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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고삐풀린 단말기 보조금
[포커스] 고삐풀린 단말기 보조금
  • 한정희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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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부 연례행사처럼 보조금 폐지 들고나와…솜방망이 처방으로 약효 없어
이동통신업체의 단말기보조금을 전면 폐지한다는 정보통신부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에서는 단말기를 원래 가격보다 깎아파는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신촌의 한 대리점에서는 ‘018인터넷폰’을 3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 판매한다.
다른 대리점에서는 016 신제품을 6만원대에 판다.
물량이 모자라 못 파는 경우도 많다.


실제 정가에 대해서는 모두 입을 꾹 다문다.
신촌 가판대에서 019 플립형 단말기를 8만원에 팔던 한 직원은 “원래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회원을 늘리기 위해 대리점에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에서는 “019 신제품이 40만원대인데 19만원에 판매한다”며 본사에서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업체의 단말기보조금이 슬그머니 부활한 것이다.
정통부 정책 왜 안 먹히나 감독기관인 정통부는 손을 놓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 4월에도 단말기보조금을 15만원 이하로 줄이라고 지시하고, 할부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대리점과 업체들은 시장 위축과 생존의 어려움을 들어 정부 지침을 무시했다.
업계에서는 당시에도 평균 20만원의 단말기보조금이 대리점이나 단말기 제조업체에 지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에 있었던 정통부의 단말기보조금 폐지 발표도 솜방망이였던 셈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정통부는 지난 5월 다시 단말기보조금 축소안을 들고나왔다.
정부는 처음에는 단말기보조금을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 낮추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바로 6월1일부터 단말기보조금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통부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폐지 이후 한두달 정도는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하지만 9, 10월 들어 다시 가입자 수가 증가세로 바뀌었다.
단말기보조금의 고삐가 다시 풀린 것이다.
최근 단말기보조금이 부활하고 있는 것은 단말기보조금 폐지 이후 누적된 재고에 부담을 느낀 단말기 제조업체와 가입자 감소에 직면한 PCS 사업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탓으로 보인다.
PSC 업체 관계자는 단말기보조금 지급을 시인하면서 “다른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016과 018은 합병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회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019도 3분기 동안 마케팅 비용이 치솟았다.
이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이 단말기보조금에 들어갔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단말기보조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고 귀띔했다.
사실상 업체들간의 담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 안중에 없어 정통부는 시중에 단말기보조금이 부활하고 있는 걸 알지만 뽀족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정통부 산하기관으로 단말기보조금 규제를 담당하는 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규제 의지는 있지만 25명의 인력으로는 전국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통부는 단말기보조금 폐지로 발생한 자금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PCS 3사의 재무구조가 좋지 않아 당장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긴 힘들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상황만 보면 정통부가 과열경쟁을 방치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말기보조금 정책과 관련해 국회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는 이동통신업체의 판촉 이벤트 대행사”라고까지 비꼬았다.
정통부가 소비자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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