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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 부질없는 도박인가, 대박인가
[비지니스] 부질없는 도박인가, 대박인가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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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텔레콤, 벤처기업으론 HDR 시스템 첫 개발… 올 가을 입찰이 승부처
통신시스템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인 기산텔레콤 www.kisantel.co.kr은 지난해 10월 큰 ‘도박’을 감행한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낯설던 HDR(High Data Rate:고속데이터전송기술)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용어설명 참조) 잘만 하면 ‘대박’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판돈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위에선 모두 콧방귀를 뀌었다.
HDR 시장이 과연 생겨날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기야 지난해 10월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이 잡고 있었다.
기술적으로 최고로 진화된 동기식 서비스(cdma2000-3x)를 실시하는 게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비동기식(W-CDMA) 진영에서도 2002년 5월 ‘꿈의 서비스’를 장담했다.
통신사업자들이 기껏 2.5세대(IS-95C)로 불리던 cdma2000-1x에서 데이터 전송속도만 높인 HDR을 도입할 이유가 없어 보였던 것이다.
당연히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의 간부들은 HDR 시스템 개발을 반대했다.
아까운 투자비만 날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시스템 개발을 결정했다.
증자를 통해 초기 자금 130억원도 마련했다.
휴가도 설도 없는 강행군이 시작됐다.
기산텔레콤 정동호 이사는 당시 HDR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던 몇가지 근거들을 이야기한다.
우선 벤처기업 입장으로서는 틈새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3세대 이동통신 장비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국내 대규모 장비업체들이 싹쓸이를 할 가능성이 컸다.
기산텔레콤이 기웃거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기산텔레콤은 cdma2000-1x에서 cdma2000-3x로 넘어가는 데 3~4년의 시간 간격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HDR 서비스가 부분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본 것이다.
HDR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연구실 최성규 책임도 여기에 동의한다.
“오히려 시장이 활성화되었다면 기산텔레콤이 들어가기가 힘들었을 겁니다.
벤처기업 입장으로선 선점 효과가 있는 기술을 겨냥해야 합니다.
끝이 안 좋아도 기술은 남는 거니까 날리는 셈치고 투자를 한 겁니다.
” 게다가 휴대전화 음성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결정을 도왔다.
앞으로 무선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서비스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전송속도만 높인 HDR은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기산텔레콤은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HDR을 도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산텔레콤의 전망은 보기좋게 맞아떨어졌다.
올해 초 cdma2000-3x는 기술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판명났다.
이미 3x의 국제 표준화 활동은 거의 활동을 중단했다.
비동기(W-CDMA)도 기술적 불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세계적으로 서비스 시작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다음 진화단계로 HDR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실제 지난 3월 말 HDR 공개시연회를 연 KTF는 내년 5월 한·일 월드컵 때부터 HDR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KTF는 올 11월께 장비성능평가시험(BMT)을 거쳐 장비업체들을 선정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지난 6월 내년 5월 월드컵 개막식 이전에 HDR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렇다면 기산텔레콤은 ‘대박’을 터뜨린 것인가. 하지만 속단하기엔 이르다.
틈새로만 여겼던 HDR의 사업성이 밝아지면서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팔짱을 끼고 있던 삼성전자도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HDR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기산텔레콤보다 먼저 HDR을 개발해왔다.
기산텔레콤이 실제 입찰에 참여했을 때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HDR이란 퀄컴은 지난 1998년 6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3세대 동기식 표준 규격으로 cdma2000-1x와 cdma2000-3x 등 두가지를 제출했다.
따라서 현재 2.5세대로 불리는 cdma2000-1x도 사실은 국제전기통신연합이 승인한 3세대 표준 규격인 셈이다.
하지만 cdma2000-1x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초당 144kbps로, 정지 상태에서 최대 2Mbps의 데이터 전송속도를 내도록 규정한 ‘3세대 통신’의 자격조건에 다소 모자란다.
때문에 퀄컴을 중심으로 한 동기 진영에선 cdma2000-1x를 좀더 발전시켜 데이터의 전송속도를 최대 2.4Mbps까지 높일 수 있는 새로운 표준을 개발하게 된다.
그게 바로 ‘HDR’(High Data Rate:고속데이터전송기술)이다.
HDR의 정식명칭은 ‘1xEV-DO’이다.
EV(Evolution)란 cdma2000-1x에서 ‘진화’했다는 뜻이며, DO(Data Only)란 데이터 전용서비스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무선통신 연구기구(ITU-R WP8F)는 최근 열린 회의에서 1x EV-DO를 3세대 표준 가운데 하나로 추가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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