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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e우체국 이용해보셨나요”
[포커스]“e우체국 이용해보셨나요”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8.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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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경영체제 도입 1년… 서비스·경영실적 향상, e비즈니스 기업 변신중
편지가 인터넷 e메일로 급속히 대체되고 소포 역시 택배회사에 부탁하면 집에까지 찾아와 포장까지 대신해주게 되면서 우체국 갈 일이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떠밀려 내려가지 않기 위해 우체국이 무서운 속도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정보화 전진기지’라는 슬로건 아래 변신에 나선 우체국은 지난해 ‘우정사업본부’라는 민간기업 형태로 바뀌면서 본격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율적 책임경영 체제로 출범한 우정사업본부는 아직 공무원 신분이다.
하지만 고객서비스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민간기업처럼 성과 위주의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1년새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우선 영업장 분위기가 딴판이다.
친근하게 낮아진 카운터, 부드럽고 환한 조명, 친절하게 응대하는 서비스 수준. 은행 창구와 다를 게 없으니 “사람들이 우체국을 즐겨 찾도록 하자”는 1차 목표는 거의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달라진 게 아니다.
오지랖이 넓어졌다.
예금, 보험, 주식 거래를 할 수도 있고, 민원서류 신청과 발송, 항공권 예약과 예매, 택배 서비스에 전자상거래까지 가능하다.
PC방 기능까지 한다.
기업처럼 취급상품을 늘린 것이다.
우체국이라면 그저 우표나 팔고 소포나 부치는 곳이었던 과거의 고리타분한 관공서 이미지를 벗고 ‘올인원 서비스 슈퍼마켓’으로 거듭났다.
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한 뒤 수치상 성과도 만만치 않다.
연간 우편 물량은 지난 1년새 18% 늘어난 45억2천만통에 이르렀고, 배달 성공률과 소통 품질도 높아졌다.
우체국 예금도 1년 사이에 37% 증가한 29조2천억원으로 늘어났고, 보험기금 조성액 역시 44% 증가한 14조9천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우정사업본부 이교용(48) 본부장은 “우리끼리 달라졌다고 해봐야 소용없다.
고객을 찾아오게 해야 하고 그들의 평가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정통부가 개방형 임용제를 도입하면서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전문경영인이다.
하지만 체신부를 거쳐 우정 사업과 IT 분야에서만 30년 가까이 일해왔기 때문에 정통부와 ‘한솥밥 사람’이기도 하다.
서로의 애환과 고통을 잘 알기에 거부감은 적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과거에 안주하고 있던 직원들의 마인드부터 바꿔나갔다.
통신수단의 발전에 따른 우편의 역할 위축, 택배업체의 소포시장 잠식, 금융기관의 대형화와 겸업화, 외국 금융업체의 국내 진출 등 외부상황을 열거한 뒤 “근본적인 인식 변화를 하지 않으면 대가는 죽음밖에 없다”며 ‘변화’와 ‘죽음’ 중 하나를 택하라고 다그쳤다.
‘철밥통 의식’을 버리라고 주문한 것이다.
우선 경쟁을 뚫고 본부장이 된 이 본부장부터 자신의 2년6개월 임기 동안 모든 실적을 철저히 평가받기로 했다.
또 지역별, 점포별 실적에 따라 차등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조직 이름에 ‘사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대로 모든 직원들로 하여금 “사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의기투합을 하도록 유도했다.
전 부서에 마케팅 조직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는 점도 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이다.
길거리에서 홍보물 나눠주던 걸 제일 싫어했던 직원들이 이젠 자발적으로 홍보맨을 자청한다.
사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도 앞다투어 제안한다.
경영기획실 조권행 사무관은 “직원들이 경쟁력과 자생력을 갖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고 전한다.
올해 능률협회와 생산성본부가 주관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체국이 공공행정 부문 1위에 오른 것은 직원들의 이런 의식변화 덕분이다.
면 단위까지 첨단 인프라 갖춰 이 본부장은 우정사업본부 경력으로 치면 2년차다.
