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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타크래프트 한판 할까?
[러시아] 스타크래프트 한판 할까?
  • 김윤섭
  • 승인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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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인터넷 카페 열기…이용료 비싸 아직은 ‘사치’ 모라토리엄(지불유예)과 물자 부족에 허덕이는 나라. 폐허 속에 옛 영화만이 무성한 나라. 많은 사람들이 러시아 하면 이런 가난한 이미지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인터넷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칙칙하고 음울한 러시아 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인터넷이라는 활짝 열린 세상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인터넷 카페’는 그런 젊은이들의 탈출구다.
모스크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한 인터넷 카페. 지하로 들어서자 번잡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담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안쪽엔 6대의 컴퓨터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한 중년 신사가 열심히 인터넷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몇몇 젊은이들은 서핑을 하며 맥주잔을 기울이거나 잡담을 늘어놓는다.
웬 꼬마 하나가 들어오더니 당돌하게도 옆자리의 젊은이에게 네트워크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컴퓨터 옆에 붙은 칵테일 바의 아가씨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커피를 권하느라 정신이 없다.
95년 12월 ‘테트리스’라는 인터넷 카페가 등장한 뒤 모스크바에선 현재 15개 가량이 영업을 하고 있다.
시간당 요금은 위치와 제공하는 서비스에 따라 15루블(약 600원)에서 80루블(3190원)까지 천차만별이다.
대개 30~50루블이면 1시간 정도 인터넷 세상을 즐길 수 있다.
프린터나 스캐너, 데이터 백업 등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여럿 생겨났다.
단골 손님 대부분은 스타크래프트나 퀘이크3 같은 게임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다.
러시아의 인터넷 카페는 한국의 피시방에 복합 휴식공간을 결합했다고 보면 된다.
몇줄로 컴퓨터가 죽 늘어서 있고, 컴퓨터 옆에 조그맣게 마련된 바에서는 간단한 요깃거리나 술, 차 등의 음료를 판다.
당구장이나 카지노 등의 오락시설을 갖춘 곳도 꽤 있다.
러시아의 평균임금이 1500루블(약 6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카페 이용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편이다.
시간당 요금을 30루블로 잡아도 한달 봉급을 몽땅 투자해봤자 고작 50시간 정도밖에는 인터넷을 즐길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사정 때문에 러시아에서 인터넷 카페는 다소 사치스런 단어처럼 들리는 게 사실이다.
97년 이후 러시아의 인터넷 사용자는 2년 만에 5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상거래나 온라인 광고 등 각종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1억5천만명의 인구를 고려할 때 러시아의 인터넷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인터넷 카페의 인기는 러시아 닷컴 산업이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징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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