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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팍스넷 박창기 사장
[CEO해부] 팍스넷 박창기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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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기 1955년 인천 출생 1975년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졸업 1975 ~ 1979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식물학과 졸업 1981년 10월 삼성그룹 공채 24기로 입사 1982 ~ 1987년 제일제당(주), 원당 수출입 업무 1987 ~ 1991년 제일제당(주) 런던지점장 1991 ~ 1995년 제일제당(주) 뉴욕지점장 1995 ~ 1999년 미국에서 무역업, 제조업, 투자자문업 등 경영 1999년 3월 www.paxcapital.com 오픈 1999년 5월 (주)팍스캐피탈 설립 1999년 10월 :(주)팍스넷 대표이사
'월드가든' 주인공, 바로 당신입니다 이경전:팍스넷 출범 당시 한국의 불룸버그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지금도같은 생각입니까. 박창기:지금은 금융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팍스넷은 하나의 빌딩입니다.
1층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2층에는 증권사, 3층에는 은행, 4층에는 보험사, 5층에는 뮤추얼펀드가 들어 있는 빌딩이지요. 사이버 공간에서 말입니다.
소비자들은 빌딩에 와서 가장 편하고 싸게 서비스를 받아가고, 사업자들은 고객들과 만나고, 저희는 임대료를 받는 거죠. 시세판 바라보면서 주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브로커들과 얘기하면서 좋은 종목을 추천받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루머를 교환하고, 이거다 싶어 계좌를 개설하고 하는 것들이 이젠 인터넷에서 훨씬 더 빠르고 쉽게 이뤄집니다.
계좌 개설이나 거래 체결은 법적인 문제도 있어 아직 안 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거래 체결까지는 되도록 할 겁니다.
그렇다고 팍스넷이 증권회사가 될 생각은 없습니다.
여러 증권회사에 저희가 고객을 보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이경전:팍스넷에는 고급정보가 없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훨씬 더 정확하고, 또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팍스넷의 강점은 무엇이고 약점은 무엇입니까. 박창기:고급정보가 없다고 하는 것은 전문가들의 오만입니다.
과연 100명의 전문가가 갖고 있는 정보력과 1만명의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정보력을 비교할 때 누가 더 뛰어날까요. 저는 1만명의 정보력이 훨씬 더 뛰어나다고 믿습니다.
오늘 신문에 난 기사는 3, 4일 전에 이미 팍스넷 사이트 어딘가에 떴다는 말이 있습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과연 더 고급 정보를 갖고 있고, 고급 분석능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 저는 회의적입니다.
일반인들 중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이 그동안 자기 의사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유명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글보다 이런 아마추어 분석가들의 글이 훨씬 조회 수가 많습니다.
저희 사이트가 인터넷의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해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것, 특히 정보의 민주화를 이뤘다는 데 자부심을 갖습니다.
작전세력이 많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대기업에 있던 정보팀이 없어졌다고도 합니다.
팍스넷이 거기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팍스넷이 없었으면 누군가 했겠지만 말이죠. 물론 걸러지지 않은 정보나 의도적인 정보들이 많고 그런 정보들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전통적인 작전은 통하지 않습니다.
예전에야 루머가 나와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우리 사이트에 올리면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금방 판명납니다.
정보의 진위 판단이 굉장히 빨라졌다는 겁니다.
역기능도 물론 있지만 순기능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팍스넷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로그인 없이도 많은 정보를 자유게시판에서 그냥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보의 자유로운 접근이랄까. 자유게시판이 갖는 장점이면서 또 한편으론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웹마스터가 앞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글(정보)을 삭제할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의 삭제 정책이랄까, 게시 정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습니까. 박창기:게시판에서 글을 삭제하는 문제는 저희도 6개월 이상 고민했습니다.
일단 극단적인 것 외에는 삭제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욕설, 누가 봐도 근거없는 타인에 대한 비방, 범죄 구성이 가능한 얘기들, 그런 것들 외에는 삭제를 안 합니다.
그런 정책을 문서화해 올려놓았습니다.
또 저희 회사 임직원들은 나름대로 증권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임직원 윤리강령을 만들어놓고 그걸 공개하고 있습니다.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고 사이트에서 게시물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임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주식투자를 못하게 돼 있습니다.
회사도 주식투자를 안 하고 직원들도 안 하고 있습니다.
