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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증시] 침체 터널 연말에나 ‘햇볕’
[해외증시] 침체 터널 연말에나 ‘햇볕’
  • 김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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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투자회복이 관건… 단기적·기술적 투자 바람직
최근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본 투자가라면 두가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게 된다.
세계 경제의 둔화와 경기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이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는 것이다.


첫번째 의문은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인 미국 경제의 둔화가 왜 곧장 세계 경제의 둔화로 이어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1990년대 내내 이어진 미국 일변도 불균등 성장의 후유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장기호황의 끝에 조정을 거치게 되면, 유럽과 일본 경제가 미국 경제 둔화에 따른 효과를 어느 정도 상쇄해줄 것이라는 게 그동안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유럽의 경기도 이미 둔화국면에 접어들었고 일본 역시 장기침체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동안 미국 경제에만 의존해온 세계 경제의 동반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둘째 성장률 기준으로는 미국 경제가 아직 본격적인 침체국면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나스닥지수는 왜 큰 폭으로 하락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기술주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결과 형성된 나스닥시장의 거품이 꺼진 탓이다.
경기와 무관하게 개별 산업이나 업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시각에서 살펴보면 소비와 투자의 비대칭적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의 경우 증가율이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경기의 침체를 억제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투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그런데 나스닥지수를 움직이는 주요 기업들의 수익은 대부분 투자, 특히 IT 관련 투자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다.
결국 투자 위축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에 크게 실망한 나스닥시장이, 소비가 뒷받침하는 전체 경제의 모습을 잘 반영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스닥지수가 7월19일 현재 52주 고점 대비 51.7%나 하락한 데 비해,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에 6.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기술주와 비기술주, 소비재 관련 기업과 IT 관련 기업, 성장주와 가치주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두번째 불균형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기대지수가 100을 넘어섰다.
소비심리가 크게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수출은 4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상반기 품목별 수출비중을 보면 자동차, 석유화학, 선박 등은 늘어났지만 반도체와 컴퓨터는 크게 줄어들었다.
반도체, 컴퓨터 등 IT 관련 품목의 수출이 감소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IT 경기의 침체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 회복의 열쇠는 세계 IT 투자의 회복과 관련 품목의 수출 증가에 있다.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하하여 내수를 부양한다고 해도 경기회복보다는 경기의 둔화를 억제하는 정도의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세계 경기는 언제쯤 회복될 수 있을까? 지난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의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둔화되고 있으며 연말에나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스펀의 예상대로 미국 경제의 회복이 올해 말에나 가능하다면 당분간 세계 IT 투자의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수출감소와 이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가 예상되는 IT 관련 종목은 단기적, 기술적 대응으로 접근하는 것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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