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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내 다리 내놔라" 사이버 귀신이 흐느낀다.
[문화] "내 다리 내놔라" 사이버 귀신이 흐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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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0.07.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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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정하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의 고등학교로 가게 됐다.
정하는 하숙을 했는데 소희라는 예쁘장한 여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됐다.
둘은 일주일도 안돼 친자매처럼 친해졌지만 소희는 매일밤 12시만 되면 하숙집을 나가는 버릇이 있었다.
새벽 2시가 되어 돌아온 소희의 몸에서는 이상한 흙냄새와 비린내가 풍겼다.


월말고사를 하루 앞둔 밤이었다.
호기심 많은 정하는 소희가 나가기 전에 몰래 소희의 옷깃에 가느다란 실을 매달아놓았다.
밤 12시가 되자 소희는 어김없이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가는 거였다.
하지만 막상 소름이 끼쳐 그냥 컴컴한 방에 앉아 한없이 풀려가는 하얀 실타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2시간이 지나도록 소희가 돌아오지 않고 실만 계속 풀리고 있었다.
정하는 조금씩 가슴이 떨려왔다.
무서움을 참을 수 없던 정하는 불을 켜려고 벌떡 일어서다 그만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
창 밖에서 소복을 입은 소희가 입에 피를 묻힌 채 방 안을 들여다보며 조용히 실을 당기고 있었던 것이다.
”(승엽의 공포 사이트 galaxy.channeli.net/shps/main.htm에서 퍼옴) 모니터에 처녀귀신이 날아다닌다 인터넷에 대한 귀신들이 떠돌고 있다.
공포스런 귀신 사진은 기본이고, 공포 영화나 공포 소설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게시판엔 여기저기서 퍼올린 ‘체험담’들이 네티즌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여름철 안방의 시청자들을 바들바들 떨게 만들던 ‘납량물’이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오고 있는 것이다.
공포 사이트에 들어가면 분위기부터 심상치가 않다.
음산한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우중충한 검은 색상이 방문객들을 잔뜩 긴장하게 만든다.
이그러진 해골이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환영합니다”라고 하거나 처녀 귀신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붉은 피를 뚝뚝 흘리는 플래시를 구사해놓은 곳도 있다.
마우스를 갖다 대면 금세라도 몽달 귀신, 다리 잘린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다.
‘공포스런 글들 모임’이라는 뜻의 ‘공글모’ i.am/gongulmo는 일종의 공포 포털 사이트라고 할 만큼 다양한 메뉴를 갖춰놓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라이브 귀신 카메라’. “귀신을 직접 확인하라”며 미국 오리건주 공동묘지벽, 아일랜드 월라드 도서관, 영국 롬더데일리 지방 도깨비불 등 귀신이 자주 출현하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 외국 사이트를 링크시켜 놓았다.
실제로 귀신이 출몰했는지는 모르지만 현장 중계 방식이 사실감을 더해준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귀신 소리도 머리카락을 쭈뼛 서게 만든다.
70년대 말 구소련에서 땅을 시추하던 중 녹음했다는 귀신 소리를 들으면 지옥속에 빠진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네티즌들의 체험담만을 위주로 운영되는 ‘진공글’ 게시판, 공포스런 소설 들을 모아놓은 ‘공글’, 철지난 공포이야기만 모아놓은 ‘공포 시간 여행’ 등 다양한 게시판도 장점이다.
한국방송공사에서 지난해 방영한 12편의 ‘전설의 고향’을 다시 볼 수도 있다.
풍부한 심령 사진은 은근한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전설의 고향’류의 정감있는 귀신도 즉각적인 공포감을 주는 데는 역시 사진이 최고다.
하지만 엽기적이지 않으면서 짜릿함을 주는 공포 사진 전문 사이트는 그리 많지 않다.
김영재의 공포 사이트 myhome.shinbiro.com/~genius38/frame1.htm는 ‘전설의 고향’ 류와 비슷한 ,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정감 있는’ 귀신을 보고 싶어하는 네티즌들에게 권할 만하다.
나이트메어, 엑소시스트 등 한여름밤 더위를 식혀줄 공포 영화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하고 있다.