그는 자신의 남은 임기 중 최대 목표를 ‘고객 중심의 e비즈니스 기업으로 우정사업본부를 변신시킨다’로 잡았다.
이를 위해 동원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은 117년 동안 이어져온 조직의 힘과 산간오지까지 연결된 촘촘한 우체국 네트워크다.
“전국 3600개 우체국이 우편전산망과 금융전산망으로 연결돼 있고, 우편물 소통을 위해 표준화한 물류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은 다른 어느 민간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첨단 인프라다.
전국 면 단위까지 점포망을 갖춘 은행과 택배업체가 있는가.” 우체국의 e비즈니스화는 우체국을 인터넷과 묶는 데서 시작된다.
우체국에 가지 않고도 편지를 보내고 쇼핑을 할 수 있게 하고, 택배 신청과 소포 송달도 인터넷을 통해 원스톱으로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또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e포스트 www.epost.go.kr의 취급품목을 5천종 이상으로 늘렸고, 호스팅 사업을 통해 여기에 중소 쇼핑몰을 입점시킬 예정이다.
인터넷 우체국도 핵심사업이다.
e포스트에서 각종 우편 서비스를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하루 10만 방문객 수준으로 시스템을 증설했다.
올해 안에 평생 e메일 계정을 200만명에게 보급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현재 온·오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메일, 경조 우편카드, 방문소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내용증명과 보안메일 서비스도 시작할 예정이다.
또 고지서의 발송과 지불이 가능한 전자청구·지불(EBPP) 서비스도 계획중이다.
집배원들에게 개인휴대단말기(PDA)를 지급하겠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오는 10월 1차 입찰이 끝나면 우선 1천대를 지급하는 데 이어 2년 동안 모두 1만5천대를 보급해, 물류 자동화를 촉진하고 집배원 업무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우정사업본부의 e비즈니스화는 조달업무에도 적용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정부기관 최초로 인터넷 역경매를 도입하고, 이것을 통해 소모성 자재를 구매함으로써 8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각종 공사 입찰에도 이것을 적용해 예산을 아끼고, 기업과 담당 공무원간 결탁에 따른 부패 소지도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또 종이 없는 행정을 실현하고 내부 보고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2800여개 우체국에 설치한 통합 사무자동화 시스템을 웹 기반의 지식기반 행정 시스템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각 사업부문의 정보화와 연계해 세입·세출 분석, 사업단계별·상품별 비용과 성과 분석을 통해 전략적 경영정보를 제공하는 ERP(기업자원관리)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완전 민영화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우체국은 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민간업체와 경쟁하는 곳이다.
소화물은 택배회사와, 예금은 은행과, 보험은 보험사와 각각 경쟁한다.
정부는 지난 97년 우체국을 우정사업공사로 독립시키려 했지만, 결국 정통부에 그대로 남았다.
그뒤 최선의 방법으로 찾아낸 게 바로 우정국과 체신금융국을 합쳐, 공공기관에 민간기업 경영방식을 혼합해넣은 현재 체제다.
그렇다면 민영화는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일까? 이 본부장은 “세계적 추세대로 언젠가는 민영화로 가야겠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정부 사업에 민간경영 체제를 처음 도입해 1년째 ‘실험중’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는 완전 민영화로 가는 데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고 말한다.
민영화할 경우 공무원 신분을 내놔야 하는 노조원들의 반발, 임금을 올려야 하고 법인세도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점, 이는 결국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부담이 된다는 것, 수익성이 낮은 우체국은 문을 닫게 돼 국민 불편이 커진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수익성 때문에 공공성이 무시되는 상황은 안 된다”는 얘기다.
우체국은 금융, 물류, 정보화까지 사업범위를 넓히고,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 ‘온갖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
그동안은 우체국이 민간기업을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뒤바뀌어야 할 판이다.
“서비스 경쟁력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고객 만족을 위해 똘똘 뭉쳐 있기에 어떤 경쟁에도 자신 있다.
” 우체국 직원들의 이런 다짐이 우정사업본부의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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