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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가전업체들 전자상거래로 '숨통'
[중국] 가전업체들 전자상거래로 '숨통'
  • 이문기
  • 승인 2000.07.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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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 업체 난립…B2B 기반한 합종연횡으로 승부수
중국 가전업체들이 생존전략의 하나로 앞다퉈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텔레비전과 전화기를 주력상품으로 삼는 TCL은 지난해 말 일찌감치 인터넷 진출을 선언했다.


메이디, 하이얼, 춘란, 캉지아 등 대형 가전업체들도 올 들어 속속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에어컨으로 유명한 춘란은 이미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방식의 전자상거래를 시작했고, 메이디는 최근 가전업체들의 공동구매를 위한 B2B(기업간 거래) 사이트 www.sinoe.com를 열었다.

최근에는 B2B 비즈니스를 기초로 한 가전업체간의 합병전략까지도 나오고 있다.
냉방기기 전문 제조업체인 커롱과 세탁기 전문 제조업체인 샤오티앤어는 최근 B2B 비지니스를 기초로 하는 장기적 합병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 가전업계는 국내 업체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95년 200여개의 가전업체가 난립해 정점을 이뤘던 과열경쟁 구조는, 창홍이 주도한 가격인하 경쟁을 통해 20여개의 대형 기업 중심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0여년 전 수십개 업체가 난립하다 결국 제너럴일렉트로닉스, 월풀 등 3개 초대형 가전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이들은 현재 내수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이런 미국의 경험에 비춰볼 때, 중국 가전업계의 상당수도 도산과 합병의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외적인 환경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쟁쟁한 외국 가전업체와 혈전을 치러야 할 처지다.
이런 국내외 상황에 비춰볼 때 중국 가전업체들이 서너개의 초대형 기업으로 재편되는 것은 불가피한 셈이다.
커롱과 샤오티앤어의 합병 선언도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에 직면한 중국 가전업체들이 B2B 비즈니스를 통해 윈윈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기업의 합병은 3단계 전략을 통해 진행된다.
우선 B2B 비즈니스에 공동으로 참여해 부품 구매비용을 절감한다.
다음으로 각자의 주력상품과 생산규모 등을 상호협정을 통해 결정하고, 공동으로 국내외 시장을 개척한다.
마지막으로 지분의 상호교환을 통해 경쟁력 있는 대형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합병의 초기단계에서는 각자 독립적인 2개의 사이트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두 기업이 거래하는 부품업체와 생산기지가 다르기 때문에 처음엔 각자 자신에 맞는 B2B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커롱은 심천에, 샤오티앤어는 상하이에 서로 다른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연다.
초기에 두 기업간의 제휴는 상대방이 주도하는 전자상거래 사업에 일정한 지분을 서로 투자하는 것뿐이다.
두 회사는 성공적인 합병을 위해서는 상당 기간 각자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독립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합병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예컨대 두 기업 가운데 하나라도 전자상거래에 성공하면 결국 두 기업 모두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기업의 경영진은 1개월여에 걸친 연구 끝에 내놓은 이런 합병전략을 ‘연방제’ 합병전략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자신들의 제휴모델을 전면 개방하고, 비경쟁 가전업체는 물론 같은 업종의 경쟁업체에게도 문을 열어놓아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두 회사 관계자들은 “인터넷 시대의 전자상거래에는 동종업체간의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경쟁방식을 버려야 한다.
개방적이고 협조적인 윈윈전략의 합병만이 최후의 승자를 보장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가전업체들의 사정이 다급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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