비즈니스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정말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십니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어떤 부분에서는 경쟁력이 있어요. 우리가 일본보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앞서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지나친 자만이에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일부 B2C 분야는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대세를 B2B라고 봤을 때 사회적 인프라가 앞서 있는 일본보다 우리가 낫다고 절대 못하죠. 지금 당장 한수 가르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인프라가 앞서 있는 일본을 결코 얕봐서는 안됩니다.
단기적인 현상만을 갖고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고 하는 것은 자기만족인 것 같습니다.
지금 일은 재미가 있나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걸요.
[취재후기]
반걸음만 앞서가면 성공한다
국내에서 소프트웨어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이찬진이라면 인터넷 하면 허진호가 첫손에 꼽힌다.
그는 80년대 초반부터 한국과학기술원 연구실에서 인터넷을 접한 몇 안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인터넷으로 사업을 하겠다고 덤빈 최초의 사람이기도 하다.
94년 설립한 아이네트를 6년 만에 떠나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는 것만으로 화제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3월 새로운 회사 아이월드네트워킹의 대표로 사업전략을 발표하고 이제 3개월이 조금 더 지났다.
개인적으로는 두달여 만에 만난 그는 그새 수염을 까맣게 기른채 기자를 맞았다.
“모든 비즈니스가 다 그렇지만 인터넷 비즈니스도 너무 앞서가면 위험해요. 한 발걸음 정도 앞서간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는 자신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적절한 시점에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선점이 중요하지만 너무 앞서도 위험하다는 설명이다.
우회적으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허 사장은 자신의 이름앞에 ‘돌아온’이란 수식어가 붙는 것을 달갑지 않아 한다고 누군가 귀띔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새롭다는 것을 많이 강조했다.
느닷없이 수염을 기르고 나타난 것도 새로운 ‘허진호’를 보여주기 위한 마음가짐이었을까. 재미를 찾는 그 자체가 재미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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