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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디램반도체 경기정점 멀었다
[포커스] 디램반도체 경기정점 멀었다
  • 전병서(대우증권)
  • 승인 2000.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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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말~2002년 초에야 올 것”… 반도체주가 8월 중순 이후 안정
연초 이래 수급불안으로 줄창 하락해온 국내 주식시장에 반도체 경기 논쟁이 다시 강펀치를 먹이고 있다.
미국의 한 기관이 만든 자료를 두고 기술주 폭락에 새가슴이 된 반도체 주식 투자가들은 갈팡질팡이고, 반도체업계는 96년 이래 3년 불황 이후 이제 겨우 호황 문턱에 왔는데 무슨 경기피크냐고 시큰둥해하고 있다.
경기호황 기간 27개월밖에 안돼 반도체 경기 논쟁의 초점은 반도체 출하증가율 피크가 경기 피크냐, 아니면 반도체 출하 금액 최고치가 경기 피크냐에 있다.
<그림1>을 보면 과거 80년부터 95년까지 15년간 반도체 출하증가율 피크와 반도체 출하액 피크는 대체로 일치했기 때문에 경기정점의 시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 2000년의 사이클에서는 97년 이후 아시아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3년간 이어지는 바람에 증가율 산정의 베이스인 98년과 99년 수치가 너무 낮아져 2000년 증가율이 높게 나왔다.
그래서 논쟁의 빌미가 제공된 것이다.
예를 들면 연도별 매출액이 1차년도 10, 2차년도 10, 3차년도 30, 4차년도 60, 5차년도 90이라면 증가율은 2차년도 0%, 3차년도 200%, 4차년도 100%, 5차년도 50%인데 경기 피크는 200% 증가한 3차년도인지, 아니면 금액이 사상 최고치인 5차년도인지 하는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도체 경기를 점검하는 몇가지 척도를 놓고 보면 아직은 반도 체 경기가 피크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먼저 경기확장국면 기간이다.
반도체는 경기가 확장국면에 들어가면 공급측 애로 때문에 호황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84년 호황기에는 확장국면이 33개월, 88년에는 47개월, 95년에는 57개월간 지속되었다.
이번 2000년의 경기호황은 7월 현재 저점으로부터 27개월째다.
반도체의 주 수요처는 컴퓨터, OA기기와 통신장비인데 이들 기기의 반도체 수요상황을 보면 84년, 88년, 95년에 비해 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만약 2000년이 경기 피크라면 반도체 역사상 가장 짧은 경기확장 국면인데 이렇게 경기가 초고속으로 빠르게 하강할 만한 특별한 요인을 찾기 어렵다.
두번째는 설비투자이다.
2000년 들어 반도체장비업체들의 월별 매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설비투자 피크는 경기 피크 아니냐는 의문이 들고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장치산업인 반도체업종의 특성을 고려하면 좀더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DRAM반도체를 예로 들면 직전 경기 피크인 95년에 0.35미크론 라인 하나를 건설하는 데 15억달러가 들어갔지만 2000년 들어서는 0.18미크론 라인 하나를 짓는 데 25억달러가 소요된다.
같은 라인 수라도 투자비용이 67% 증가한 것이다.
따라서 같은 수의 라인을 짓더라도 월매출액은 사상 최고가 된다.
반도체의 설비투자는 <그림1>에서 보면 반도체 경기보다는 항상 1년 정도 후행한다.
반도체 설비투자가 올해가 사상 최고라면 반도체 경기는 99년이 피크라는 얘긴데 98년과 99년은 반도체업체들이 적자상태여서 설비투자를 할 여유조차 없는 시기였다.
반도체 출하액 대비 설비투자 비중을 보면 과거 반도체 경기 피크시에 30~50%대였는데 2000년은 아직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재고수준 과거 경기확장기 때와 비슷 다음은 재고다.
반도체는 수박이나 참외 등 여름철 과일과도 같은 특성이 있다.
수박값이 폭등했다고 해서 갑자기 수박 생산량을 늘릴 수 없듯이 반도체도 공장을 짓고 가동률을 맞추는 데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갑자기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
한국이 주력하고 있는 DRAM반도체의 경우 경기불황기에 반도체 재고는 3~4주 정도이고, 호황기에는 0.3~0.4주 정도로 떨어지는데 현재는 1.2주 수준에 있다.
95년 경기사이클과 비교해보면 현재 재고수준은 경기확장기인 93년의 재고 수준과 비슷하다.
최근 경기논쟁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세계 DRAM반도체 주식은 조정기를 맞고 있다.
2001년 경기하강을 고려해 주가가 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일주일간 외국인의 순매도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다.
주가는 미래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선행성이 있다.
그런데 그 선행성이 1년이나 1년반 정도를 미리 보고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림2>에서 보면 88년 피크 때에는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 월매출액 피크보다 후행했고 95년 피크에서는 마이크론이나 삼성전자는 반도체 월매출액 피크와 1~2개월 정도의 시차를 보였다.
95년 경기 피크에 DRAM반도체 월매출액은 43억달러 수준이었는데 올 5월 현재 23억달러대로 아직 95년 피크의 56% 수준에 그치고 있다.
DRAM반도체의 월별 피크는 2001년 말이나 2002년 초반에 올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좀 냉소적으로 얘기하자면 이미 한국기업이 아니라 외국인이 57%의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현재 외국인은 950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이중 최근 일주일간을 보면 하루에 15만주에서 31만주 정도를 팔았다.
9500만주 중에서 이 정도 매매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특별한 거래이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국내 3대 투신이나 양대 보험사의 조단위 이상의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도 하루에 이 정도 거래는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관이 하루에 15만주를 사면 국내기관이 반도체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호들갑을 떨 것인가. 일주일째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있지만 현대전자는 한달째 외국인이 순매수를 하고 있다.
DRAM 업계에서 세계1위는 삼성전자이고 2위는 현대전자, 3위는 마이크론이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 1등은 죽고 2등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외국인이 한국의 DRAM 업체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하락은 반도체 가격 약세에서 비롯한 것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주식시장이 약세가 되면 모든 것이 비관적으로 보인다.
이런 때는 한줄기 희소식이 희망의 단초가 된다.
최근 반도체 주식의 하락은 반도체 가격의 약세에 있다.
8.9달러대까지 갔던 64메가디램 가격이 최근 8.65달러까지 하락했다.
최근의 가격약세는 시장의 공급물량이 폭증했다거나 수요가 감소한 것이라기보다는 6월에 6~7달러대에 산 브로커들이 현물가격이 8달러대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보유물량을 일부 정리하고 있는 탓이다.
12월 크리스마스 대목을 겨냥한 PC메이커들의 반도체 주문이 피크를 이루는 시기가 8월, 9월이다.
8월 중순 이후 DRAM 가격은 다시 9달러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때쯤이면 갈팡질팡인 반도체 주식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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