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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중국으로 가기 위해 동남아로 간다
[특집] 중국으로 가기 위해 동남아로 간다
  • 한정희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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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기업 동남아 진출 러시… 시장정보, 인프라 빈약 등 함정도 곳곳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하반기 전략사업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게 있다.
바로 해외진출이다.
내로라 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선발업체를 바짝 뒤쫓고 있는 후발업체들도 연내에 ‘해외진출 가시화’를 꿈꾼다.


이들이 이렇듯 해외시장을 기웃거리는 이유는 한마디로 국내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가 2천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은 포실한 사냥감이 우글거리는 신대륙이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 해외로 눈돌려 인터넷 기업들은 한때 인터넷 선진국인 미국과 유럽을 직접 겨냥했다.
본토에 깃발을 꽂음으로써 자신의 성공을 확인받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동남아시아 시장에 바짝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으로 진출하기엔 진입장벽이 너무 높고, 기술이나 자본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반면, 동남아시아 시장은 아직 선점의 기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거점을 확보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무기를 들고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 동남아시아 시장은 정녕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엘도라도가 될 것인가? 지난 2월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 업체인 디지토닷컴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PT.PADAMU KOMUNIKASI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이미 ‘소메2000’이라는 실시간 인스턴트 메일로 국내시장을 선점했던 디지토는 이 모델을 그대로 인도네시아의 특성에 맞게 적용해 ‘파다무메신저’라는 이름으로 오픈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현지 반응은 좋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인구가 200만명을 넘어섰고, 하루에도 100여개의 웹 사이트가 개설되고 있어 빠른 시간 안에 회원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자회사인 유아이엔닷컴도 지난 5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인 볼래넷과 손잡고, 커뮤니티 포털 서비스 및 인스턴트 메시징 ASP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유아이엔인도네시아’를 설립했다.
네이버컴은 최근 인도네시아 에테르인도 와하나타마와 300만달러 규모의 합작법인 ‘네이버인도네시아’를 세웠다.
네이버컴은 검색엔진과 한게임의 게임 솔루션을 제공하고 곧 사이트도 개설할 계획이다.
증권정보 전문 업체인 팍스넷은 대만 시장으로 공격방향을 정했다.
팍스넷은 대만의 3대 재벌 가운데 하나인 쿠스그룹과 함께 200만달러를 들여 현지법인 ‘팍스넷타이완’을 설립했다.
자사 브랜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웹 콘텐츠로는 국내 처음이다.
팍스넷은 올해를 해외수출 원년으로 삼고 연말까지 홍콩,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 주요 아시아 국가에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이다.
온라인게임 업체들의 동남아시아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에서 리니지 돌풍을 일으켰던 엔씨소프트는 지난 6월 대만의 게임 업체인 감마니아와 손잡고, 현지에서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술 업체들은 주로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덕밸리의 내일커뮤니케이션은 최근 말레이시아에 현지법인 및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대덕밸리를 포함한 국내 10여개 벤처기업의 제품 및 기술을 동남아시아 10여개 국가에 수출하는 골든라인 사업을 펼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매솔루션 업체인 카니스디지도 말레이시아의 에스테이트시너지와 현지 합작법인 설립을 앞두고, 본격적인 전략을 짜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비교적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 잘 되어 있는 나라도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공략 대상이다.
싱가포르에서는 e삼성이 컴퓨터바이러스백신 업체인 하우리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7월 조인식을 가졌다.
이 합작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하우리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지 시장조사를 벌였으며, 백신제품인 ‘바이로봇’의 다국어 버전을 개발해왔다.
홍콩에서는 인터넷 경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레이싱게임 업체인 레이넷이 리전트디벨롭먼트와 현지 합작법인 ‘레이넷아시아’ 설립을 앞두고 있다.
자본과 인력은 현지조달, 기술과 솔루션 제공 국내 피시방 업체들이나 개발 업체들이 사업고도화의 일환으로 중국이나 필리핀에 현지법인 및 직영점을 개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터존21은 최근 필리핀에서 한국형 피시방 체인사업을 시작했다.
피시방 구축작업은 오프라인 진출을 통한 수익확보 및 인터넷 인프라 구축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인터존21은 이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온라인 머그게임을 퍼뜨리기 위한 유통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들 동남아시아 진출 업체는 직접 자기자본을 투자하기보다는 현지에서 자본과 인력을 조달하고 기술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합작법인을 세우는 특징을 보인다.
