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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날아라 태권브이, 다시 날아라!
[기획] 날아라 태권브이, 다시 날아라!
  • 이경숙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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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섬 기지에서 훈과 현이가 맞붙는다.
현이는 훈이 친구이자 조박사 아들의 복제인간. 그를 만든 조박사는 미나를 인질로 삼으려는 현이를 막으려다 죽고, 현이와 훈은 각각 캉카큐와 태권브이와 합체해 마지막 대결을 벌인다.


지난 7월30일 ‘제2회 태권브이영화제’가 열린 어린이회관 무지개회관 안은 영화 사운드 외엔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일곱살 유치원생부터 예순살 교수까지, 연령층과 직업도 가지각색인 이들을 하나로 만든 영화는 태권브이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84 태권브이>였다.

이 영화제의 기획자는 팬클럽 ‘신화창조 태권브이’이다.
팬클럽은 99년 9월13일 개인 홈페이지에서 만난 태권브이 마니아 2명이 모태가 됐다.
이들은 그냥 태권브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다는 소박한 이유로 지난해 10월23~24일 중앙극장에서 태권브이 상영회를 가졌다.
본격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운영진 20명, 회원 500여명으로 거대한 팬클럽이 만들어졌다.
URL은 클럽포유 club.entica.com에 두고 있으며, 태권브이 팬클럽 공식 홈페이지 www.gotaekwonv.com를 운영중이다.
이들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안세력, 압력단체로 거듭나려 하고 있다.
<닷21>은 26일 열린 운영회의를 통해 이들이 세우고 있는 한국애니메이션의 회춘전략을 살짝 들여다봤다.
태권브이 영화제 소식이 언론에 보도된 뒤 문의전화가 쇄도해 일을 못할 지경이다.
대부분이 아이들에게 피카츄 말고 태권브이를 보여주고 싶다는 30대 학부모들이었다.
태권브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다.
신화창조 태권브이 회원 수도 500명이 넘었다.
팬클럽의 관심사도 처음 태권브이였지만 차츰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넓어졌다.
이제 우리 팬클럽을 어떤 전망으로 꾸려나갈지 다시 의논해야 할 때다.
고독 3차 문화개방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 곧 극장으로도 들어온다.
1~2년 안에 우리나라에도 오타쿠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도 독자적인 관객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다.
후원금을 모아 팬클럽 사무실을 열고 태권브이의 인터넷 판권도 사서 웹 사이트에서 상영하자. 우주작전 우리 클럽이 너무 상업화하는 것 아니야? 일본에선 팬클럽이 직접 영화 제작에 투자하는 일이 많다.
일본처럼 방송사들이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지 못하고 있는 우리 실정에선 관객들이 더욱 나서야 한다.
고독 애니메이션 토론 게시판을 보면 한국색을 찾자는 의견보다 우선 일본을 배우자는 의견이 더 많다.
훈 동생 사람들이 착각한다.
한국의 색깔이란 우리나라 나름의 정서, 해석을 말하는 것이다.
고독 한국적 스타일을 찾자고 하면 사람들은 고전 스타일을 떠올린다.
우리 정서에 맞는 우리 문화를 살리자는 건데. 우주작전 한국 정서의 애니메이션을 우리 관객들이 받아들일까. 고독 점차 해나가야지. 우주작전 국가도 있고 전문가들도 많은데 우리가 왜 해. 국가정책은 항상 늦다.
우리가 물갈이를 해야 한다.
신씨네 영화의 흥행 이후 한국 영화와 관객의 풍토가 바뀌었다.
한국 애니메이션도 새 물결을 일으켜야 한다.
최근 만든 성인용 애니메이션들은 다 망했다.
제대로 된 만화영화를 보려면 관객이 나서야 한다.
제작자들은 관객이 있어야 투자한다.
만약 우리 팬클럽이 10만명이라고 하면 태권브이를 만들지 않겠는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방송사들이 이끌어주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관객들이 제작자들에게 어떤 영화가 좋은 영화인지 제시하자. 그래서 제작자는 관객수, 즉 돈을 확보하고 관객들은 양질의 영화를 확보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자. 우주작전 우리가 관객의 대표로서 결정하자는 거야? 고독 대표가 아니라 대변자 역할을 하자는 것이다.
일본에 오타쿠가 형성된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였다.
우리도 영향력을 키우자. 우리끼리만 놀지 말고. 청동거인 일본 오타쿠들은 자기 분야에서 최고들이다.
우리는…. 고독 한발 내딛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차츰 전문가들을 끌어들이자. 우리 팬클럽에도 이미 애니메이터, 영화제작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해서 문화현상이 생기는 거다.
청동거인 아직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엔 현상이 너무 미약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처음부터 프라모델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다.
우리는 어디 그러한가. 코스프레 대회를 봤는가. 100명 중 99명이 일본 만화와 게임을 코스프레한다.
우주작전 그게 우리의 현실이잖아. 어떻게 해. 김박사 일본 코스프레하는 애들이 대개 열일곱이나 열여덟살이더라. 청동거인 더 어려. 말만 한국말하지 알맹이는 일본애들이야. 10년 뒤, 20년 뒤를 보면 문화적 파급력은 더 크다.
