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7:19 (목)
[포커스] 스포츠 마케팅 경쟁 ‘킥오프’
[포커스] 스포츠 마케팅 경쟁 ‘킥오프’
  • 황정우 FC네트워크 이사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국적기업들 국내 진출 본격화… 선진 노하우 전수·시장 성숙 계기될 듯 이미 지난 세기가 되어버린 1996년 중반, 미국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인 IMG와 K리그의 전신인 프로축구연맹 사이에 하나의 계약이 맺어졌다.
이 계약은 한국 스포츠 마케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중요한 상징이었다.
IMG는 ‘International Management Group’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대, 최고의 스포츠 마케팅 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다국적 스포츠 마케팅 회사가 한국 프로축구의 마케팅 권리를 5년간 확보한 것이다.
당시 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국내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광고대행사들이 경쟁에 참여했다.
하지만 스포츠 마케팅을 위한 전담조직은 물론, 전문인력조차 없었던 국내 회사들은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계약이 만료된 올해 IMG는 K리그쪽과 재계약을 맺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IMG는 상당부분 마케팅 권한을 포기한 채로 계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IMG의 비즈니스 실험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ISL, 한국·일본에 지사 설립 사실 5년 전 계약에 대해 당시는 물론 그뒤로도 심심치 않게 계약내용의 형평성 문제가 거론돼왔다.
IMG가 한국 프로축구에 대해 독점적이고 반영구적인 마케팅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이같은 불공정한 계약이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우리나라에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고, 경기단체와 대행사 사이의 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원인이다.
하지만 이런 배타적 조건을 갖고도 5년이 지난 지금 IMG가 상당부분 권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 스포츠 마케팅의 비즈니스 여건이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ISL(International Sports & Leisure)은 IMG와 함께 세계 스포츠 마케팅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거대 기업이다.
이 둘은 세계 축구를 지배하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마케팅 대행사로, 월드컵을 비롯해 FIFA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 축구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한다.
FIFA의 상업적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들의 활약상은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를 통해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본사에서 파견한 직원들이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 주변을 쉴새없이 드나들면서 사전에 허가받지 않은 기업의 모든 브랜드를 흰 테이프로 가리고 다닌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서는 입을 다물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이런 ISL이 2002년 월드컵을 놓칠 리가 없다.
ISL은 월드컵을 위해 한국과 일본에 각각 지사를 설립했다.
일본에선 ISL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덴츠라는 최대 광고대행사가 월드컵 비즈니스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ISL이 활동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ISL코리아의 경우 월드컵 조직위원회나 축구협회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가며 힘겨운 비즈니스를 벌여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ISL코리아는 최근 스포츠마케팅코리아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독립 법인으로 새로운 행보를 시작했다.
영국 출신으로 홍콩에서 건너온 외국인 사장도 물러나고 내부 인사를 통해 새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조직도 바뀌었다.
ISL코리아가 SM코리아로 바뀌게 된 것은 물론 본사인 ISL이 파산 선고를 받고, 그 역할을 대신할 피파마케팅에이전시(FIFA Marketing Agency)라는 신설 회사의 행로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직접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이 아니더라도 ISL코리아의 설립 이후 활동 과정과 성과는 한국에서의 스포츠 마케팅 비즈니스 전개 방식을 재검토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IMG, SM코리아(옛 ISL코리아), 그리고 옥타곤(Octagon) 등 규모면에서 세계 3대 스포츠 마케팅사가 모두 진출해 있다.
이들은 각기 선수 매니지먼트, 월드컵, 기업마케팅 부분에서 상대적인 강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인터넷 붐을 타고 온라인 스포츠 미디어로 성가를 올리고 있는 스포탈(Sportal), 스포츠닷컴(Sports.com) 같은 온라인 스포츠 마케팅 기업들도 이미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 일찍 진출한 몇몇 회사들은 IMF와 닷컴의 극심한 부침 속에서 존폐의 기로를 넘나들며 상당한 조직 변화를 겪기도 했다.
월드컵은 수천억원대 ‘빅딜’ 스포츠 방송, 매니지먼트, 이벤트, 프로퍼티(Property:스포츠 경기에 대한 제반 권리)의 운영을 총괄할 수 있는 많지 않은 회사 중 하나인 SFX도 조심스럽게 한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비방디라는 모그룹을 든든한 후원자로 둔 프랑스의 스포츠플러스(Sport Plus)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해외 스포츠 마케팅 기업들은 대부분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한 종합 커뮤니케이션 그룹을 모체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기업 아래 다국적 광고대행사, 방송사, PR 회사 등을 함께 거느리고 있다.
