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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게임캐스터 세계1호 정일훈 게임맥스 대표
[나는프로] 게임캐스터 세계1호 정일훈 게임맥스 대표
  • 이경숙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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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자: 자, 봉준구 선수, 열한시 위쪽, 열한시에서 열두시 사이에 있는데요. 그것이 발각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 사이오닉스톰! 아, 너무 정확하네요. 성큰콜로니….
해설자1: 이거 밀리는데요. 이거.
해설자2: 질럿과 하이템플러면 사실 뮤탈리스크든 히드라든 상대하기 힘들어요.
해설자1: 자, 이거 지지네요. 끝났죠.
중계자: 안간힘을 쓰면서 막고 있는 봉준구 선수,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해설자2: 더이상의 성큰콜로니도 없기 때문에 막기는 힘듭니다.

중계자: 드론까지 써서 수비하고 있는 봉준구 선수, 드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지이…. 봉준구 선수 지지…. 자, 김동수, 김동수 선수가 세판을 내리 따내면서 삼승무패로 프리챌배 온게임넷 우승을 차지합니다.
“아나운서 이미지 망칠 일 있어!” 2, 3분 동안 숨도 안 쉬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야 할 만큼 빠른 전개,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외엔 알아듣기 어려운 용어들…. 도대체 이런 중계프로그램을 보는 사람이 얼마일까 의문이 들 지경이다.
그러나 놀라지 마시라. 게임전문PP(프로그램 공급자) 온게임넷은 출범 4개월 만에 기존 PP들을 제치고 케이블방송 순위 6위에 올라섰다.
의 게임중계 프로그램은 박찬호 경기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효자다.
이 정도면 게임과 방송중계를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미 성공을 증명한 셈이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의 발상자는 누구일까? 세계 최초의 게임캐스터 정일훈(32) 게임맥스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케이블방송 <동아TV> 아나운서였던 그는 IMF사태로 실직한 후 프리랜서MC 일을 하다가 당시 <투니버스> PD였던 황영준 온게임넷 리그팀장과 함께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방송으로 중계하는, 인류 최초(?)의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다.
스타크래프트가 뭔지도 모른 채. 머리에 든 기획을 현실화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외래어 일색인 게임용어가 골칫거리였다.
‘러쉬’는 공격, ‘지지’(Good Game)는 항복, ‘마린’은 해병대, ‘메딕’은 위생병, ‘저글링’은 개떼라고 바꿔 불러보았지만 게임의 긴박감이 영 살아나지 않아 그냥 두기로 했다.
아나운서 친구들은 “아나운서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게임 같은 거 중계하다 이미지 망치면 평생 아나운서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뜯어말렸다.
하지만 그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남이 안 해본 것을 해보자’는 맘으로 밀어붙였다.
투니버스에서 첫 방송이 나간 뒤 게임중계는 매회마다 케이블방송 사상 최고시청률을 갱신했다.
시청점유율은 42%까지 올라갔다.
게임중계방송의 주가도 따라 올라갔다.
전문채널로 투니버스의 케이블방송 온게임넷, 의 위성방송 겜(GHEM)TV가 지난 여름 문을 열었다.
는 가칭 게임MBC를 준비 중이다.
공중파방송에서도 차츰 게임프로그램이 늘어났다.
iTV의 경우 <열정!게임챔프>, <게임스페셜>, <게임월드 명승부베스트> 등 3개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게임산업, 하부구조를 다지고 싶다 그는 지난 4월 게임마케팅전문회사 게임맥스 www.gamemax.co.kr를 설립했다.
게임 중계, 이벤트·방송프로그램 기획, 게임제작사간 네트워크 구축 등의 사업을 벌이는 이 회사는 9월 프리챌과 M&A가 성사돼 김용진 대표가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정 대표는 2년 안에 ‘목적’을 이루고 회사를 떠나는 것이 목표란다.
“게임이 화려하게 왔다 서서히 사라지는 트렌드냐 아니냐는 하부구조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어요. 하부구조란 건, 예를 들자면 방음게임캡슐 같은 거예요. 게임 중 중계방송이 들리면 상대방 전략을 알 수 있잖아요. 이런 기본 인프라가 없으면 게임도 예전의 프로레슬링처럼 대중의 머릿속에서 잊혀지는 운명이 되겠죠. 저는 게임맥스를 통해 인프라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럼 그 후엔 무얼하겠느냐 물으니 “방송환경에 맞는, 뭔가 다른 일을 하겠죠”라며 받아넘긴다.
“방송인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을 것”이란다.
지금은 ‘방송인’이란 형식에 ‘게임’이란 콘텐츠를 담고 있다면 그때쯤엔 다른 콘텐츠를 담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KBS <쓰리랑가족> 방송작가, 동아TV 공채1기 아나운서, iTV <생방송 모닝데이트> 프리랜서MC, 게임캐스터…. 그의 다음 이력에 어떤 항목이 붙든지간에 그는 늘 지금처럼 방송인일 것이다.
게임캐스터가 되려면
게임캐스터는 우선 방송인 자질이 있어야 해요. 전달매체가 방송이기 때문이죠. 스포츠캐스터가 스포츠인이 아니라 방송인인 것과 마찬가지예요. 물론 게임을 좋아하고 디지털 사회에 맞는 마인드가 있어야 하고요. 방송아카데미나 문화원에서 아나운서 과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네요. 아나운서가 되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오류를 발견해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50명 이상이 받는 수업에서 그런 것을 얻을 순 없잖아요. 저는 독학을 했습니다.
고려대 방송국 아나운서 시절, KBS 아나운서 교본을 매일 달달 외우고 다녔어요. 제 귀로 발음을 듣고 교정하기 위해서였죠. 좋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면 개인지도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게임맥스로 오세요. 게임캐스터가 될 만한 재목을 키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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