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실리콘밸리] “닷컴 절반은 장례식을 준비하라”
[실리콘밸리] “닷컴 절반은 장례식을 준비하라”
  • 송혜영 통신원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자기관들, 내년 ‘닷컴살생부’ 배포…50%만 생존 예측 올해 가시밭길을 헤맸던 닷컴기업들은 내년에는 더 험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2개 메이저 e-테일러(온라인 소매상점) 가운데 2001년 중반까지 12~14개만이 흡수합병 등의 형태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뱅크도 앞으로 1년 안에 22개사 가운데 10곳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닷컴기업들에겐 간담이 서늘한 예측이다.
닷컴기업 몰락에 관한 얘기는 올 한해 동안 지겹게 들려왔다.
그러나 거물급 투자기관들이 기업 이름까지 들먹이면서 ‘살생부’를 돌린 사실은 심상치 않다.
골드만삭스가 밝힌 22개 메이저 온라인 소매상 중 적어도 절반은 2001년 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자금이 동날 것이라고 한다.
내년 중반까지 살아남은 소매상들은 적어도 2분기 안에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아마존, 이베이만 살아남을 듯 전문가들이 모두 생존을 점친 닷컴기업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인 아마존과 e베이 둘뿐이다.
e베이는 온라인 소매상 가운데 유일하게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
아마존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한데다 끊임없이 카테고리를 늘려가며 대형화와 종합화를 꾀한다는 점에서 생존력을 인정받았다.
전문가들은 오프라인 백화점과 전문 판매점의 사이트도 닷컴기업과 경쟁을 피할 수 있고, 브랜드를 알리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아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오토바이텔, 프라이스라인, 반즈앤드노블, 오토웹, 사이베리안아웃포스트, 웹밴, 드럭스토어, 플래닛RX 등은 몰락의 그림자가 짙다.
실리콘밸리에서 닷컴 한파는 좀체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온라인 우편사업 업체인 이스탬프가 직원의 30%를 정리했고, 더맨닷컴이 4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펫츠닷컴은 250명의 직원을 잘라내더니 결국 문을 닫았다.
라틴계 포털 사이트인 케파사 www.quepasa.com는 38명의 직원을 도려내고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에만 8789명의 닷컴기업 직원들이 직장을 잃었다.
이는 10월의 5677명보다 55%나 늘어난 수치이다.
챌린저나 그레이앤크리스마스 통계를 보면 올해에만 383개 닷컴기업에서 3만1056명의 직원이 잘려나갔다.
5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 TV 광고의 30% 가량은 닷컴기업을 홍보하는 내용이었는데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전문가들은 닷컴기업, 특히 온라인 소매상들이 도산을 향한 정리해고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가트너그룹 분석가인 로버트 래벳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무수히 많은 닷컴기업의 희생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광고대행사 인큐베이터로 도미노 닷컴기업이 몰락하면서 광고대행사와 벤처 인큐베이터들도 된서리를 맞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닷컴기업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광고대행사들이 이제는 닷컴기업들에게는 광고대행 수수료를 올려받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유망한 닷컴기업을 배출하면서 승승장구하던 CMGI나 아이디어랩, e헤처스 따위의 인큐베이터들도 이제는 스스로의 생사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지난 3분기에 실리콘밸리 지역에 투자된 벤처캐피털은 대부분 무선이나 광솔루션을 포함한 네트워크 인프라 쪽에 쏠렸다.
3분기에 돈줄을 거머쥔 상위 20개 벤처 가운데 6곳이 노바룩스나 야입스, 앰버네트워크, 비바체네트워크 등 광솔루션 관련 업체다.
투자자들마저 닷컴 소매상들을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닷컴 찬바람’이 내년에도 몰아칠 것이라는 일기예보는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