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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⑧ 한국통신
[공룡들의e혁명] ⑧ 한국통신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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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크게크게 e혁명을 향하여
연간 매출액 10조원. 전국 91개 광역전화국. 1902년 한성~인천 사이에 국내 최초로 전화가 개통된 때부터는 99년, 82년 공사로 바뀐 뒤부터는 18년 역사. 86년 데이콤의 전화사업 시작 전까지는 독점, 그뒤 현재까지 국내 최대 음성전화 사업자.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를 묘사하는 문구들이다.
이 ‘정보통신 공룡’이 거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10월 인터넷을 비롯한 성장사업을 앞세워 2005년에는 데이터 부문 비중을 36%까지 늘리겠다는 장기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그물처럼 깔린 전화망을 갖고 있으며, 2천만명이 넘는 유료가입자를 거느린 이 공룡기업은 이 전략을 얼마나 실현해가고 있을까?
실적악화 뒷면엔 인터넷 약진이 한국통신이 최근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자 주식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터뜨렸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라고 자부하는 한국통신도 경기둔화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하는구나.” 한국통신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분기보다 각각 1.8%, 5.1%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주더라도 매출액은 2.2% 늘어나는 데 그쳐 1분기의 11.4%, 2분기의 5.8%에 비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8%나 줄었다.
하지만 내용을 꼼꼼히 뜯어보면 다른 그림이 숨어 있다.
한국통신이 지난 1월 인터넷 관련 사업을 인터넷사업단과 인터넷시설단으로 집중시키면서 외쳤던 “전화회사에서 인터넷 회사로의 변신”이라는 구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통신의 매출에서 기존 유선전화에 뿌리를 둔 부분은 하나같이 하락세를 보였다.
시내전화 매출액은 7800억원으로 99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1분기의 3.1% 감소, 2분기의 8.2% 감소를 감안한다면 폭이 점점 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분기와 비교하더라도 시내전화 매출액은 6.2%나 줄었다.
매출액 감소현상은 시외전화나 국제전화 부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면 인터넷 관련 매출은 일제히 급증세를 보였다.
인터넷 전용회선 임대와 ADSL 등 초고속인터넷이 주류를 이루는 데이터 부문 매출은 3분기에 4700억원으로 99년 3분기보다 65.9%나 증가했다.
이는 2분기보다도 15.2% 늘어난 수치다.
데이터 부문 매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11%에서 3분기에는 18%까지 늘어났다.
순수한 인터넷 쪽 사업 매출도 3분기에 2300억원으로, 2분기 1900억원, 1분기 1700억을 훌쩍 뛰어넘었다.
인터넷 매출은 014XY번호를 통한 인터넷 전화접속 서비스, 전자상거래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인터넷 관련 매출을 합쳐 계산한 것으로, 전용회선 임대사업은 제외했다.
한국통신은 이런 수치를 “전체적으로 유선전화 사업이 쇠퇴하고 인터넷 관련 사업이 약진하는 모습이 매출추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국통신이 음성전화에서 데이터통신으로 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선언적으로 드러났다는 얘기다.
그물같은 전화망이 인터넷 사업 뒷심 인터넷 관련 매출을 약진시킨 일등공신은 ADSL을 비롯한 초고속인터넷 사업이다.
올해 한국통신의 초고속인터넷 부문은 예상을 훨씬 앞지르는 성장가도를 달렸다.
99년 말 1만2천명이던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ADSL+아파트·빌딩용 랜) 가입자는 10월 130만9천명까지 늘어나면서 시장점유율 43%를 넘어섰다.
열 달 사이에 가입자가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애초 가입자 수를 올해 말 100만명으로 예상했던 것에 견주더라도 엄청난 성장세이다.
같은 기간에 유선전화 가입자 수가 거의 정체상태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사업의 중심축이 옮겨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의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드림라인, 두루넷 등 경쟁업체들이 자금부담 때문에 공격적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경쟁이 완화되면 가입비 면제나 무료사용기간 제공 등의 행사가 줄어들게 되므로 매출 및 수익성도 점점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올해 초고속인터넷 매출은 2316억으로 예상되지만, 2001년에는 1조2411억원, 2002년에는 2조1355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며, 2003년에는 시내전화 매출을 능가하리라고 전망한다.