업무 특성상 직원들이 투자의 감을 익히기 위해 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때도 일정 금액에 한해 회사의 허락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이경전:혹시 스톡폴스라는 사이트 들어보셨나요. 박창기:추천 종목을 투표하는 사이트로 알고 있는데 저는 그 방법은 확실히 안 된다고 봅니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기법 가운데 ‘불리시 컨센서스’(bullish consensus)라는 것이 있습니다.
설탕, 금, 석유 등의 가격이 오를 것인가 떨어질 것인가에 대해 그 분야 베테랑 전문가들에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매주 통계지수를 추출하는데 80% 이상이 오른다고 나오면 그 때부터 가격이 꼭 떨어진다는 겁니다.
거꾸로 80% 이상이 떨어진다고 나오면 꼭 올라가더라는 겁니다.
그 법칙을 가지고 30개의 상품에 대해 서비스하는 기관이 있습니다.
이 얘기는 사람들이 폴(투표)을 해서 미래예측을 한다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지요. 이경전:팍스넷이나 스톡폴스가 인터넷을 잘 활용한 주식투자 관련 사이트인데 성격은 좀 다르다는 점에서 말씀을 드린 건데…. 박창기:이쪽으로 오시겠어요.(갑자기 책상 위의 프로젝트를 켜고) 극장식 사장실입니 다.
항상 공연준비가 돼 있죠.(웃음, 박 사장은 팍스넷 사이트를 이곳 저곳 비추며 자신의 주장을 설명했다.
10여 분 가량의 공연(?)이었다). 제가 한 15년 정도 선물투자하면서 내린 결론이 제 실력으로는 안된다는 것이었죠. 그럼 안된다는 결론을 내린 사람이 어떻게 증권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냐고 하시겠지요. 제가 찾아낸 방법은 컴퓨터한테 맡기는 겁니다.
저는 전문가 리포트나 책은 잘 안 봅니다.
저도 전문가 리포트를 많이 써봤기 때문에 잘 알아요. 그 대신 어떤 이론이 나왔을 때, 그 이론이 맞는가 아닌가 검증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럴 때 사고 이럴 때 팔아라’하는 온갖 이론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과거 데이터를 갖고 검증해보는 거죠. 무엇보다 컴퓨터로 알고리듬화가 가능한가를 연구했지요. 그랬더니 증권시장의 이론들 가운데 90%가 안 맞더군요. 그래서 맞다고 검증된 10%의 이론들을 갖고 분석 알고리듬을 만들었습니다(박 사장은 자신이 만들었다는 시스템을 구동해 몇몇 기업들의 실제 주가와 컴퓨터가 계산해낸 예측 그래프를 비교해가며 설명했다). 결국은 과학적인 방법만이 트레이딩이나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경전:수익과 관련해서 여쭤보죠. 수익 분포가 현재 어떻게 됩니까. 또 앞으로 어떤 형태의 수익모델을 가져갈 계획이신지. 박창기:(박 사장은 이 대목에서 직접 경리부에 요청해 자료를 가져왔다.
그리고 자료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기로 했다.
) 보시면 알겠지만 다음달부터는 손익분기점입니다.
저희 목표는 하반기를 거쳐 내년에는 인터넷 기업 가운데 가장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이 되는 겁니다.
인터넷 사업 중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것은 디지털 상품을 다루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쇼핑몰을 보면 겉으로는 매출이 올라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물류 문제 때문에 오버헤드가 많이 생기고 사실 뒤로 밑지는 장사죠. 그래서 디지털 상품만이 인터넷 사업과 궁합이 맞는다는 겁니다.
증권거래가 대표적인 디지털 상품이죠. 수익모델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는 광고가 제일 많습니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판매, 서적 판매 등으로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사이버 지점, 쇼핑몰도 만들고 있고 팍스트레이드 센터에서도 수익을 꽤 예상하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투자라든가 네트워크 경매사업도 계획하고 있고 정보제공사업(IP)도 할 겁니다.
피시통신에 증권 관련 유료정보를 제공하는 거죠. 아까 보여드렸던 시스템 트레이딩 정보 서비스도 8월부터 유료화할 계획입니다.
서비스의 종류와 질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할 계획인데 그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경전:아주 모범적인 해외진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브랜드는 지키면서 돈도 많이 안 쓰고 말이죠. 해외진출과 관련한 원칙이 있습니까. 박창기:대만에 진출했는데 사실 일본도 결정했습니다.