청동거인 경제적 파급력은 더더욱 크다.
비록 지금은 동호회 차원이라 코스프레를 놔두고 있지만 기업화가 되면 일본에서 고액의 저작료를 요구할 것이다.
더군다나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양하다.
초밥 만화만 100여편이 나올 정도 아닌가. 김박사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안된다.
만화가 이두호가 청소년보호법에 걸려든 게 입에 창 꽂히는 장면 때문 아닌가. 사실적 묘사를 폭력성이라고 규제하다니. 일본 애니메이션이 세계화한 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같이 사실적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 덕분이다.
고독 일본 만화의 선정성과 폭력성은 따라가면 안된다.
우주작전 처음부터 어떻게 다르게 해. 하다 보면 달라지는 거지. 선정성이나 폭력성은 어느 선을 지나면 더 심해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보여준 다음에는 자연스레 은유의 미학으로 넘어갈 것이다.
앤드류 고독님 말대로면 일본 문화는 평생 개방하면 안되는 것이게요. 고독 그게 아니라 일본을 무작정 따라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자는 거다.
우리 관객부터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으면 제작자들도 일본 만화를 단순히 모방하는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다같이 그렇다.
맞다.
이해했다.
샤랄라 우리 유치원 아이들만 하더라도 열광하고 좋아하는 만화들은 모두 일본 만화들이다.
물론 작품성 있는 좋은 만화도 있지만 대부분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만화들이다.
난 내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고독님 말처럼 우리 색채가 담긴 우리 만화를 보여주고 싶다.
이제 대강 의견이 모인 것 같다.
정리하자. 앞으로 함께 관객 캠페인을 벌이면서 관객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끄는 풍토를 만들어나가기로 하자. 이번 태권브이 영화제는 그 출발선이 될 것이다.
등장인물
: 시삽. 본명 유영훈. 28살. 예사니 대표. 예사니는 태권브이 팬클럽 회원들이 모여 만든 애니메이션 포털 사이트. 고독: 부시삽. 본명 김영훈. 28살. 중앙일보 멀티미디어 과정 수강중. 컴퓨터 하드웨어, 프로그래밍, 애니메이션에 해박한 지식. 김박사: 태권브이연구소 소장. 본명 김지환. 29살. RGB그래픽스 애니메이터. 그림 회화와 영어 회화에 뛰어난 실력을 자랑. 훈동생: 태권브이 팬클럽 배너 제작. 본명 박준태. 26살. 예사니 웹마스터. 애니마21, 월간 만화창작, 두루넷 등 무수한 만화 사이트 기획. 앤드류: 자료지기. 본명 김종길. 26살. 미국 유학을 준비중인 자칭 ‘백수’. “해가 떠도 달이 떠도 언제나 우상은 태권브이!” 청동거인: 태권브이 이벤트 입간판과 프라모델 제작. 26살. 프리랜서 모델러. 영화 <쉬리>, MBC 21세기 위원회 콘솔, 박진영 콘서트 특수효과 제작 참여 등. : 대구지부장. 27살. 경북대 심리학과 재학중. “대구에 계신 태권브이 팬들, 술 한잔 합시다.
우주작전: 운영진. 30살. 글쎄요. “태권브이가 상업주의에 휘말리는 것이 안쓰럽네요. 끝까지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했으면.” 샤랄라77: 운영진. 24살. 명지전문대 유아교육과 재학중. 아이들이 “피카츄, 라이츄…”가 아니라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게 하고 싶다.
용어설명
로보트태권브이 김청기 감독이 76년 발표한 국내 슈퍼로봇계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첫 개봉 때 서울에서만 18만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84년 <84 태권브이>를 마지막으로 제작이 중단됐다.
최근 TV판 태권브이를 ‘드림넷 엔터테인먼트’에서 다시 만들고 있으며, 신씨네에서 극장판을 기획중이다.
한국 애니메이션 총 수출액 8166만달러.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실적이다.
한국 영상물 수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높은 기여도다.
그럼에도 제작편수는 8편뿐. 동네 비디오가게 벽면은 온통 일본과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져 있다.
이유는 우리 애니메이션 상품 대부분이 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OEM)으로 수출되기 때문. 우리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재는 한마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다.
오타쿠 ‘집에서만 활동하는 사람’, 또는 ‘이상한 것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광적인 마니아를 가리킨다.
프라모델 플라스틱 모델의 준말.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모형과 부품들을 구입해 직접 조립·도색·받침대 등을 만들어 완성하는 것. 한때 일본이 시장을 석권했지만 지금은 한국, 홍콩의 저가품과 미국, 유럽의 고품질 제품이 세를 늘리고 있다.
코스프레 코스튬(Costum)과 플레이(Play)의 합성어. 만화나 게임의 주인공 의상을 모방하는 취미로 우리나라에도 1만5천여명 정도가 있다.
4대 통신망 동호회 회원만도 6천명. 지난 6월엔 아마추어만화연합에서 제1회 코스프레쇼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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