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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바벤] ④ 유전자 전달 기술
[닥터바벤] ④ 유전자 전달 기술
  • 허원(강원대 환경생물공학부)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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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병 치료 위해 특정 유전자 세포내 주입
포도 씨앗이 뱃속에서 자라나 살을 뚫고 나오는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어린 마음에 포도를 먹을 때면 늘 그 만화가 떠올라 걱정이 되곤 했다.
그때부터 포도씨를 열심히 발라내는 버릇이 생겼다.

물론 포도씨는 뱃속에서 자라지 못한다.
사람의 몸은 이물질이 침입하면 이를 찾아내 분해하거나 몸 밖으로 밀쳐낸다.
그렇다면 포도 유전자를 사람의 세포 속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포도 유전자 전체를 사람의 세포 속에 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 프로그램이 IBM PC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이러스벡터 주사요법 등 이용…성형외과 치료도 가능해질 듯 그렇다면 특정 유전자만을 골라내 사람의 세포로 전달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사람의 세포가 유전자를 해독해 기능을 발휘하도록 잘 디자인한 것이라야 한다.
실제로 유전병을 치료하거나 특정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목적으로 유전자를 사용하는 것을 ‘유전자 요법’이라 부른다.
그런데 유전자를 사람 세포 속에 집어넣는 방법이 간단치 않다.
사람 세포를 떼어내 시험관 안에서 다른 유전자를 넣는 방법은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세포 속으로 직접 유전자를 전달하는 기술은 결코 무척 까다롭다.
유전자를 세포 속에 어떻게 넣을까 세포보다 작은 주사바늘이 있다면 아마 이런 연구는 불필요할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주사바늘은 없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세포 안으로 유전자를 넣는 몇가지 방법이 개발되긴 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급성인두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바이러스를 인체에 해가 없게 만든 다음, 여기에 치료용 유전자를 붙여넣는 식이다.
이런 방법을 ‘바이러스 벡터’라고 부른다.
사람 몸에 유전자를 숨긴 트로이의 목마를 보내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요법은 유전적 결함으로 생긴 질병을 치료하는 데 활용한다.
선천적으로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가 결핍된 고셔병, 구리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소가 고장난 윌슨씨병, 낭성섬유증, 근육병, 알츠하이머 등이 일차 치료대상이다.
고셔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에 지방 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실어 치료제로 사용한다.
앞으로는 유전병이 아닌 일반 질환도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의 실험실벤처인 바이로메드에서 유전자 전달에 사용할 수 있는, 효율이 높은 바이러스 운반체를 개발해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유전자를 주사기로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주사바늘이 직접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주사기를 통해 전달하려는 유전자가 먼저 살 속으로 들어간다.
이 유전자는 침투를 도와주는 물질과 유전자를 보호하는 물질 등으로 표면을 코팅한다.
침투를 도와주는 물질이 세포막에 붙어 구멍을 내면서 유전자를 세포 안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이런 코팅 물질을 ‘유전자 전달 물질’이라고 부른다.
세포 안으로 얼마나 많은 유전자를 전달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90년부터 다양한 종류의 유전자 전달 물질을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유전자를 주사하면 특정 부위에만 유전자요법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러스 벡터보다 생산하기도 훨씬 쉽다.
하지만 바이러스 벡터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따라서 두 기술이 앞으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주요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 실험실벤처인 메디코룩스에서 생물소재와 무기소재를 함께 사용해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했다.
선바이오에서도 고분자합성물질인 PEG(폴리에틸렌글리콜)를 이용해 유전자를 감싸고, 이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미 개발된 바이러스 벡터나 유전자 전달물질을 이용해 전립선 비대증, 암, 혈우병, 면역체계 이상 질환, 혈관폐쇄를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 치료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미래에는 주사제 의약품을 만들 듯이 제약회사에서 다양한 유전자 치료용 의약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바이러스나 유전자가 의약품의 한 종류로 분류되는 것이다.
대머리 치료나 성형외과 치료에도 유전자요법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유전형질을 유전자 약으로 보충하면서 살아가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현재 진행 중인 유전자요법
유전자 백신은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일부를 떼어내 몸에 주사함으로써 백신과 똑같은 효과를 얻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간염바이러스의 경우 이를 혈액에서 분리정제해 불활성화시킨 다음 사용하거나,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간염바이러스의 표피단백질을 효모에서 생산해 백신으로 사용했다.
유전자 백신은 이런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간염바이러스의 표피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바로 백신으로 사용한다.
사람의 세포로 잘 전달되도록, 또한 사람의 세포에서 바이러스의 표피단백질이 잘 만들어지도록 하는 기술이 함께 쓰인다.
현재 연구가 진행중인 유전자요법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안티센스 유전자요법 유전자는 이중나선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단일나선 유전자를 집어넣어 특정 유전자와 결합하도록 함으로써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는 것을 안티센스 유전자요법이라고 한다.
안티센스 유전자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거나, 발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한다.
어떤 이유로 유전자가 지나치게 많은 단백질을 생성시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도 사용이 가능하다.
따라서 항바이러스 치료제, 항암제 및 혈관협착 방지제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
안티센스 유전자가 세포 속으로 잘 전달되고 쉽게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자살 유전자요법 태아의 모습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의 세포는 저절로 죽어 없어진다.
이 과정을 ‘아포톱시스’라고 부르는데, 여기에 관련된 유전자를 자살 유전자라고 한다.
감기바이러스에서 분열과 복제 유전자를 제거하고 대신 암세포를 파괴하도록 설계한 자살 유전자를 집어넣어, 암에 걸린 간에 직접 주사하는 유전자 요법이 개발돼 있다.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죽이므로 주로 항암제로 개발하고 있다.
*신혈관조성 유전자요법 심혈관이나 다른 부위 혈관이 막혔을 경우 수술로 혈관을 확장시키거나 스텐트를 삽입하거나 수술로 우회혈관을 붙여넣어 치료한다.
이런 방법 대신에 주사 한방으로 대체 혈관을 스스로 성장시키는 방법이 개발되었는데, 이를 신혈관조성 유전자 요법이라고 부른다.
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인 VEGF라고 부르는 유전자를 혈관을 생성시키고자 하는 위치에 유전자 전달체를 사용해 주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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