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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사망진단서] 2.혹시! 당신의 금고가 샐 지 모른다
[닷컴사망진단서] 2.혹시! 당신의 금고가 샐 지 모른다
  • 안현철(인터넷컨설팅그룹)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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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전쟁이 남긴 상처, '부도행 급행열차'-고객 눈높이 맞는 전략 세원야
국내 인터넷 분야에서 지난 한주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고 하면, 단연 인터넷 쇼핑몰 ‘알짜마트’의 서비스 중단 소식일 것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쓰러진 닷컴기업이라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침 ‘닷컴 위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때인지라 일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획연재 순서
1. 프롤로그
2. 비효율적이 마케팅
3. 시장에 편승해 자주 변하는 경영전략
4. 뚜렷하지 못한 수익모델과 매출 부진
5. 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6.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7. 고객불만 해소에 대한 노력 부재
준비된 마케팅이 성공의 열쇠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인터넷 기업이 부도를 내거나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원활하지 못한 ‘현금 흐름’ 탓이다.
본격적인 수익이 나기 전에 자본금을 탕진해 부채를 갚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 기업의 생명은 끝나는 것이다.
하지만 알짜마트는 특이하게도 ‘초기 유통 인프라 구축’에 많은 비용을 소비해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닷컴기업의 경우 초기 마케팅 비용을 지나치게 쏟아부어 단명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렇다면 왜 인터넷 기업들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일까? 업계에서 흔히 회자되는 말 가운데 ‘마7기3’이라는 게 있다.
인터넷 사업의 성공요인 중 마케팅이 7을 차지하고, 기술은 3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사실 사이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우수한 기술보다 우수한 마케팅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라 해도, 그 사이트에 대한 인지도가 낮으면 고객들이 찾아올 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경제이론에서 이야기하는 ‘시장 선도자’의 이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전제다.
아메리카온라인의 스티븐 케이스(Steven Case)나 이베이의 멕 휘트먼(Meg Whitman), 이토이즈의 토비 랭크(Toby Lenk) 등 내로라하는 인터넷 벤처 최고경영자들이 마케터 출신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마케팅을 잘못하는 기업은 ‘부도행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효율적 씀씀이로 비운 맞은 닷컴기업 일반적으로 마케팅을 잘못해 몰락한 닷컴기업들을 살펴보면 크게 두가지 부류가 있다.
이들은 서로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한쪽은 마케팅을 너무 안 해서 몰락한 부류이고, 다른 한쪽은 마케팅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을 낭비해 몰락한 부류이다.
전자의 경우 유감스럽게도 많은 사례가 알려져 있지 않다.
(참으로 당연한 것이 애초 사이트 오픈부터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트의 폐업 역시 크게 홍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 다만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도’ www,pseudo.com나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800'www.800.com, 비디오를 배달해주는 ‘코즈모’www.kozmo.com, 바비큐 관련 정보와 장비를 제공하는 ‘비비큐’www.bbq.com 따위가 비교적 우수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갖추고도, 마케팅과 홍보 부족으로 몰락한 대표적인 사이트로 꼽힌다.
이에 비해 후자의 경우는 잘 알려진 대형업체들이 즐비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영국의 패션몰'부닷컴'www.boo.com이다.
부닷컴은 지난해 패션계의 거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베네통 등이 모두 1억35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로, 설립 초기부터 3D 등 앞선 ‘기술력’과 강력한 ‘마케팅’을 내세워 대박을 터뜨릴 재목으로 떠올랐다.
그런 상황에서 사이트 오픈 이전부터 쏟아부은 수천만달러의 마케팅 비용은 고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처럼, 오픈 초기 고객들의 눈에 비친 부닷컴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사이트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린데다 시스템이 너무 불안정해 사용자의 컴퓨터가 자주 다운되는 등 문제들이 동시다발로 불거졌다.
명색이 쇼핑몰인데 인터넷으로는 주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픈하고서도 얼마 동안은 전화로만 주문을 받았다는 후문이 나돌 정도였다.
이렇게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오히려 역효과만 경험한 부닷컴은 결국 사이트를 오픈한 지 6개월 만에 서비스 중단을 선언하고 말았다.
앞으로 부닷컴은 미국의 패션쇼핑몰 ‘패션몰’ www.fashionmall.com에 헐값으로 흡수될 전망이라고 한다.
