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닷컴사망진단서] 1.프로롤그
[닷컴사망진단서] 1.프로롤그
  • 유혁수(인터넷컨설팅그룹)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닷곤' 시대는 정녕 오는가
Boo.com에서 FasTY.com까지...닷컴 기업의 몰락을 점검한다
화려한 탄생만큼이나 그들의 몰락은 충격을 던져줬다.
기린아로 부상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망신고서를 제출하는 닷컴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왜 실패했는가.

무엇인가를 배우는 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성공한 모델을 벤치마킹해 그것을 모방하고 재창조하거나, 실패한 모델을 분석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동안 비즈니스를 위한 자료들은 대부분 성공한 모델을 분석해 성공요인을 보여주는 데 치우쳐왔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되 최악에 대비하라’라는 말처럼 실패한 모델을 통해 위험요소를 피해가는 것 또한 누구나 갖기 힘든 지혜다.
특히 조정기의 시장에선 수비하는 방법을 배워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여섯차례에 걸쳐 실패한 닷컴기업을 통해 성공하는 닷컴 기업의 조건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기획연재 순서
1. 프롤로그
2. 비효율적이 마케팅
3. 시장에 편승해 자주 변하는 경영전략
4. 뚜렷하지 못한 수익모델과 매출 부진
5. 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6.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7. 고객불만 해소에 대한 노력 부재
지난해 11월 부닷컴(Boo.com)의 탄생을 지켜본 사람들은 인터넷의 위력에 감탄했다.
엄청난 돈을 끌어들이며 세계 최고의 인터넷 패션쇼핑몰을 꿈꿨던 부닷컴은 닷컴기업의 화려한 미래를 보증하는 수표처럼 여겨졌다.
‘묻지마 투자’(Blind Investment)라는 말이 초라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닷컴기업으로 몰려들었다.
그러나 지난 5월18일 화려한 탄생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닷컴은 몰락을 선언했다.
세계는 경악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네통이나 베르나르 아르노 등이 투자함으로써 그 성장 가능성을 의심할 수 없었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부닷컴을 시작으로 토이즈마트(Toysmart.com)와 릴닷컴(Reel.com), 펫스토어닷컴(Petstore.com), 패스티브이(FasTV.com) 등 대형 온라인 기업들이 줄줄이 사망신고서를 제출했다.
닷컴 대신 닷곤 부도난 닷컴 기업이나 경영난에 빠진 닷컴 기업에 대한 루머 따위를 제공하는 미국의 웹 사이트 닷컴페일류어(Dotcomfailure.com)나 퍽크드컴퍼니(Fuckedcompany.com)에 들어가보면, 현재 약 20개 이상의 닷컴기업이 간판을 내렸고, 수백개 업체가 경영악화와 관련한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닷컴은 곧 성공’이라는 공식이 진리인 것처럼 여겨지던 지난해와 달리 올 초의 시장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닷컴 대신에 ‘닷곤’(.Gone,닷은 끝났다)이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회사명에서 닷컴을 떼어내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워싱턴주의 인포스페이스(InfoSpace)는 회사 이름에서 닷컴을 떼어냄으로서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을 것 같은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려 애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부도가 나거나 파산을 선고한 닷컴기업은 없지만, 많은 기업들이 ‘벤처 IMF’, ‘10월 대란설’ 등으로 흉흉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국내 인터넷 시장이 미국을 뒤따라가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머지않아 국내에도 부도가 나거나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할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이나 제휴, 오프라인 진출, 비용 동결이나 구조조정 등과 같은 생존전략 짜기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왜 닷컴 기업은 몰락하는가? 요즈음 닷컴기업과 관련한 기사들은 수익모델, B2B, ‘클릭 앤 모르타르’(Click & Mortar), 오프라인 진출 등의 키워드로 요란하다.
몇년 안에 80% 이상의 기업이 문을 닫거나 인수합병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돈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업체인 포레스터리서치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가트너그룹 등은 닷컴기업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생존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보고서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언론은 그 내용을 앞다퉈 보도함으로써 시장에 위기가 도래했음을 끊임없이 확인시켜 주고 있다.
실패한 닷컴기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왜 그들은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사업을 포기해야 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가장 유력한 대답은, 얼마 전 포레스터리서치가 발표한 ‘부닷컴의 도산과 그 원인에 대한 분석’에서 찾을 수 있다.
분석의 골자는 △비효율적인 마케팅 △시장에 편승해 자주 변하는 경영전략 △뚜렷하지 못한 수익모델과 매출 부진 △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고객불만 해소에 대한 노력 부재로 요약할 수 있다.
사업 초기에 1억달러 이상을 마케팅에 쏟아부은 부닷컴이나,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비디오를 판매한 릴닷컴, 수익 마진이 매우 적은 시장에 뛰어든 펫스토어닷컴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실패한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의 현실성 및 효율적 경영, 그리고 수익모델 같은 핵심역량 개발에 매우 소홀했다.
단지 대규모 자본의 무차별적인 배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고 독점적 지위를 갖는 데 심혈을 기울였을 뿐이다.
이런 점들이 엄청난 자본을 갖고도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포레스터리서치는 분석한다.
사업 초기 마케팅이나 선점효과의 이익은 크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현실화 가능성’이며, 이를 위해 각각의 경영전략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며 효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이론과 현실 파산한 닷컴기업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전자상거래를 비즈니스 모델로 잡았으면서도,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방식이 현실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객이나 시장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기업의 입장에서 수립한 경영전략을 지속한 것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전자상거래라는 말을 들으면, 막연하게 유통단계가 적어 가격이 저렴하고, 무척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영자는 소비자들이 전자상거래를 무척 편리하게 여길 것이고, 따라서 전자상거래를 통해 상품을 구매할 것으로 믿고 인터넷에 뛰어든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쇼핑몰은 예상과 달리 저렴하지 않으며, 오프라인 유통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의 48%가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단지 검색만 할 뿐이다.
전자상거래가 당면한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이다.
고객들은 불편하면서 가격도 싸지 않은 곳에서 상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
그 결과 기업들은 기대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시장에 뛰어들어 경영상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이는 시장과 고객에 대한 확실한 분석과 현실적인 경영전략이 없는 상황에서는 비즈니스의 성공적인 현실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을 미디어나 상거래 수단, 혹은 놀이기구나 통신수단 가운데 어떤 것으로 인식하든 간에, 그것이 비즈니스에 적용돼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욕구와 비용을 고려해 수익이 날 수 있는 최적화된 솔루션이 경영 전반에 적용되어야만 한다.
생존의 열쇠는 ‘고객’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속담처럼,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작업은 위험부담이 적고, 성공 가능성은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준다.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과 실행, 결과가 확실한 수익모델 구축,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 시장과 고객에 대한 정확한 욕구 분석,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이 바로 닷컴기업의 성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해결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곧 ‘현실성’이다.
감상이나 막연한 희망, 시장에 편승한 경영방식으로는 더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현실과 이상의 적절한 조화, 고객과 기업의 적절한 조화만이 무너지는 닷컴기업들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