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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마니아 김남훈씨의 활용기
4. 마니아 김남훈씨의 활용기
  • 김남훈 딴지일보 마케팅팀
  • 승인 2001.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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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A는 내 삶의 매니저” 빡빡한 일정 관리에 효과 만점 먼저 짤막하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
난 딴지그룹의 딴지일보에서 마케팅과 모바일 비즈니스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세군데 전문 월간지에 글을 기고하고, 일주일에 두개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그리고 6개월에 한권 정도씩 단행본을 내고 있다.
지난해 <엽기일본어>란 어학용 서적을 냈고, 얼마 전에는 PDA 관련 책을 썼다.
다음달에는 모바일 비즈니스에 관한 책을 낼 계획으로 준비중이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면, UK그룹이라는 프로레슬링 단체 소속 레슬러로, 일주일에 두번씩 실제 링 위에서 스파링을 하고 있다.
복잡하다.
더이상 복잡할 수가 없다.
내 기억세포 용량으로는 이 모든 걸 도저히 처리할 수가 없다.
매니저를 한 사람 둬야 할까보다.
그러나 난 이 모든 걸 무난히 해내고 있다.
기억력이 비상하지 않고 깜빡깜빡 까먹는 버릇이 있는 나를 내가 너무 잘 알기에, 지금 정도면 일을 잘 처리해 나가고 있는 셈이다.
비결이 뭐냐고? 나의 든든한 ‘빽’은 바로 PDA다.
PDA는 일반 전자제품과는 좀 다르다.
항상 사용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작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심지어는 하도 오랫동안 손에 들고 다녀서, 또는 주머니에 넣고 다녀서 따뜻해질 정도다.
더운 여름철엔 기계에서 땀냄새까지 난다.
분신이 된 까닭이다.
PDA는 전자수첩과 어떤 점이 다를까? 우선 PDA는 컴퓨터와 유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한다.
컴퓨터 안에 있는, 어제 거래처에서 메일로 보낸 사업 제안서를 PDA로 옮기고, 해당 사안을 검토하고 진행하는 것을 하나의 ‘작업’으로 설정한 다음, 마감기일 알람을 지정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이 불과 30초면 끝난다.
메인 머신인 데스크톱과의 강력한 연대는 전자수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초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PDA는 너무 작아서 입력이 불편하다.
대신, 데스크톱에서 현재 진행중인 작업을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하며, 관련된 자료를 PDA에 저장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복잡한 것 같지만 실상 별것 아니다.
밀린 신용카드 결제일 확인하기, 친구에게 꿔준 돈 잊지 않게 정리하기, 업무적 성격의 술자리 일정 기억하기까지, 소소하면서도 상세하게 모든 것들을 기록해 나간다.
바로 여기에 비결이 있다.
이 모든 걸 기록하는 과정에서 내 머릿속은 해야 할 일들을 맹렬하게 사고하기 시작한다.
사실 PDA는 정리만 해줄 뿐 결과물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순차적인 계산을 PDA가 돕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빠른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다.
206MHz에 64MB 메모리, 확장카드를 쓰면 2GB까지 메모리를 늘릴 수 있으며, MP3도 재생되고, 동영상도 돌아가며, 인터넷 검색도 가능하다.
내 플래시메모리에는 X양 시리즈로부터, 껌딱지, 빨간끈 등 인터넷에 밝은 ‘색티즌’이라면 알 만한 동영상 클립이 ‘가득’ 들어 있다.
그리고는 “봐라! PDA 성능이 엄청나게 좋아졌지?”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으스대기도 한다.
PDA의 능력은 이처럼 대단하다.
하지만, 얼마 전 나는 아버지의 수첩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수십여 권에 이르는 수첩에는 가족의 경조사에서부터, 친목계 일정, 사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구상 등이 1970년부터 빼곡이 정리돼 있었다.
쌓아올리면 아마 1m가 넘을 것 같았다.
새해 첫날 바닷가에서 각오를 적은 글에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분연한 모습이 필체의 떨림으로 느껴졌다.
큰아들인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는 ‘김남훈 대학 합격’이라고 큼지막하게 쓰고 대학 담당자 이름과 은행 계좌번호까지, 뭔가 자랑하려는 듯 모두 한자로 또박또박 쓰여 있었다.
나의 PDA는 일정과 주소록 정보를 관리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수첩은 최소한 30년 전부터 당신의 마음과 역사를 담고 있었다.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절대 따라잡지 못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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