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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테크놀로지]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 심규환 ETRI 회로소자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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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초월한 정보전달 터보엔진

동작 속도·집적도 100배로 높여… 디지털시대 주도할 차세대 소자로 급부상

고려인삼에 다량(1000~2000ppm) 함유돼 있다고 알려진 게르마늄 원소는 인체 안에서 인터페론의 생성을 유도해 항암 효과가 있고, 중금속과 콜레스트롤을 제거하는 효능도 지닌 신비의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 때문에 게르마늄은 항암제를 비롯한 각종 의약품, 화장품, 정류기 등은 물론 모자, 냄비, 쌀통, 심지어 속옷 재료로도 쓰인다.


이 물질은 1885년에 독일 과학자에게 처음 발견돼 게르마늄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1940년대에 반도체를 인식하고 용도를 탐색하는 데 공헌했다.
전자산업에 혁명을 일으킨 최초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바로 게르마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47년 벨연구소의 바딘, 브래튼, 쇼클리는 게르마늄 반도체로 트랜지스터를 개발했고, 트랜지스터 효과(전류 증폭)를 처음 발견한 공으로 1956년 노벨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약품에 들어가는 유기-게르마늄인 Ge-132를 최초로 만든 아사이 박사도 노벨상을 받았다.
1960년에는 게르마늄과 실리콘 반도체로 만든 다이오드로 양자 관통현상을 발견한 일본 소니의 에사키 박사도 최초의 양자 전자소자를 연구한 공로로 197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게르마늄이 노벨상 수상자 4명을 탄생시킨 셈이다.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을 대체해 소형 라디오를 만들 수 있게 했고, 그 후 50여년 동안 전자산업을 혁명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컴퓨터·정보통신 시대를 열 수 있도록 했다.
게르마늄과 관련된 이런 사실들을 보면 게르마늄은 신비한 물질임이 틀림없다고 여겨진다.
실리콘 반도체 한계 부딪혀 게르마늄에서 시작된 실리콘 반도체 기술은 오늘날 오묘한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어떤 훌륭한 과학자도 반도체 기술을 한눈에 꿰뚫을 능력을 가질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로 발전했다.
반도체는 정보를 송수신하는 연결고리로서 뿐만 아니라, 기존 정보를 가공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함으로써 IT(정보기술) 기술의 본체를 이루고 있다.
실리콘 반도체가 기술적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반도체를 혁신적으로 다시 한번 도약시킬 매개체로 실리콘-게르마늄(SiGe)이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의 어머니격인 게르마늄이 지난 반세기 동안 반도체 기술을 주도하지 못하고 실리콘에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게르마늄-산화막(GeO2)이 불안정해 실리콘-산화막(SiO2)과 같이 전류 흐름을 제어하는 전극(게이트)쪽에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 처리에 취약하다는 점과 접합부분에서 높은 전류가 누설되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실리콘 반도체가 주도해온 기술은 한계에 이르렀고, 2007년을 경계로 이전보다 한차원 높은 기술로 발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요 신기술로 비저항이 낮은 구리의 다층 배선, 유전율이 높은 금속-산화막, 저온 공정의 극히 얇은(Ultra-shallow) 접합 형성을 들 수 있다.
둘째는 소자 크기가 나노 수준에 진입하고 소비전력을 줄이기 위해 1V 이하의 낮은 전압에서 구동돼야 한다.
그러나 실리콘만 사용한 MOS 소자는 나노 크기로 접근하면서 단채널 효과에 의한 전류 누설과 낮은 이득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과 고속 소자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가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특히 수 GHz대에 겨우 도달한 실리콘 반도체 회로의 속도를 파격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이종접합’이라는 신소자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의 적용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간파해 실리콘-게르마늄 기술을 20여년 동안 실험실에서 연구했고, 그 성과가 이제야 상용 제품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산화막을 사용하지 않는 이종접합 구조의 쌍극자 트랜지스터(Heterostructure Bipolar Transistor:HBT)는 실리콘과 게르마늄을 조합해 만들 수 있다.
이 소자의 고속동작 특성과 안정성은 이미 입증돼, 1998년 이후 조금씩 실용화됐다.
2001년 들어서는 실리콘-게르마늄 HBT는 PCS, CDMA, GPS 같이 0.9~5.8GHz 주파수 대역의 이동통신용 신호를 송수신하는 반도체 칩에 쓰이고 있다.
10Gbps 광수신기에 들어가는 실리콘-게르마늄 칩을 수년 동안 공급해온 어플라이드마이크로서킷(AMCC)사는 OC-768 광통신 네트워크에 40Gbps로 동작하는 SiGe Transimpedance Amplifier(TIA)와 다중화 기기(MUX)를 발표함으로써 InP 같은 반도체에서나 가능할 것이라던 이전의 한계설을 일축했다.
이러한 성공적 기술개발에 자극받은 반도체 업체들은 대부분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를 합병하거나 기술을 이전받아 종래의 실리콘 반도체 생산라인에 접목하고 있다.