기본원칙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브랜드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브랜드는 지금의 가치보다 5년, 10년 후의 가치가 중요합니다.
인터넷 사업은 문화산업이고 문화수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왕인 박사 이후에 최초로 제대로 된 문화를 수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팍스라고 하는 아주 독특한 문화현상, 긍정적인 문화현상을 팍스넷이란 브랜드로 세계에 뿌리겠다는 겁니다.
대신 경영권은 상대에게 줍니다.
라이코스가 미래산업과 5대 5의 지분을 유지하면서 경영권은 미래산업에 넘겼는데 저희도 그런 모델을 따라갈 겁니다.
우리가 대만에 가서 그 나라의 온갖 멘탈리티를 다 이해해서 경영을 잘할 자신이 없습니다.
경영은 현지인에게 맡기고 솔루션과 노하우만을 제공한다는 전략입니다.
이경전:예전에 어느 모임에서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에 대해 얘기하면서 저는 골짜기(케즘)를 건너는 단계여서 고생하는 상황이라 했고 박 사장께서는 골짜기를 뛰어넘었다고 하셨는데, 어떻습니까. 박창기:소비자 입장에서는 골짜기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업자는 아직 못 넘은 것 같구요. 저는 인구가 2천만 명 이상되는 국가 가운데 우리가 최초로 인터넷 사용의 포화상황을 맞은 나라라고 봅니다.
이제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세계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규범이 될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리는 이미 골짜기를 넘었습니다.
최근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인터넷을 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선진국보다 앞서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사업자 측면에서는 아직 멀었습니다.
우선 당장 수익을 못 만들어내고 있고 투자자들도 너무 성급합니다.
물론 거품이 심각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익이 없으면 가치가 없는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짚어봐야 합니다.
하나로통신이나 삼성전자, SK텔레콤이 언제부터 수익을 냈습니까. 지금은 안되지만 2, 3년 후 어떤 이익이 날지 근거를 갖고 제시해라 해서 그걸 갖고 평가하면 되는 거지요. 인터넷 기업이라고 전혀 다른 방법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넷 기업들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특성들을 감안해 PER를 높은 배수로 계산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경전:경영자로서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박창기:저는 가장 좋은 비즈니스 모델은 C2C, 혹은 P2P라고 생각합니다.
다들 B2B가 좋다고 하는데 그건 너무 복잡합니다.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소비자들이 가장 현명합니다.
소비자에게 맡겨두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제가 꿈꾸는 것은 국내의 유력한 C2C 회사 한 5개를 모아 대만, 중국, 일본 등에 공동 진출하는 겁니다.
하나의 아이디, 하나의 패스워드,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나가는 겁니다.
‘월드 가든’을 만드는 거죠. 벗어날 수 없는 울타리를 만들어서 중국 내 수억 인터넷 인구를 석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 너무 환경이 안 좋아요. 뒷다리 잡는 사람들도 많고.
완벽과 열정이 빚어낸 '정보 제조기'
박창기 사장은 질문에 가능한 한 정확하게 대답하려 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인터뷰 도중에도 해당 부서에서 자료를 가져오도록 했다.
동석한 홍보담당자가 몇번씩이나 자료를 찾아 들락날락해야 했다.
책상 위의 프로젝터를 켜더니 10여 분 동안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기도 했다.
박 사장은 증권시장의 수많은 이론들이 맞는지 틀리는지 분석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맞는 이론을 찾아 오랜 시간 연구했고 그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역시 그만한 열정과 치밀함을 가진 사람을 통해 검증되겠지만 아직까진 크게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컴퓨터를 믿는다는 말에선 얼핏 냉정한 분석가의 풍모가 스쳤다.
“과학적인 방법론만이 증권투자는 물론 사업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그의 지론이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빈틈없는 사장과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편하지 않겠는걸.” 괜한 걱정마저 생겼다.
그의 답변은 길었지만 샛길로 빠지는 법이 없었다.
소비자의 현명함을 믿고 그런 소비자를 위해 정보가 흘러가는 길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어느 고지식한 교수의 자랑과 의욕이 뒤섞인 강의를 듣고 난 뒤 머리가 띵한 기분, 인터뷰가 끝나고 난 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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