경쟁사들은 꿈도 꾸지 못할 규모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것일까? 100년 가까이 구축하고 관리해온 전국적 전화망 인프라가 인터넷 사업의 성장세를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이미 깔려 있는 전화망을 이용하는 초고속인터넷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힘을 쏟고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에서도 전화국이 한몫을 거들고 있다.
한국통신은 지난 6월 인터넷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강남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영동IDC를 열면서 영동전화국 한편을 비우고 IDC 장소로 활용했다.
건물을 짓거나 사들이는 경쟁사들에 비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혜화IDC 역시 전화국 안에 설치돼 있다.
이런 탄탄한 토대를 활용해 한국통신은 2001년 6월까지 부산, 대구, 청주, 수원, 강남, 분당, 대전 등 전국 주요 지역마다 IDC를 열 계획이다.
인터넷사업단 유덕 사업기획팀장은 “지역 전화국에서는 IDC 입주와 같은 부대사업 추진을 희망하고 있다”며 “전화국은 이제 종합정보통신 영업기지로 변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화국을 정보통신·인터넷 사업의 전국적 영업 인프라로 활용할 것이라는 얘기다.
B2C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바이엔조이 www.buynjoy.com도 기존 물류망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엔조이는 물품배송에 전국의 공중전화 관리 및 요금수거를 맡고 있는 한국통신 자회사 한국공중전화(주) 네트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염용섭 바이엔조이 사업부장은 “이미 구축돼 있는 물류망을 이용해 수도권의 경우 3천개 핵심물품을 6시간 안에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인터넷 과금사업(EBPP)에서도 최대 전화사업자라는 이점을 이용하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한국통신은 기대한다.
현재는 일단 전화요금 고지서를 디지털화해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납부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통신은 국민카드의 요금납부도 이 시스템에서 이뤄지도록 하면서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다른 공과금 납부 기업들과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요금을 전화요금 고지서에 통합고지하는 방법으로 콘텐츠 유료화가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 과금방법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국가경제와 정보통신의 운명 건 변신 전화번호부와 통합된 검색 포털 사이트 한미르 www.hanmir.co.kr 역시 전화사업자로서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존 포털기업들이 꾸준히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이라도 인기있는 분야는 바로 경쟁자들이 따라붙기 때문에 사이트 차별화는 사실상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미르는 다른 기업들이 가질 수 없는 전화번호·주소에다 지도 데이터베이스까지 갖추고 있어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미국야후가 홈페이지 등록 때 게재료를 받는 것처럼 인터넷 전화번호부 게재료를 받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또 1588국번의 전화에다 전화번호·주소 데이터베이스를 전달해 어디에서나 전화 한 통화로 가장 가까운 동종업체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이미 112나 119 등 공공기관의 긴급전화에는 전화번호·주소·위치정보를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찍 시작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어떤 IT기업보다도 오랫동안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든 이 기업의 움직임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나 유선전화 사업은 통신선진국 기업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성공궤도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던 셈이라 위험부담이 적었던 반면, 인터넷 사업은 선진 통신기업들과 함께 뛰어가야 할 처지다.
성공 여부에 따라 국가 경제와 정보통신 산업이 오락가락하게 된다.
공룡의 묵직한 발걸음이 정보통신 세상의 지각을 흔들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한미르로 헤쳐모여!
검색, 전자상거래, 인터넷 방송 등 각개약진 형태로 서비스를 펼쳐온 한국통신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하나로 통합된다.
사이트들 사이의 중복을 해소하고,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통신 인터넷사업단 관계자는 “검색 한미르, 쇼핑몰 바이엔조이, 금융 리치엔조이, 인터넷 방송 워치엔조이, 현재 추진 중인 교육 포털 사이트를 한미르 도메인 아래로 통합해 2001년 1월 대대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정보통신부와 함께 추진하는 교육 포털 사이트에서 전국 850만명의 학생을 회원으로 확보할 전망이라는 점도 통합 포털 사이트 출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통합 사이트에서는 기존 회원 데이터베이스도 한미르 회원으로 묶을 예정이다.
인터넷사업단 조직도 크게 바뀔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현재 한미르팀, 전자상거래팀, 콘텐츠팀, 미디어사업팀 등으로 구성돼 있는 인터넷사업단 조직편제도 수술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사업단은 지난 1월 인터넷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부문별로 흩어져 있던 인터넷 관련 사업부서를 한군데 모아 만든 조직이다.
한국통신은 장기적으로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 가입자들과 전화 가입자들까지도 한군데로 통합해 인터넷 사업의 인프라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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