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대.’ 은행의 3개월 미만 정기예금 금리가 연 4.5~4.8%로 낮아짐에 따라 예금자가 챙기는 실질이자는 마이너스 상태가 됐다.
이자소득세(16.5%)를 떼고 물가상승률(5%대)을 감안하면 은행에 돈을 넣어도 전혀 소득을 올릴 수 없는 시대가 온 셈이다.
회사원 김아무개(29)씨는 고민에 빠진다.
보통예금 통장에 들어 있는 여윳돈이래야 200여만원뿐이지만 그냥 놔두자니 이자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생각에 속이 쓰리다.
1년짜리 정기예금을 하나 더 만들어볼까 하니 5.6~6.0%밖에 되지 않는 금리 탓에 망설여진다.
주식투자를 하려니 매일매일 매분마다 신경써야 하는 것이 귀찮고, 펀드에 돈을 넣으려니 만기가 오기까지는 주가가 급락해도 속수무책이라는 말에 겁부터 난다.
좋은 정보가 없나 싶어 신문을 뒤적거리던 김씨는 ‘장기 배당투자 1석3조’라는 제목에 눈이 번쩍 뜨인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고 장기투자자에 대한 배당소득 세제혜택이 확대되면서 배당투자 유망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인터넷으로 정보검색을 해보니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배당투자 유망종목을 적잖게 내놓고 있다.
‘이거다! 배당수익도 받고 비과세 혜택도 받고 주가가 오르면 투자수익도 챙기고….’ 이씨는 이 참에 증권투자를 시작해보자 마음 먹고 증권사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들어간다.
금리가 더 떨어진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 지난달 말부터 각 증권사들은 배당투자 종목을 내놓았다.
신영증권은 배당수익률이 6%를 넘는 종목 중 부채비율과 영업 안정성이 뛰어난 기업을 유망종목으로 선정했다.
요즘 뜨고 있는 내수주 중에선 제일모직, 태평양물산, 현대DSF, LG전자(우) 등이 추천종목에 포함됐다.
이 중 제일모직, 코오롱, 현대DSF은 교보증권도 추천한 종목이다.
신영증권은 또 동원수산, LG상사, SK가스, 동국제강, 한국쉘석유, 현대미포조선, 백광소재, 담배인삼공사, 풍산, S-Oil, 대한도시가스, 희성전선, 수출포장공업, 대한전선, 창원기화기, 동부화학, 한국프랜지공업, 이수화학, 코오롱, 동일방직, 현대차(2우B), 대림산업을 추천종목으로 꼽았다.
교보증권은 인지콘트롤스, 창원기화기, 풍산, 조선내화, 신한은행, 대한가스, 극동가스, 부산가스, 신영증권(우), 현대차2우B, 포리올, SK케미칼에 관심을 가져볼 시점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경영실적이 좋아진 실적주들이다.
신한증권은 제지업종을 위주로 배당투자를 제안했다.
제지업종 중에서 공급과잉과 판매단가 하락, 주 수출시장인 중국 시장의 위축 등으로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신한증권은 한솔제지, 신대양제지, 태림포장, 한국수출포장, 한국제지의 경우 지난 몇년간 안정적인 배당을 해왔으며 상반기실적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8월이다.
배당수익을 노린 투자 추천은 통상적으로 12월 결산을 앞둔 11월이나 6월 결산을 앞둔 5월에 나오곤 했다.
8월의 배당투자 추천은 여름에 핀 코스모스처럼 생뚱맞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이 뭘까? 일단은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낮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데 첫번째 이유가 있다.
보통 금리가 낮아지면 주가가 높아지는데, 저금리 상태가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데도 주가는 500에서 600 사이를 크게 왔다갔다하면서 큰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금처럼 500선에서 반등과 하락을 거듭하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시기야말로 배당투자를 눈여겨볼 만한 때다.
우리 주식시장을 이끄는 반도체주도 하락을 멈추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수가 500 이하로 더 떨어질 위험은 높지 않다.
교보증권 김정표 책임연구원은 “비록 장기 보유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는 하지만 안정적 수익률이 보장되고 기업실적도 호전되고 있다는 점에서 배당투자는 안정적 투자수단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우리 기업 사이에 주주중시 경영이 자리잡아 가면서 배당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정부는 1년 이상 장기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조세특례제한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5천만원 미만의 주식을 1년 이상 가지고 있을 땐 소득세가 면제된다.
그러나 제아무리 배당수익이 높고 비과세 혜택이 있다고 해도 배당투자도 주식투자다.
배당수익률 이상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투자노력은 말짱 도루묵이 된다.
한 예로 지난해 3월 삼성물산 주식 500주를 650만원에 산 이아무개씨는 올해 3월 주총 뒤 12만5천원을 받았지만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더 컸다.
삼성물산 주가가 7천원대로 떨어져 주식가치가 반토막이 났기 때문이다.
이씨가 삼성물산 주식을 샀던 지난해 3월은 종합주가지수는 1000에서 800대로 하락하고 있던 때였다.
따라서 배당투자를 할 때에도 종합주가지수와 종목별 주가를 눈여겨봐야 한다.
대우증권 투자전략팀 이종우 팀장은 지수가 520선일 때 배당투자를 조심스럽게 고려해보라고 제안한다.
물론 12월 결산 때까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위험도 감안해야 한다.
그는 560이 넘어갈 때 사면 위험하고 600이 넘었을 때 사면 ‘미친 짓’이라고 덧붙인다.
교보증권 김정표 책임연구원은 지수가 500으로 떨어졌을 때 사라고 권한다.
지수가 580 이상 올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그는 만약 지금의 지수 반등세가 계속 간다면 낙폭과대주와 IT주를 중심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배당투자는 ‘주식투자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그만큼 수익률이 낮으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투자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기대배당금의 현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는 종목이 매력적이다. 재무안정성면에서 부채비율이 낮고 회사채 등급이 우수하며 재무수익성면에서 지난해 말보다 올해 당기순이익이 높으면 배당투자를 기대해볼 만하다. 또 영업활동을 하거나 자본을 거래해서 벌어들인 자금 가운데 사내에 두고 있는 자금(유보율)이 많아야 배당할 수 있는 자원이 많다. 배당을 주식으로 하는가 현금으로 하는가도 중요하다. 과거에 주식으로 배당했던 기업은 다시 주식으로 배당할 가능성이 높다. >기대 배당수익률을 계산하는 법은? =배당수익률은 액면가에 배당률을 곱한 다음 다시 매입가격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대 배당수익률=(2000말 기준배당률×액면가)÷현재시가 >언제 사는 것이 좋을까? =주식회사들은 6월 혹은 12월에 결산을 한다. 가령 12월 결산법인은 3월에 주주총회를 열어 12월 말까지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액을 결정한다. 따라서 11월 또는 5월경에 배당투자를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소득세 감면혜택을 받으려면? =종목당 5천만원 이하의 주식을 1년 이상 보유하되 지분 1% 미만인 소액주주여야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5천만원 이상 3억원 미만의 주식은 정상세율(16.5%)보다 낮은 10%의 분리과세 혜택이 있다. 이때엔 주식을 현물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 계좌에 입고해 해당기업의 회계연도 동안 계속 보유해야 따라서 명부주주인 경우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 주식을 입고해 장기보유해야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단 비상장, 비등록주식은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배당소득 감면대상이 아니므로 정해진 세금을 다 내고 종합소득신고를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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