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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GM의 아시아전략'화룡점정'
2. GM의 아시아전략'화룡점정'
  • 권태호 한겨레 경제부
  • 승인 2001.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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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아태지역 수출기지로 적격… 단기적으론 국내시장 안착에 주력할 듯 대우자동차가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다면, 그 이후 대우차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대우차 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GM에 인수된 뒤 대우차의 미래와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GM이 왜 대우차를 인수하려 하는지, 그리고 대우차를 인수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려면 먼저 현재 GM의 아시아지역 사업 현황을 살펴봐야 한다.
GM이 대우차 인수에 나선 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자동차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미래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는 업체가 21세기 세계 자동차업계를 이끌 것으로 본다면 GM은 상당히 다급한 상황이다.
세계의 각 지역시장 중 GM의 점유율이 가장 낮은 곳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지난해 GM의 아태지역(일본 제외) 판매량은 30만대 가량으로, 시장점유율이 3.7%에 그쳤다.
포드의 7%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GM은 현재 중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호주 등 아태지역 6개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 시장에서는 제휴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능력이 10만대를 넘는 곳은 일본을 제외하면 태국과 인도네시아 두곳뿐이고, 게다가 실제 생산량은 생산능력에 크게 못미친다.
대부분 걸음마 단계라고 보면 된다.
또 일본의 제휴업체들은 생산규모는 크나 GM이 최대주주가 아니어서, 협력 파트너일 뿐 아직 GM의 휘하에 완전히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
2004년 목표 점유율 10% 이에 따라 GM은 1999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중대형 승용차 뷰익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일본 제휴업체인 이스즈와 스즈끼에 대한 지분율을 올리는 조처를 취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태국 라용 지방에 연산 14만대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세운 데 이어, 이번에는 대우차 인수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인 아태지역 공략에 들어갔다.
포드가 포기한 대우차에 GM이 매달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최근 미국의 펀드 평가사인 모닝스타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하지 않고는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다른 대안이 없다”며 “이번 협상이 대우차를 헐값에 인수할 마지막 기회”라고 지적했다.
GM이 목표로 하는 ‘2004년 아태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려면, 판매량이 지금의 3배까지 늘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아태지역 생산라인을 확충하거나 공장을 신설하는 것만으로는 단시일에 달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은 이미 어느 정도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는 수밖에 없다.
대우차의 국내 판매량이 GM의 아태지역 판매대수와 같은 30만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대우차를 인수하는 즉시 GM의 아태지역 점유율은 7.4%로 올라가 목표량에 근접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양적 측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대우차는 GM과 나름대로 궁합이 맞아떨어진다.
아태지역에서 GM의 생산구조는 경차(스즈끼), 중대형차(상하이 공장), 미니밴(태국 라용 공장), 상용차(이스즈, 후지중공업) 등으로 구축돼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소형~중형 부분이 빠져 있다.
GM은 인도네시아와 인도 공장에서 소형과 중형 승용차를 생산하곤 있지만, 이 두곳의 생산규모는 적고 기술수준도 떨어져 현지 국가 내 수요 이상(수출)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우차는 소형은 물론 경차에서부터 2천cc급 중형차까지를 모두 생산하며, 특히 앞으로 아태지역 주력 차종이 될 소형차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대우차는 특히 세계 8위권의 내수 규모를 가지고 있고, 외국 메이저 업체들에게는 난공불락의 성과 같았던 한국 시장 진출의 길목과 같다.
또 대우차는 21세기 최대시장이 될 중국 진출을 위한 부품산업 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
GM은 경쟁업체인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2002년 상반기에 생산할 예정인 소형 월드카(1천㏄)에 대한 대항 차종도 하루빨리 개발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GM의 대우차 인수는 이 회사의 동아시아 전략구도상 ‘화룡점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릭 왜고너 GM 사장은 최근 “대우차는 아태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하기에 적합한 차”라고 말해 대우차가 GM의 아태지역 본부로 성장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GM이 대우차를 인수한다고 전제할 경우, 앞으로 GM의 아시아 전략은 중국-한국-일본-태국에 걸치는 ‘4국 분업’의 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우차의 ‘아시아 거점 역할론’은 GM의 중장기 전략 차원의 이야기일 뿐, 당장 대우차가 GM의 아태지역 수출기지로 부상하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
부도 직전 대우차는 지역별 수출비중에서 유럽이 3분의 2를 차지했고 아시아쪽 수출은 2만2천대에 불과했다.
따라서 GM은 일단 한국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략은 앞으로 아태지역을 겨냥하기 위해 설립된 중국과 태국의 GM 공장에서도 마찬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GM의 대우차 인수는 현재 내수시장의 75%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대우차의 내수 점유율이 20%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과거 한때는 40%에 육박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우차의 내수판매가 지금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대차로서는 어느 정도 시장을 내어주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메이저 업체와 안방경쟁을 벌이게 되면 품질·서비스 경쟁력의 향상과 전체 한국차에 대한 해외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현대차로서도 수출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브랜드 유지는 GM 목적과 부합 그러나 수출시장에서 대우차의 영역은 유럽과 미국 등 기존 시장보다는 아시아 지역을 위주로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자동차 업계의 세계전략은 지역별 분업체제가 일반적인 구도다.
GM이 1910년대에 인수한 독일 오펠의 경우 지금도 미국에선 판매되지 않고 있다.
대우차 수출물량 대다수가 유럽에 판매되고 있으나 그곳에서는 피아트와 오펠 등 소형차 전문 자동차회사가 GM의 영역 안에 이미 들어 있다는 점은 대우차 발전에 부담요소가 될 것이다.
대우차 매각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폴란드 FSO는 GM의 제휴 파트너인 피아트가 반대 입장을 밝혀, 매각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쪽도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다.
왜고너 사장은 “미국에서 대우차 판매를 지속할 것인지 여부는 해결해야 할 이슈”라고 말해 대우차의 판매영역을 아태지역으로 국한할 가능성을 비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 전문가들은 대우차가 GM의 지역 생산기지가 아닌, 나름대로 독자적인 자동차회사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우 브랜드를 지키고 △독자 판매망을 존속시키며 △연구개발 기능을 게속 가져가야 한다는 등 3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브랜드 유지와 독자판매망 존속은 같은 맥락”이라며 “대우차가 국내 자동차산업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독자발전이 가능한 기본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한국 시장 진출이라는 점에서 볼 때 대우차 브랜드의 유지와 판매망의 존속은 GM의 목적과도 부합하는 측면을 지닌다.
그러나 GM은 연구개발 기능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소형차 전문 브랜드인 독일 오펠의 연구기능과 대우차가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차 기술연구소 김대호 과장은 “대우차와 오펠은 원칙적으로 다른 차”라며 “대우차의 가격경쟁력을 감안하면 오펠이 개발한 차를 대우차에 그대로 이식해서는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조건들은 현재 협상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평공장 인수문제와도 연결된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조성재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 대우차 생산능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부평공장을 제외한 소량 생산체제에서 별도 브랜드와 연구기능을 유지하는 건 ‘규모의 경제’에 맞지 않다”며 “대우차 기술연구소가 부평에 있기 때문에 수도권 우수인력 유치의 이점을 봤던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부평공장이 지난해 대우차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볼 때, 수익성 모델만 제시된다면 부평공장은 GM의 아태시장 공략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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