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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경력자 취업시장에도 한파주의보
[직업] 경력자 취업시장에도 한파주의보
  • 이용인
  • 승인 200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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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서두르는 직장인들이 옷깃을 바투 세운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그 틈새를 헤집듯 파고들어 온기를 빼앗는다.
그래도 출퇴근할 직장이 있다면 그깟 찬바람쯤이야 가볍게 받아넘길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처음 취업시장으로 내몰린 예비취업자들은 겨울을 느낄 여유도 없다.
대기업 공채는 끝났지만 예비취업자 가운데 겨우 30%만 취업문을 넘었다.
탈락자들은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다리품을 팔아야 한다.


신규 취업자들의 ‘취업대란’은 경기가 기울기 시작한 두세 달 전부터 예고됐다.
불황을 모른다는 IT 분야조차도 신규 취업자들에게 호락호락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경력자들 만큼은 취업한파에서 비켜나 있었다.
오히려 경력자들을 찾지 못해 허덕이는 기업들의 구인난이 구직난보다 더 심각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조금씩 경기침제 여파가 번지고 있다.
닷컴기업들의 잇딴 부도와 침체, 오프라인 기업들의 인터넷 분야 투자 축소 등으로 경력자들에게도 ‘인력 과잉’과 ‘몸값 하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연봉 25~30% 정도 깎아 협상 웹프로그램 및 웹기획 분야에서 4년 경력을 갖고 있는 이응환(30)씨는 지난 9월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닷컴 위기설 속에서 추가 펀딩에 실패하는 바람에 회사가 스스로 문을 닫은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았다.
인터넷 분야에서 4년 경력이면 ‘최고급 인력’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직광고를 내자 하루에 7~8개 기업에서 “도와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목돈을 만지고 싶은 욕심에 잠시 동안 프리랜서로 뛰겠다고 생각한 게 실수라면 실수였다.
일감을 수주받기는 했다.
하지만 탄탄한 오프라인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던 고객의 자금사정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대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중고자동차 매매 사이트 등 연줄이 닿던 닷컴기업들도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위기감이 밀려왔다.
그는 11월 중순부터 다시 일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하루에 들어오는 입사제의는 2건 정도에 불과했다.
두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조건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전에 있던 기업에서 받던 연봉보다 25~30% 정도 낮은 수준에서 줄다리기가 이뤄졌다.
“불안정한 것보다는 낫지요. 그 정도는 양보하고 들어갈 참입니다.
” 이씨처럼 고급 인력은 그래도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눈높이만 조금 낮추면 아직도 오라는 곳이 많다.
하지만 경력 1~2년차의 인력시장엔 벌써부터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 www.jobkorea.co.kr 김화수 사장은 “경력과 실력이 얕은 초중급 프로그램 경력자들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한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이나 인력재편을 하면서 가장 먼저 가지치기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잡코리아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경력직을 원하는 구인기업과 경력직 구직자 수를 조사한 결과 갈수록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경력직 모집업체 수는 올해 3월 1406개에서 11월 2745개로 2배 정도 늘었다.
이에 비해 구직을 원하는 경력자는 같은 기간에 4258명에서 13506명으로 3배 이상 뛰었다.
특히 구직을 원하는 경력자 수가 9월부터 가파르게 상승해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취업자들도 성장성보다는 안정성 선호 경력자 인력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드는 데는 구직자들의 까다로운 기업선택도 한몫하고 있다.
경력자들은 이제 콘텐츠 위주의 닷컴기업 취업을 꺼리고 있다.
기업을 선택하는 기준도 성장성에서 안정성 위주로 바뀌고 있다.
결국 구직자들은 오프라인에서 탄탄한 매출구조를 가진 기업을 선호하지만 일자리는 제한돼 있다.
그동안의 닷컴기업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되도록이면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취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구인기업과 구직자의 선택 기준이 어긋나면서 자연스럽게 경력직 인력이 남아도는 셈이다.
경력직 인력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은 갈수록 좁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특히 12월부터 내년 2월 사이가 경력자들에겐 최악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전문인력 알선회사인 유니언시스템정보 www.unionsi.co.kr 유연오(43) 사장은 기업들의 IT 관련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12월에 끝나고, 내년 2월이나 3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감이 20% 정도 줄어든 것에 비춰볼 때 내년 초엔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유 사장은 “경력자들도 자바나 C언어처럼 고급 프로그래밍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구직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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