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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상헌 사장
[디지털리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상헌 사장
  • 유춘희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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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권위주의, 직원에 창조적 아이디어 부추기는 인터넷 시대 ‘변화의 전도사’
지난해 7월, 이상헌 사장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CEO에 취임하면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저돌적으로 영업하는 군대조직 같은 회사를, 학자 스타일의 당신이 잘 이끌 수 있나?” 이상헌 사장은 이 질문에 딱 한마디만 하고는 말문을 막아버렸다.
“1년 뒤 한국썬이 어떻게 돼 있는지 그때 가서 보자!”

이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에다 온화한 학자 인상이 강한 탓에, 경영자 타입이 아니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는 그런 지적을 실적으로 되받아친다.
6월말 끝난 올 회계년도 결산 결과, 한국썬은 3700억원 매출을 올려 지난해보다 두배가 넘게 컸다.
“창업 열기가 뜨거웠고 닷컴기업의 서비스 확장이 이어지는 등 운이 좋았다”는 그의 말을 곧이들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든 게 앉아서 이뤄지지는 않는 법. 이 사장은 썬 본사의 앞선 비전을 높이 평가한다.
“10년 전에 제시한 기업의 비전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썬은 경쟁사들이 메인프레임을 놓고 떠들 때 ‘The Network is the Computer’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다.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운영체제 개발의 초점을 오로지 네트워크 성능에 맞춰 인터넷에 대비한 것이다.
이 사장은 취임 초기 한국썬의 유통망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채널 숫자를 줄이는 대신, 교육과 기술지원을 강화했다.
영업을 채널에만 맡기지 않고, 측면에서 힘을 보탰다.
닷컴기업과 활발히 제휴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관계를 강화한 것도 한국썬의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한국썬의 고성장 뒤에는 이 사장 특유의 경영철학이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튀는 게 좋다’고 할 정도로 직원과 허물없는 대화를 통해 엉뚱한 생각도 마음껏 토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대신 결과에 대해선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다.
탈권위적이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탓인지, 이 사장을 닷컴 시대에 어울리는 경영자로 평하기도 한다.
엔지니어 출신 CEO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장점밖에 생각이 안 난다.
기술 변화나 추세를 파악하는 데 이점이 있다.
특히 기술집약적인 IT 분야에서 경영의 가닥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엔지니어와 경영자를 분리해서 말했는데, 이젠 바뀌었다.
실제로 기술 주도 기업의 CEO는 엔지니어 출신이 많다.
전임 사장의 그늘이 크게 드리워 있어 조직 장악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김원국 사장이 워낙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라 나와 자주 비교하는 것같다.
그분 카리스마는 다 알지 않나. 하지만 회사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나는 직원들의 말을 많이 듣는다.
날더러 선비니 학자니 하는데, 사실 저돌적인 영업맨이다.
외국기업의 한국지사장이라는 건 영업관리자다, 그거 빼면 없다.
디지탈(DEC)과 NCR에서도 근무했는데, 그들과 썬의 기업문화를 비교할 수 있는가. 디지탈은 비전이 잘못됐다.
독자적 운영체제인 VMS를 고집하는 바람에 컴팩, HP, 썬과의 경쟁에서 졌다.
알파 칩 개발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었다.
NCR은 보수적인 게 문제다.
현실안주형으로 큰 시장은 놔두고 틈새만 공략하다 힘이 작아졌다.
썬은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존중하는 전형적인 벤처기업이다.
생각에 한계를 두지 않는 자유분방함이 강점이다.
썬의 닷컴 전략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Sun is the dot in .com, 썬은 닷컴의 점이 되겠다.
명쾌하지 않은가. 닷컴은 인터넷을 통한 기업활동을 의미하고, 썬은 그 포인트 역할을 수행해 기업이 인터넷 환경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이 닷컴화하는 역할을 썬이 맡는 것이다.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기업 전략이다.
자바가 네트워크 컴퓨팅을 실현하는 기반기술로 인정받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이유가 뭔가. 개발자 사이에서는 e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 툴로 많이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이 없어 그런 평가를 받았다.
겨울잠 비슷하게 있었는데, 이제 보여줄 게 하나둘 생긴다.
대형 통신장비업체가 임베디드 자바 기반 IMT-2000 단말기를 곧 내놓는다.
여기에 ‘지니’(JINI)가 들어가면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들어가는 모든 장비를 네트워크에 연결해 전화처럼 쓸 수 있을 것이다.
스타오피스(StarOffice)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리눅스 사용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현재 개발중인 스타오피스 버전6 아키텍처를 10월에 공개한다.
소스코드가 공개되면 개발자들은 기존 프로그램을 쉽게 바꾸고, 원하는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레드햇, 칼데라, 터보리눅스 같은 회사가 지원한다고 약속했다.
국내 사용자들도 인터넷에서 한글화된 스타오피스를 곧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스타오피스 소스 공개는 데스크톱에서 리눅스 채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HP와 컴팩은 한국 벤처기업을 위해 투자를 시작했는데, 썬은 별다른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은 것같다.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인 ‘스타트업 2000’이 있다.
신생기업을 위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 교육, 마케팅, 금융 등을 지원한다.
5개 창투사와 제휴를 맺고, 유망 벤처기업 100여개를 발굴해 한 회사에 5~10억원 정도를 투자할 방침이다.
기존 벤처기업을 위해 썬의 솔루션 패키지를 염가에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200~3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바나 인터넷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에만 투자하는 펀드도 곧 만든다.
e비즈니스 시대에 썬의 경쟁우위는 무엇인가. 썬은 자바를 통해 인터넷 시대를 열었고, .com 전략을 통해 e비즈니스의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인터넷을 전화걸듯이 접속한다는 웹톤(WebTone) 기술, 어떤 플랫폼에서도 운영되는 자바, 컴퓨터가 곧 네트워크라고 주장한 썬만큼 인터넷 경제를 잘 아는 회사가 있는가. .com을 자신있게 내세우는 것 자체가 썬의 경쟁력이다.
프로필 ● 약력 : 1947년 대구 출생. 서울대 금속공학과, 워싱턴주립대 공학석사, MIT 공학박사, 하니웰 반도체연구소 선임연구원, 컨트롤데이터시스템 기술매니저, 한국디지탈 총괄부사장, 한국NCR 사장 ● 가족 : 김영복 여사와 1남1녀. 장남은 미국서 의과대학 재학, 막내딸은 썬 본사에 지난 6월에 입사한 수습사원(메릴린치 어카운트 담당) ● 건강 관리 : 출근 전 매일 헬스클럽에서 30분 정도. 골프(핸디18), 등산 ● 최근 읽고 있는 책 : 데이비드 알러트의 . <손자병법>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세상살이가 다 그 안에 있고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이 실려 있다.
● 존경하는 사람 : 안중근, 더글러스 맥아더, 스콧 맥닐리 ● 술과 담배 : 소주 반병, 1주일에 한갑쯤 ● 스스로 성격 진단 : 적극적이며 긍정적. 조금 다혈질. 매사에 열정이 넘치며, 창조적으로 생활하려 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엉뚱한 생각도 실행에 옮겨본다.
● 별명 : 닥터 지킬. 변화무쌍한 성격, 어떤 사안에 매우 열정적으로 소신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유학시절 친구들이 붙였다.
● 관리자로서 가장 어려웠을 때 : 이전 직장에서 구조조정으로 조기 퇴직제도를 시행해야 했을 때 ● 경영철학 : 경영은 상식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직원에게 권리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한다.
직원과 사장은 자유롭게 만나서 얘기하며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아야 한다.
● 전자메일 ID : sam.lee@korea.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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