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비지니스] 파워콤 지분매각 '태풍의 눈'
[비지니스] 파워콤 지분매각 '태풍의 눈'
  • 박창신 <디지털타임스> 기자
  • 승인 2001.08.0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통부 측면지원 아래 한전의 파워콤 지분 군침… 두루넷도 입찰 참여 놓고 고심
통신시장 구도개편이 올해 여름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구도개편이란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양강체제인 유무선 통신시장을 ‘3강구도’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후발업체들을 합쳐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군’을 형성하는 게 정보통신부가 공공연히 밝혀온 구도개편의 기본방향이다.


선발사업자인 한통과 SK텔레콤만 흑자이고 나머지 후발업체들은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경우 후발사업자의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해 결국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으로 정통부는 우려하고 있다.
또 양강체제가 고착돼 유효한 경쟁체제가 사라지면 각종 독과점 폐해가 나타나는 것은 물론 국가 정보통신 경쟁력마저 상실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으로 정통부는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한통과 SK에 대응할 수 있는 제3의 사업자군을 형성한다는 것인가. 투자의향서 제출 마감일이 오는 8월10일로 잡힌 파워콤의 2차 지분매각이 통신시장 구도개편의 중대한 변수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력이 전체 지분의 89.5%를 보유한 파워콤은 통신사업자라면 누구라도 탐낼 기업이다.
한전이 지난해 1월 납입자본금 7500억원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분사시킨 파워콤은 약 6만8천km의 광케이블망과 4만6천km의 광동축혼합망(HFC)을 보유한 2대 전국망 사업자다.
한국통신 가입자망의 대부분이 구리선으로 구성돼 있다면 파워콤 망은 광케이블 위주여서 품질면에서 한통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사업자(기간통신사업자)들에게 통신망을 빌려줄 뿐 직접 가입자를 유치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정통부가 도매업은 허용하되 소매업은 못하도록 사업허가서에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이런 파워콤이 새 주인을 맞게 된다.
정부가 올해 안에 한전의 파워콤 지분 30%를 매각하면서 경영권도 넘겨주기로 한 것이다.
파워콤 인수를 위한 투자의향서 제출시한을 앞두고 하나로통신이 파워콤과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정통부는 이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의 결합’을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통부 차관을 지낸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과 양승택 정통부 장관이 손뼉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하나로통신의 ‘야심과 속셈’ 파워콤과 통합하기 위한 하나로통신의 시나리오는 국내외 기업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워콤 지분의 30%을 인수한 뒤 이 컨소시엄을 법인화하고, 다시 이 법인이 하나로통신을 인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지주회사를 통해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을 합병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지분의 10%(파워콤 지분의 3%)를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하나로통신은 파워콤과 합칠 경우 약 4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이를 통해 지난 6월 말 현재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49.6%를 점유한 한국통신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같은 시점 하나로통신의 시장점유율은 25.3%, 두루넷은 16.8%이다.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은 “하나로통신의 가입자망과 파워콤의 기간망을 합친다면 한통과 맞서 이길 수 있고, 나아가 LG텔레콤과도 연대한다면 무선에서 2위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도 “하나로통신 200만, 두루넷 100만, LG텔레콤 440만 등 700만 가입자를 합쳐 새롭게 통합을 유발한다면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파워콤 민영화를 통신시장 구도개편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정책이다.
하나로통신이 파워콤에 집착하는 또다른 이유는 파워콤과의 결합만이 생존과 발전을 보장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하나로통신의 부채는 1조7400억원이다.
자본금이 1조5450억원이어서 명목상 부채비율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부채총액 자체가 엄청나 자칫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 심각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
아직은 부채로 잡히지 않지만, 하나로통신은 통신장비 대부분을 외상거래의 일종인 ‘벤더 파이낸싱’으로 외국에서 조달해 쓰고 있어 잠재적 부채를 합한 총 채무는 3조원을 웃돌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은 일종의 장치산업으로서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통신사업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올해 상반기부터는 에비타(EBITDA: 경상이익+순금융비용+감가상각비)도 흑자로 돌아섰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누적적자 해소가 요원하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하나로통신 입장에서는 파워콤과 통합하는 것과 같은 특단의 돌파구가 필요하다.
정통부 역시 중복·과잉투자를 방치해 하나로통신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입장이어서 ‘하나로통신+파워콤’ 방안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전력과 파워콤은 하나로통신과 파워콤의 결합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파워콤 노동조합은 하나로통신과의 통합이 계속 논의될 경우 민영화 자체를 보이코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자원부 역시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반대입장은 명확하다.
한전 등의 반대논리는 한마디로 하나로통신과의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하나로통신과 합병한다면 우량기업인 파워콤을 헐값에 매각하는 셈이 되어 국가적으로 손해이며, 부실기업과 파워콤을 합칠 경우 더 큰 부실기업을 탄생시킬 뿐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최근 하나로통신이 파워콤 가치를 떨어뜨려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통합을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분 10.5%를 매각했던 지난해 7월 파워콤 1차 입찰 당시 주당 낙찰가격은 약 3만2천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포항제철과 SK텔레콤 등이 일찌감치 입찰 불참을 선언함으로써 2차 낙찰가는 1차 때보다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로통신과의 통합을 통한 인위적인 통신시장 구도개편은 제값을 받고 파워콤을 민영화하는 데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게 산자부 등의 시각이다.
한전은 통신정책 주관부서인 정통부가 파워콤에 소매업을 허용함으로써 파워콤의 기업가치를 높여줄 것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파워콤에 소매업까지 허용한다면 하나로통신, 두루넷 등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사실 파워콤 민영화는 산자부와 정통부의 이견으로 1년 가량 지연된 사안이다.
정통부가 전략적 지분매각 대상의 범위를 통신사업자로 제한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2차 입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정통부는 뒤늦게 지난 5월29일 입찰제한을 풀었지만, 이때는 정보통신의 전반적인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인데다 포항제철이 파워콤에 대한 관심을 접은 시점이었다.
산자부와 정통부는 파워콤 문제로 계속 부닥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향배 파워콤 입찰과 관련된 또다른 관심사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움직임이다.
소프트뱅크는 국내 3위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인 두루넷의 2대 주주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12월 1억달러를 투자해 삼보컴퓨터 및 나래앤컴퍼니와 ‘SB(소프트뱅크) 두루넷 펀드’를 결성했고, 이를 통해 두루넷 지분 14.5%를 매입했다.
두루넷은 파워콤 입찰 참여문제를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두루넷 역시 파워콤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하나로통신과 마찬가지로 단독으로 파워콤 지분을 인수할 만한 현금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하나로통신은 소프트뱅크와 두루넷측에 컨소시엄 구성을 공식 제안해놓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로통신 신윤식 사장은 지난해 11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초고속인터넷 사업에 대한 손정의 회장의 지대한 관심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도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등 초고속인터넷을 널리 보급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두루넷은 하나로통신의 제안에 대해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섣불리 하나로통신과 컨소시엄 구성방안에 동조했다가 주도권은 뺏기고 부담만 떠안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부와 하나로통신의 구상대로 파워콤 민영화가 이뤄질지는 오는 8월10일을 고비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서류심사, 실사, 가격협상 등 지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 파워콤 2차 입찰을 계기로 한 통신시장 구도개편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