다국적 반도체 회사인 암텔사는 TEMIC을 인수했고, 대만의 대표적 조립업체인 UMC는 모토로라 기술을 수입해 생산 채비를 갖췄으며, 인텔 역시 실리콘-게르마늄 기술을 생산에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인텔·IBM 등 앞다퉈 투자 올해 초 IBM은 더 놀라운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이 소자는 실리콘 금속-산화막 반도체 전계효과 트랜지스터(Metal Oxide Semiconductor Field Effect Transistor:MOSFET)와 같은 기본적인 동작 원리를 사용하지만, 실리콘에 게르마늄을 첨가해 실리콘-게르마늄 MOSFET로 바뀌었다.
실리콘-게르마늄을 적용해 실리콘 반도체를 변형시켜 전자가 이동하는 속도를 높임으로써 소자 동작속도를 210GHz로 올리고 사용 전력은 절반으로 줄였다.
트랜지스터가 동작할 때 드는 전력은 열로 발산돼 소자의 동작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집적도 증가의 한계로 작용하고, 이동통신 기기의에서는 배터리 사용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전력소모를 줄이면서 동작속도를 높인 반도체 기술 개발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IBM의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개발 책임자인 메이어슨 박사는 지난 6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초음속 비행기를 만들었듯이,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소자는 200GHz라는 속도 장벽을 돌파해 절반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300GHz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실리콘-게르마늄의 초고속 동작은 통신기기의 정보전달 속도를 지금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높일 수 있게 된다.
희망적인 것은 반도체의 대명사인 D램과 마이크로프로세서(CPU)까지도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를 이용해 소비전력을 낮추면서 동작속도와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클럭속도 1.7GHz의 펜티엄5를 개발한 인텔은 2007년쯤에 1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해 1V 전압으로 20GHz에서 동작하는 CPU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특히 실리콘-게르마늄 BiCMOS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고속, 고집적화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 차세대 ASIC(주문형 반도체), 시스템 온칩(SoC)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반도체 기술의 막대한 미래가치를 파악한 안목을 지닌 기업은 이미 상당한 투자에 들어갔다.
실리콘-게르마늄 HBT쪽에서는 IBM을 중심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맥심, 알카텔이 협조체제를 가동하고 있고, 독일 IHP의 SiGe:C 기술에서는 모토로라와 인텔이 제휴하고 있다.
커넥선트는 TSMC와 UMC에 기술을 이전해 생산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차세대 소자로 주목받는 실리콘-게르마늄 HFET(HCMOS)는 아직 연구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다.
SiGe HFET(HCMOS)는 반도체 기술 로드맵을 고려하면 2005년 이후에 고속, 절전, 고집적 디지털-아날로그 회로에 적극 도입돼 HBT와 함께 반도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을 서두르는 기술 혁명의 일면을 보이는 청신호다.
실리콘-게르마늄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조설비에 실리콘-게르마늄 생성 장비를 투입하면 되므로 투자 대비 기대효과도 크다.
앞으로 실리콘-게르마늄 이종접합 구조라는 일종의 ‘터보엔진’은 동작 속도와 집적도를 100배 이상 돌파한 반도체 기술로 21세기 디지털시대를 주도할 것이다.
그리하여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원하는 정보를 고품질, 고속, 대량으로 전달 가공하라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손목 컴퓨터에서부터 슈퍼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내장된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는 초당 100억번 신호를 바꾸면서 계산에 열을 올리게 될 것이다.
요즘 반도체시장이 심상치 않다.
한때 20달러 이상이던 128M D램은 단돈 1~2달러대로 폭락했다.
국내 총수출의 15%(약 230억달러)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은 이제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 될 정도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정보전자 산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전략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 기술 어디까지 왔나
국내에서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연구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와 몇몇 대학에서 진행중이다.
ETRI는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로 라디오 주파수용 HBT, 200GHz급 초고속 HFET, 광통신용 수광 다이오드 같은 기본소자, HBT와 CMOS를 결합한 집적회로인 HBiCMO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게르마늄 HFET(MOS와 MES형 포함)는 초고속(300GHz), 초절전(<0.5mW/gate) 성능에서 실리콘 CMOS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유망한 차세대 반도체 소자이다.
광전자산업은 실리콘-게르마늄 HBT 소자 제작기술을 ETRI에서 이전받아 생산기술을 구축했다.
근래에 0.8~2GHz 대역의 PCS, CDMA는 물론이고 동작 주파수가 높은 2~5.8GHz 대역에 실리콘-게르마늄 반도체 회로의 적용이 확실시되고 있다.
GPS, IMT-2000, 블루투스, ITS(지능형 교통 시스템)와 같은 이동통신 시스템과 단말기 칩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설계전문 벤처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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