이같은 구조 속에 있는 스포츠 마케팅 회사는 비즈니스를 전개하기에 훨씬 유리한 입장에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한 회사를 통해 광고, PR 등 다양한 측면의 서비스를 간접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계 기업간의 네트워크가 잘 구성된 스포츠 마케팅 회사의 경우 이같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외국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순기능도 이런 선진 노하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국내 스포츠 마케팅사들의 비즈니스는 ‘사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영업과, ‘맨땅에 머리박기’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외국의 스포츠 마케팅 대행사들이 잘 짜여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하는 선진 노하우를 보여주고, 월드컵을 계기로 구축된 많은 인프라를 활용하는 실용적인 사례들을 보여주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스포츠 마케팅이 한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하는데 더 없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진출해 있는 거대 외국 스포츠 마케팅 회사의 한국 지사나 한국 파트너들은 그다지 명성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와 그에 맞는 전략을 기조로 진행하는 일반 기업의 해외 진출과 비교해볼 때 한국에 진출한 스포츠 마케팅 관련 다국적기업들은 진출 목적이나 비즈니스 전개 방향을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
조직 운영 면에서도 한국 지사를 단순한 연락사무소 정도로 활용하거나, 또는 거꾸로 책임을 방기하다시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듯 외국계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한발만 걸치고 있는 듯한 모습은 결국 외국 본사의 선진 노하우가 국내에 제대로 접목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아직 국내의 스포츠 마케팅 시장이 그만큼 성숙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몇몇 회사는 한국 지사를 운영하면서 책임자 선정에 상당한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것은 일을 추진할 적당한 인력 풀이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사정에 능통하고 외국어까지 구사하면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 외국 회사는 이런 문제로 상당기간 제대로 된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해 현재까지도 본사의 위상에 걸맞은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겉보기에 다국적 스포츠 마케팅 기업의 지사로 활발히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그동안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스포츠와 지역 개발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주목할 만한 성과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아 앞으로 비즈니스를 할 때 상당한 부담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외국 기업의 시행착오는 일반적으로 경영 시행 착오 등 내부 문제와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외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이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IMG가 한국에 진출한 시점이 한국의 월드컵 유치가 결정되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거나, ISL코리아가 월드컵의 운영을 위해 설립된 것은 월드컵이 우리나라의 스포츠 마케팅에서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한국의 월드컵 유치가 외국계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게 한국 시장 진출을 고려하게 만든 것이다.
88년에 이미 월드컵에 버금가는 올림픽이 열렸음에도 이들 외국계 대행사들이 굳이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것은 월드컵이 지닌 상업적 속성과 한국의 경제규모 등이 맞물려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월드컵은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제외한 순수 사업규모만으로도 수천억원대를 웃도는 빅딜인데다 월드컵 이후 개최국에서의 축구 시장 확대 가능성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기회다.
국내 기업, 파이 키우기 공조해야 하지만 한국이 독자적인 시장으로 매력을 지니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다음번 올림픽 개최지가 중국 베이징으로 결정되면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시장의 한부분으로 자리 매김될 것이다.
실제로 한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몇몇 스포츠 마케팅 회사는 한국과 중국을 하나의 비즈니스 영역으로 간주하고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단 순기능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기업의 투자 환경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 환경도 외국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이 활동하기에 편안한 여건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한국 시장은 스포츠 프로퍼티의 소매점 정도의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외국의 전문 기업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시기에 국내의 몇몇 기업들은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스포츠 마케팅의 기반을 나름대로 충실히 다져왔다.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스포츠 마케팅의 실질적인 효과를 인정하고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금강기획이나 제일기획 같은 대그룹의 광고 대행사 조직은 ‘계열사’라는 조직 특성으로 독자적인 사업 영역을 개척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서서히 자기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전문적인 스포츠 마케팅 회사들의 성장이 있어야 한다.
결국 앞으로 우리나라 스포츠 마케팅의 시장 판도는 외국계 기업과 이들 국내 전문 회사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그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이 기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장악력을 행사할 수 있고, 외국 기업이 새로운 스포츠 마케팅 프로그램이나 프로퍼티를 공급할 수 있다면 상호 협력의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수준에선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간의 사안별 협력 관계나 공동 프로젝트의 추진 등이 현실성 있는 모양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한국의 마케팅 상황에 대한 외국 기업들의 올바른 이해와, 기존의 비즈니스 관행을 넘어서려는 국내 기업의 자기혁신 노력이 전제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나눠먹기가 너무 작은 파이를 함께 키워간다는 개척자적 정신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