오프라인 가전업계의 강자인 ‘월풀’(Whirlpool)이 새로운 이름의 브랜드로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세간의 주목을 끈 ‘브랜드와이즈’ www.brandwise.com도 과도한 마케팅 비용의 희생자 가운데 하나다.
월풀을 비롯해 보스톤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 등 업계의 화려한 플레이어들이 주주로 참여해 오픈 초기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사업 초기 마케팅 비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게 독약이 돼 단명했다.
여행 사이트 ‘트래블로시티’ www.travelocity.com의 초창기 멤버로 활약했던 브랜드와이즈 사장은 인터넷뉴스(InternetNews)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을 확보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가을을 기준으로 고객 한명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 300달러 이상의 마케팅 비용을 썼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잘못된 마케팅으로 몰락의 길에 접어든 브랜드와이즈는 부닷컴과 마찬가지로 다른 업체에 경영권을 넘겨줘야 할 형편이다.
이들처럼 파산지경에 놓이지는 않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는 닷컴기업들이 부쩍 늘어났다.
대부분의 미국 닷컴기업들이 상반기 들어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의 비중을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100% 이상 줄였다고 한다.
마케팅 비용 절감이 인터넷 기업들의 주요한 경영추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이런 추세가 비단 미국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국내 닷컴기업들도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여나가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초 인기 탤런트를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3W투어’www.3wtour.co.kr를 비롯해 텔레비전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포털 사이트 ‘다음’www.daum.net, 그리고 올해 들어서만 벌써 20여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옥션’www.auction.co.kr 등이 앞으로 마케팅을 자제하고 수익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사이트들도 돈이 많이 드는 광고나 이벤트보다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편에 속하는 ‘홍보’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빛깔과 향기가 분명한 씨앗을 심어야 그렇다면 이런 실패 사례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이며, 앞으로 국내외 닷컴기업들이 시장접근에 활용할 마케팅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크게 세가지 정도의 전략을 제안한다.
첫번째는 ‘마케팅의 타깃 고객과 목적을 분명히 설정하라’는 것이다.
텔레비전이나 기타 매체를 통해 인터넷 기업들의 광고를 보다 보면, 그 기업의 타깃 시장과 매체 특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특히 ‘특정한 성향의 마니아 집단’을 타깃 고객으로 하는 전문 사이트가 텔레비전 광고 따위의 매스마케팅을 시도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경우 마케팅 비용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아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미국에서 트래픽 7위에 올라 있는 ‘어바웃’ www.about.com의 성공은 마케팅에서 ‘목적’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어바웃은 지난해 5월, 도메인 이름을 ‘미닝코’에서 어바웃으로 바꾸면서 ‘Hello, is anybody out there?’라는 문구를 대대적으로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위해 어바웃이 사용한 마케팅 비용은 1200만달러. 이처럼 너무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사용한 탓에 어바웃은 지난해 상반기 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는 등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어바웃은 요즘 그때의 성공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날로 번창하고 있다.
새롭게 바뀐 도메인을 알린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마케팅이 주효한 것이다.
두번째는 ‘기존에 확보하고 있는 자원을 마케팅에 충분히 활용하라’는 것이다.
보스톤컨설팅그룹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오프라인 기업이 온라인에 진출할 경우 고객 한명을 유치하는 데 31달러가 드는 반면, 순수 온라인 기업이 고객 한명을 유치하는 데는 82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는 오프라인 기업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을 마케팅에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유·무형 자원을 활용하면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도 비슷하거나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온라인 기업들의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대부분 고객들로부터 직접 수집하고,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보다 훨씬 가치가 높다.
그럼에도 국내 온라인 기업들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마케팅에 소극적이다.
얼마 전 다음과 ‘인츠’ www.intz.com가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우량고객 발굴작업’에 착수한 것처럼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자산으로 삼는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좀더 철학적인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마케팅에 접근하라’는 것이다.
이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선 마케팅을 그저 ‘광고·홍보’에 국한시켜 좁은 의미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마케팅은 ‘제품(사이트)’ ‘유통’ ‘가격’ 등 다양한 개념을 한데 묶어 ‘고객의 시각’에서 접근하는 종합적인 철학으로 이해해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고객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부닷컴을 두고 “마케팅에 실패했다”고 단호하게 평가하는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닷컴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고객에게 선보인 제품, 즉 사이트 자체가 기대 이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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