떠도는 넋 www.ghost.oo.co.kr도 전통 공포체험을 고수한다.
어릴 적 할머니 무릎에 누워 들었던, 한국 귀신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이트다.
입구에 걸린 “당신의 심장 박동을 책임질 수 없다”는 글이 섬뜩하게 느껴진다.
일부러 공포감을 유발하려 애쓰지는 않는다.
‘은근한’ 공포감만으로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웹디자인 수업 시간에 팀원들과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는 유병훈씨는 “진짜 영적인 능력을 소유한 것 같은 고등학생이 방문한 적이 있어 ‘공포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공포 사이트 운영자들조차 ‘무서운’ 볼거리로 인정하는 호러월드 horrorworld.pe.kr에도 코너마다 무시무시한 비명이 기다리고 있다.
괴기스러운 음악, 간간이 들려오는 괴성, 번쩍이는 플래시들이 공포를 미학으로 도약시킨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여우 울음 소리, 귀신 울음 등 다양한 공포 음향도 듬뿍 들어 있다.
차례차례 음향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칠흑같이 어두운 밤 공동묘지에 혼자 앉아 있는 듯한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영화 애호가라면 권혁민(36)씨가 운영하는 호러 무비 사이트 ‘블러드 송’ www.bloodsong.pe.kr에서 우아한 공포를 맛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권씨가 갖고 있는 1000장 가량의 비디오와 LD 등을 바탕으로 올려지는 다양한 공포·컬트 영화를 화면으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외계인과 사후세계 다루는 웹진도 플라이 www.fly.co.kr/main.htm는 공포 소설과 추리 소설 전문 사이트이다.
200여개 가까운 공포 소설을 비롯해 추리, 미스터리 등을 볼 수 있다.
여름철 성수기 덕분인지 문성실씨의 <공포의 산장>은 최근 들어 조회수가 700건을 넘어섰다.
사이트 운영자 김민형(20)씨는 “직접적인 공포 체험은 한번 즐기고 나면 볼 게 없어지고, 콘텐츠를 가공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소설은 상상력이 주는 공포감이 더 크다”고 말한다.
이밖에도 웹진 괴물딴지 www.ddangi.com 는 귀신과 사후세계, 외계인, 미스터리 현상을 다루는 사이트다.
귀신이 출몰하는 흉가 이야기, 심령술, 전세계의 물귀신 이야기 등 다양한 글과 사진들이 무서움과 재미를 함께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더위를 잠시 쫓아내는 데는 멀티미디어 귀신이 제격이다.
엽기 사이트는 진정한 공포가 아니다
공포 포털 사이트 수준인 공글모(공포스런 글들 모음) 운영자 김건우(24)씨에게 공포 사이트의 이것 저것에 대해 이메일로 물어봤다.
김씨는 현재 대학교 휴학생이다.
사이트는 언제 열었는가. 지난해 11월22일 혼자 시작했다.
지금도 혼자 운영한다.
사이트를 연 동기는. 잔인한 사진과 글만이 공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은연중에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공포를 드러내는 게 더 긴장감을 준다.
한국과 외국의 공포 사이트가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홈페이지 디자인에 역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사이트에 들어가는 순간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외국은 글 위주의 공포 사이트라고 보면 된다.
옛날에는 외국 사이트에도 각 도시의 유령의 집을 소개하는 사이트가 많았다.
공포 사이트의 문제점이 있다면. 늦은 업데이트 등으로 많이 외면을 당해온 게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적인 공포가 아닌, 잔인성을 느낄 수 있는 엽기 사이트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인터넷계의 미풍양속을 깨뜨리고 공포 사이트를 외면하게 만든다.
최근 흐름은. 1~2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말 역겨운 사이트가 많았다.
지금은 잔인성보다는 실생활의 공포를 이끌어주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다면. 홈페이지의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사용된 음악이 조금 변경돼 아기 목소리 같은 게 녹음이 된 적이 있었다.
그 일 때문에 홈페이지 운영을 중단하려고 하기도 했다.
가끔 이렇게 엽기적인 해킹(?)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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