동남아시아 시장이 잠재력을 지녔지만, 아직 인프라가 열악하고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IDC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사용인구는 99년 말 현재 890만명으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의 인터넷 사업자들은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콘텐츠 제공 업체(ICP)와 전자상거래 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솔루션 분야는 아직 취약한 편이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사업환경은 제각각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PC 보급률이 50%에 이르고, 인터넷 호스트 수도 100명당 4.71대 수준으로 우수한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시장 규모가 적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정보산업의 초기단계여서 시장 규모도 작고, 인터넷 비즈니스 인력도 취약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은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운영하는 ‘이비즈니스포럼닷컴’이 최근 발표한 ‘이비즈니스 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순위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각각 8위, 9위로 높은 반면, 말레이시아는 32위, 인도네시아는 38위, 필리핀은 46위, 중국이 51위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24위였다.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진출에 앞서 폭넓은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는 수천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유선보다 무선망이 상대적으로 더 발달해 있다.
그런데도 전체 인구 2억1천만명 가운데 유선가입자는 700만명이고, PCS 사용자는 400만명에 불과하다.
이는 앞으로 무선통신 시장이 급속히 확대될 것임을 예견해준다.
인도네시아 파다무닷컴의 김육목 사장은 “한국에서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많다”며 “시장조사를 철저히 해 현지 사정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의 진입장벽은 화교자본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이 공통으로 제기하는 또다른 문제가 화교자본과의 관계설정이다.
화교자본은 금융과 상업에서 큰 세력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현지법인 운영자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중국 시장을 직접 공략할 경우 거쳐야 할 과정과,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화교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화교자본은 중국의 가장 강력한 진입장벽이다.
“일단 홍콩 증시에 상장만 되면 굳이 마케팅 작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교자본이 중국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시장은 잠에서 덜 깨어난 상태다.
디지토의 김근태 사장은 “국내 닷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너무 환상을 갖고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만이 위험을 줄이는 길이라고 충고한다.
“중국에는 아직 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지 않아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인터넷 기업의 중국 진출은 장기적으로 보면 희망적이다.
국내 업체들이 제품의 기술력이나 가격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어, 오히려 선진국보다 유리한 수출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자본을 유치하고, 거기에 값싼 노동력을 결합시키면 승산이 충분히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으로 건너가는 징검다리다.
동남아시아 시장에 거점을 만들어 더 넓은 중국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인터존21의 유창희 사장은 “이비즈니스의 텃밭을 일구기에는 중국보다 동남아시아의 영어권 국가가 낫다”고 말한다.
그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려면 초기 마케팅 비용이 어마어마한데다 선점을 해놓아도 후발주자들이 뒤쫓아오는 건 순식간”이라며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선두로 나서기보다는 2~3위군의 후발주자로 따라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선도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기업들 뒤에는 이들의 성공을 고대하는 국내 닷컴들의 눈길이 뜨겁다.
험한 길을 나서서 개척하기보다는 선두업체들의 후광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 숨어 있다.
현지에 안착해 성공을 거둔 기업이 한두 업체만 생겨도 코리아 닷컴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봇물을 이룰 태세다.
엄청난 초기비용이 문제다 물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장애물은 많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현지 시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뛰어든다.
현지의 정보가 빈약한 데서 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자금 지원이 아니라 정보 지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감히 현지 진출을 시도한 기업들에 기대가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열악한 인프라와 비즈니스 정보의 부재, 그러나 가능성만큼은 거대한 동남아시아 시장에 사이버 고속도로를 건설하러 떠난 기업들을 그래서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러갔다고 하는지 모른다.
인터넷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 준비 상황
프리챌연말 공동법인 형태로 중국 진출 계획.
법인이 설립되면 공동마케팅도 실시할 예정.
다음현재 확정된 계획은 없음. 만약 진출한다면 ASP나 이메일호스팅 쪽으로 진출 가능.
골드뱅크인큐베이팅 비즈니스 분야 일본, 홍콩, 대만으로 연말에 진출 계획.
옥션 8월 안에 최초의 현지법인 설립 계획. 올해 안에 4개국 진출.
현재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베트남 지역을 동시 추진중.
인터파크 6월 초 중국에 연락사무소 수준의 지사 설립. 현지 합작 물색중.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에 진출하기 위해 ‘아시아콘텐트닷컴’과 양해각서 체결.
셀피아8월 초 동남아 진출 형태 및 콘텐츠 계획 가시화 예정.
드림위즈 연내에 동남아 시장 중 한군데에 진출할 계획.
현지법인 설립 또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합작형태. 콘텐츠 현지화 전략.
하늘사랑콘텐츠 현지화 전략.
네오위즈해외진출 준비단계. 현재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13개국에 도메인, 상표권 특허출원중. 현지법인을 세울 계획. 중국 연내 진출 목표로 업체 섭외중. 일본은 현재 계획중. 콘텐츠는 한국에서와 비슷한 모델.
모머스벤처스비닷엠디(의료 포털 사이트)를 통해 올 가을 대만, 일본 쪽으로 진출할 예정.
현지법인 형태 예정.
윙글리쉬닷컴 인터넷 영어교육 서비스 업체, 현재 동남아 진출을 위해 싱가포르의 아팩넷과 투자유치 진행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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