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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미국 투자은행 토론토 공습
[캐나다] 미국 투자은행 토론토 공습
  • 캐나다 배훈호 통신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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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메릴린치 등 금융시장 잠식 거세… 자국 은행들 힘겨운 반격
최근 JP모건이나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 투자은행들의 캐나다 침공이 거세지고 있다.
캐나다 투자은행들은 이런 분위기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속으로는 ‘남쪽 사촌’인 미국의 분발에 배가 아프다.
캐나다에서 미국 투자은행이 보여주고 있는 활약상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나, 캐나다인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캐나다에서 성사된 크고 작은 인수합병 18건 가운데 13건이 미국 투자은행의 주도로 이뤄졌다.


과연 캐나다 본토박이 투자은행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실제로 캐나다 산업 전반에 걸쳐 미국 투자은행에게 입지를 내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하이테크 회사와 에너지 회사들은 M&A 추진시 무조건 미국 투자은행으로 먼저 달려간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사업확장 계획을 세우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쪽 상황에 밝은 투자은행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토론토 지사장인 로버트 겜멜은 “캐나다 투자은행은 미국 기준으로 볼 때 2류에 불과하다.
그런 생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 기분 나쁘게 들리지만 전혀 억지는 아니다.
북미 동부의 제2 금융도시인 토론토에는 메릴린치, 살로먼스미스바니, 모건스탠리, JP모건, CSFB,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 투자은행이 간판에 ‘캐나다’라는 꼬리표만 달고 금융 다운타운인 베이스트리트에 포진하고 있다.
물론 캐나다 투자은행이 사태를 수수방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지사의 역량을 강화시키는가 하면, 자국 고객의 발목을 붙들어두기 위해 달콤한 당근을 던지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캐나다 고객층이 얇고 에너지와 하이테크 분야의 핵심고객은 이미 미국으로 건너간 상황이란 사실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의 CIBC월드마켓도 300여명의 프로급 인력으로 47억달러의 매출을 내고 있다.
하지만 메릴린치의 2250명 인력과 40개국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건져올리는 270억달러 매출에 비하면 초라하다.
살로먼스미스바니의 3천여명 인력에 50개국에서 200억달러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쑥스러워진다.
RBC도미니언증권도 캐나다 시장을 잠식당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대담하게 미국을 공략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전략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시기는 아니지만 파생 금융상품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미국 은행과 대등한 수준의 올라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CIBC월드마켓도 “이제 우리의 적은 RBC도미니언이 아니라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다”라고 기염을 토한다.
캐나다 전장에서 승전보를 터뜨린 예도 있다.
이동통신 회사인 텔러스(Telus)의 자본조달 프로젝트에서 T.D.시큐리티가, 미국 투자은행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만큼 저렴한 대출이자로 자본조달을 성사시켜 텔러스를 미국의 마수에서 건졌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계속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살로먼스미스바니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요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캐나다 투자은행의 자구책은 뭘까. 하나는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자는 대안이다.
캘거리의 퍼스트에너지캐피털의 경우 고객의 요구를 전례없이 심도있게 분석해 밀착봉쇄식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미국 투자은행들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고 선전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이 대규모 딜만 쫓아다닐 때 이들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 탈리스만(Talisman)이나 선커(Suncor)와 같은 정유회사의 뒷일을 처리해주었다.
또하나의 방책으로 합병을 통한 매머드급 투자은행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있다.
그러나 이는 폴 마틴 재정부 장관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고,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은행들의 목소리를 조율하기도 쉽지 않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캐나다 투자은행 전체가 부실화할 것이라고 염려한다.
잘 나간다는 RBC도미니언과 CIBC월드마켓 두 회사도 2년 뒤에 생존하고 있을 것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나온다.
앞으로 전장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그럴수록 캐나다 투자은행에게 분발의 목소리는 높아질 것이다.
무적함대 미국에 맞서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캐나다 투자은행의 받아치기 전략이 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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