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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이지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부장
[나는프로] 이지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 부장
  • 임채훈 기자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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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마술사
홍보대행사 업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고객사 뒷바라지와 기자 접대, 이 두가지였다.
하지만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홍보대행사에 대해 무척 관심있는 축에 속했다.
이 부장은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들을 때면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가 힘들어 그냥 광고대행사에 다닌다고만 말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랬으니, 홍보대행사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당시 이 부장의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유명한 대기업이나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불문학도를 꿈꾸며 대학원까지 마친 그가 홍보대행사를 택했던 건 순전히 늦깎이였는데다 사회생활 경험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다.
집안이 어려워 불문학자의 꿈을 접고 그가 처음 들어갔던 곳은 링크인터내셔널이라는 정보기술(IT) 분야 전문 홍보대행사였다.
그나마 6개월 계약직에 쥐꼬리만한 급여가 전부였다.
일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
아는 것이 없어 자정까지 회사에서 경영학과 마케팅 서적을 들추고, 집에 와서는 새벽 2시까지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익혀야 했다.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그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가 애써 작성한 보도자료에 혹시라도 어려운 말이 있으면 기자들이 전화를 걸어와 꼬치꼬치 캐물으며 괴롭히기 일쑤였다.
제대로 대답을 못하면 창피를 당할 것 같아 IT 관련 서적을 늘 가방에 넣고 다녔다.
신기술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관련 용어의 철자까지 외우기 위해 이 부장은 때로 자식에게 냉정한 어머니가 되어야 했다.
집안 일을 제대로 못하는 무능한 아내라는 부당한 눈초리를 받을 때도 있었다.
경력 3년 만에 몸값 두배로 뛰어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노력에 대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입사한 지 3년이 지나자 다른 회사에서 같이 일하자며 그에게 손짓을 한 것이다.
그 가운데는 연봉을 두배로 주겠다는 곳도 있었다.
이 부장은 처음 일했던 곳이 마음에 들어 옮기지 않았다.
국내 홍보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일년이 지날 때마다 그의 몸값은 배로 뛰었다.
서버(server)를 단지 ‘봉사자’로만 번역하던 인문학도가 IT 분야 홍보업계의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몸값만 뛰었다면 돈을 따라 움직이며 홍보업계를 떠났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과 자신이 일하는 회사, 그리고 홍보업계가 함께 커가는 모습을 놓치기가 아까웠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성취감이 돈이 주는 기쁨보다 더 컸던 것이다.
최근에는 홍보업체들이 하는 일도 많이 고급화됐다.
기자들과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능력으로 내세우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가 지금 일하는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는 기획, 마케팅 관련 컨설팅, 기업의 위기관리 지원 등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함께 하고 있다.
IT 업계가 90년대를 지나며 급속히 커지면서 IT 분야의 홍보담당자가 전문직으로 떠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최근 홍보대행사로 들어오는 이력서에서 ‘토익 900점’ ‘은행경력 3년’ 등의 문구를 볼 때마다, 그는 자신이 이 업계에 일찍 들어왔다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느껴진다.
“지금 같으면 나이 많고 경력없는 불문학도를 뽑아주기나 했을까요.”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 홍보인의 기본자세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원칙을 깨닫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홍보업계에 몸을 담은 지 3년이 지나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조금씩 치켜세우자 ‘이제는 전문가가 됐구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즈음 그가 홍보를 맡아 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일년간 일할 기회가 생겼다.
고객 회사의 홍보를 잘 하기 위해선 고객사에서 직접 일해봐야 한다는 MS의 방침 때문이었다.
신뢰 담긴 말 한마디가 고객 설득 MS에서의 근무는 자신을 돌아보게 한 계기였다.
마케팅 효과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MS 사람들은 광고문구 하나, 그림 하나를 놓고 며칠씩 토론을 벌였다.
전방에서 직접 뛰는 사람들을 보니, 후방에서 한가하게 보내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고객사 입장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제가 하기 편한 일만 찾아서 했더군요. 그걸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 하지만 고객사 처지에서 일한다는 것이 마냥 긍정적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한번은 외국의 유명 기업 제품의 공급권을 획득한 국내 소형업체에 관한 보도자료를 만들 때였다.
이 국내 기업은 단순한 공급권을 획득한 데 지나지 않았는 데도 ‘전략적 제휴’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이 부장에게 요청했다.
외국 기업의 이름을 빌어 자사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고객의 입장대로 따라야 했고, 그것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었다.
그는 “그 일은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고 고백한다.
당시 고객사를 설득하지 못한 자신은 결코 프로가 아니었다고 이 부장은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사람이 대중은커녕 고객사 마음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은 단지 말을 잘하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는 이야기한다.
“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신뢰가 담긴 말 한마디는 그렇지 못한 한마디보다 몇백배의 힘을 갖기 때문이죠.” 국내 홍보대행사에서 10년 가까이 몸담은 그가 후배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IT 홍보 전문가가 되는 길
홍보전문가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자신이 ‘T자형 인간’인지부터 먼저 살펴야 한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물론, 어느 특정 분야에 대해선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갖고 있어야 홍보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다른 조건을 보지 않고 바로 홍보대행사에 채용될 수 있다고 이 부장은 귀띔한다.
비록 T자형 인간은 아니더라도 영어에 자신감이 있다면 홍보대행사에 원서를 넣음직하다.
플레시먼힐러드코리아나 인컴브로더 같은 홍보대행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토익점수가 800점을 넘는다.
최종면접에서 합격하는 사람들의 점수는 대부분 900점이 넘는다고 한다.
IT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홍보대행사들은 AMD, 모토로라, 페어차일드반도체 같은 다국적기업들을 고객으로 삼고 있어, 이들 앞에서 수시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공은 커뮤니케이션 관련 학과나 경영, 마케팅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특별히 전공에 대한 제한은 없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능력이 있고, 자신의 생각을 글과 말로 잘 나타내면 좋은 홍보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도 다른 분야 못지않게 필요하다.
고객사의 담당자와 언론사의 기자들을 늘 만나게 되는 등 사람과 부대끼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단순히 만나는 것 외에 인간적으로 부딪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연봉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 2천만원 안팎이다.
처음에는 연봉에 비해 일이 힘들고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3~5년 정도 경력을 쌓으면 상황이 바뀐다고 이 부장은 조언한다.
이 정도 경력을 쌓으면 여기저기서 두배의 연봉을 부르며 손짓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홍보대행 업체에서 구애를 하는 경우도 있고, 고객사에서 능력을 인정하면 직원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화려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홍보대행사는 외국 회사와 다르게 아직도 단순작업이 많은 편이다.
플레시먼힐러드 같은 경우도 아직은 80%의 일이 단순작업이고, 나머지 20%의 일만이 고도의 능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이 부장은 말한다.
자신의 성장이 업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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