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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脈]TCO 논쟁에 숨은 상술
[디지털脈]TCO 논쟁에 숨은 상술
  • IT팀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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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미국의 IT(정보기술) 업체들 사이에 ‘TCO’(Total Cost of Ownership:총소유비용)라는 용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용어를 맨 처음 쓰기 시작한 것은 가트너그룹이라는 시장조사 회사다.
당시 이 회사는 이더넷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윈도우95를 채택한 PC를 1년 동안 유지하는 데 9784달러가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바 기반의 네트워크 컴퓨터(NC)는 6010달러, 마이크로소프트의 넷PC는 7267달러의 총소유비용이 든다고 했다.

PC 1대에 투입되는 하드웨어 비용,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비용, 직원 교육비, 장비 관리비를 모두 더한 액수가 9784달러라니…. 어떤 방법으로 산출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기업용 PC를 구입하고 1년 동안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1만달러에 이른다는 얘기에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특히 소프트웨어 불법복제가 심하고 업그레이드라고 해야 램을 추가하는 정도에 그치는 우리 상황에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우리에겐 교육이나 관리의 개념도 없다.
기업 업무에서 PC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TCO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시스템 자체는 갈수록 복잡해졌지만, 시스템 관리의 통제권은 개인에게 있다.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되면서, PC 사용자는 PC 사용 권리만큼 책임과 통제의 부담도 더 늘어나게 됐다.
자신의 네트워크와 데스크톱을 통제하지 못하면 소유에 따르는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한다.
경영상태가 아주 좋은 기업도 데스크톱과 네트워크 관리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스템 공급업체들은 TCO를 강조한다.
IT 공급업체의 광고문구 곳곳에 TCO가 나부낀다.
TCO를 말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취급당하는 분위기다.
TCO라는 용어가 다시 뜨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의 틈새에서 ‘포스트PC’라는 말과 함께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윈도우 터미널(WBT) 같은 씬 클라이언트, 웹 패드, PDA 같은 범용 제품에서부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같은 게임기에 이르기까지, “PC 다음엔 나”를 외친다.
이들은 모두 “나만이 기업의 IT 운용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라며 TCO 논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PDA 관련 기업의 한 정보시스템 관리자는 “PDA가 TCO를 절감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말기라는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비용만 따지면 그렇다.
포스트PC라고 주장하는 것들 가운데서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데는 하드웨어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때 비용으로 단순히 소비자가격만 따져서는 곤란하다.
그런 기준으로 한다면 PC만 빼고는 모두 정답이 된다.
애플리케이션이 클라이언트와 서버 중 어디서 실행되는지도 중요하다.
애플리케이션의 기능과 성능을 늘리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장비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이동근무자가 늘어나는 추세이니 통신망 접속이 수월한지, 휴대하기에 불편하지는 않은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뿐인가. ERP(기업자원관리)나 CRM(고객관리), EAI(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 같은 대형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할 때 부닥치게 될 문제들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들어가는 비용만 생각할 게 아니고 그것을 통한 미래 수익도 생각해야 한다.
기업들이 TCO를 믿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것을 제품 판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용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들은 비용이 아닌 수익(혹은 가치) 측면에서 TCO를 논하고 싶어한다.
TCO를 가리켜 “TBO(Total Benefit of Ownership:총소유이익)를 달성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투자를 결정할 때 비용절감을 내세우는 건 위험하고, 수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논리다.
바로 ROI(Return of Investment:투자수익률)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요즘 TCO를 얘기하는 사람들은 비용만 강조할 뿐 수익은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에 따른 부가가치에 무게중심을 더 두어야 한다.
이 점을 계속 무시하면 최악의 경우 컴퓨터 사용을 아예 포기하는 게 이익이라고 얘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들에게 최상급 PC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으로 어떤 일이 수행되고 있는지 파악하지 않고 있다.
포스트PC 장비를 구매할 때 TCO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드웨어 비용을 낮추는 것만으로 전체 비용을 줄일 수 없다.
사람의 일은 계량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다.
일의 특성과 범위에 따라 꼭 PC가 필요한 분야가 있고 PDA로 일을 처리하면 딱 좋을 일이 있다.
주차단속 요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해봐야 일하는 데 번거로울 뿐이다.
PDA는 PC를 대체하는 일반 업무용 장비가 절대 아니다.
PDA는 PC가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기능의 일부를 미흡하게 해내는 정도다.
PDA는 PC의 기능을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따라간다면 그건 데스크톱에서가 아니라 ‘기껏해야’ 손바닥 위에서다.
포스트PC라는 ‘유행 용어’에 슬쩍 올라탄 후 TCO라는 얄팍한 무기를 앞세워 PDA가 PC를 대체하는 것처럼 속이지 말아야 한다.
둘의 역할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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