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소프트웨어를 제값을 다 주고 사는가? 당신은 ASP(소프트웨어 온라인 임대)의 편리함과 경제적 효과를 모르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ASP를 활용하면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설치할 필요가 없다.
서버에 접속해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사용하고 사용한 시간만큼만 요금을 내면 된다.
사용자들은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개발자들은 불법복제를 원천적으로 뿌리뽑을 수 있다.
네트워크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점은 있지만 ASP는 거역할 수 없는 큰 흐름임에 틀림없다.
스틱아이티벤처투자는 지난 5월 ASP 솔루션 개발업체인 소프트온넷 www.softonnet.com에 5억원(주당 68만원, 액면가 1만원의 68배수)을 투자하고 5%의 지분을 확보했다.
자본금 17억5천만원인 회사의 가치를 1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투자심사를 담당한 스틱아이티벤처투자 박기호 팀장은 소프트온넷의 시장성과 선점효과에 주목했다고 한다.
“ASP가 뜨는 건 분명하지만 사실 벤처기업들이 뛰어들 곳은 많지 않아요. 소프트온넷은 정확하게 틈새를 개척한 셈이죠.” 소프트온넷은 2년여의 개발 끝에 내년 1월부터 지깃(ziggit!)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깃은 미국 속어로 막힌 길을 재빨리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스트리밍 방식’을 도입했다는 지깃은 과연 어디가 어떻게 다를까. 투자포인트1 차별성 지깃, 어떻게 다른가 ASP는 ‘웹 기반 방식’과 ‘씬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으로 나뉜다.
웹 기반 방식 ASP란 말 그대로 웹브라우저를 이용하는 걸 가리킨다.
사용자가 웹을 통해 데이터와 명령을 보내주면 서버에서 직접 프로그램을 구동해 명령을 처리하고 결과를 다시 웹브라우저에 띄워준다.
씬 클라이언트/서버 방식 ASP는 시트릭스라는 회사에서 처음 도입한 것으로 흔히 시트릭스 방식이라고도 한다.
웹 방식과 마찬가지로 서버에서 모든 프로그램을 구동하지만 웹브라우저를 이용하지 않고 화면을 통째로 사용자에게 보내준다.
사용자들은 마치 자신의 PC에서 작업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두가지 방식 모두 서버에서 프로그램을 구동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게임과 같은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이나 실시간 처리를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서버에 과도한 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사용자가 많아지면 천문학적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소프트온넷은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이라는 방식을 개발했다.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이란 파일 전체를 다운로드받지 않고 필요한 데이터만 실시간으로 흘려받는 방식이다.
서버에 설치된 파일을 조각조각 읽어들여 사용자의 PC에서 직접 구동하기 때문에 서버 부하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PC에 직접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과 완벽하게 동일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
100킬로바이트 정도의 지깃으로 수백메가바이트에 달하는 소프트웨어를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투자포인트2 경쟁력 지깃, 남들은 왜 못 만드나 소프트온넷이 지깃을 만들 동안 다른 개발자들은 뭘 했을까. 그들은 왜 지깃을 만들지 못했을까.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은 동영상 스트리밍과 다르다.
동영상 스트리밍은 정해진 속도로 데이터를 흘려주면 끝나지만 소프트웨어 스트리밍은 요구하는 데이터의 양이 일정하지 않다.
사용자 요구에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데이터를 예측해 보내주어야 한다.
게다가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사용자의 PC에 있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버추얼 메모리를 만들어 써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운영체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송동호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시행착오를 되풀이하면서 해답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년여의 개발기간을 후발업체들이 하루 아침에 따라잡을 수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다.
한편 해답을 쥐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깃의 방식에 관심이 없었다.
송 사장은 “지깃은 굳이 마이크로소프트 서버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깃 사용자들이 값비싼 마이크로소프트 서버보다는 리눅스 서버를 선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신 시트릭스에 눈을 돌렸다.
시트릭스와 제휴를 맺고 소스코드 일부를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재빨리 시트릭스 제품에 맞는 터미널 서버를 개발해냈다.
투자포인트3 시장진입 MS에게 먹혀볼까 소프트온넷은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정면대결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송 사장은 이 공룡과 끝까지 맞설 생각이 없다.
오히려 적절한 기회가 오면 M&A를 타진할 생각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굳이 지깃과 경쟁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처음부터 M&A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회사를 설립했고 늦어도 내년 연말까지는 M&A를 성사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기술력과 안정성을 검증받는 일이 급하다.
소프트온넷은 최근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사이트인 투카우즈와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투카우즈는 4만5천개 이상의 크고 작은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데 소프트온넷은 이를 ASP 방식으로 서비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실험이 성공적이라면 지깃은 모든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ASP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솔루션임을 인정받게 된다.
투카우즈에서 성공을 발판으로 세계 ASP 시장을 통째로 장악하겠다는 게 송 사장의 야심이다.
소프트온넷은 지난 3월 아스플로라 www.asplora.com라는 미국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9월에는 일본 후지전기와 함께 소프트온넷재팬을 세웠다.
내년 1월부터 시작될 투카우즈의 ASP 서비스가 성공적이라고 평가되면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투자포인트4 향후 과제 “소프트웨어 유통의 새로운 방식” 지깃이 뛰어드는 시장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지깃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소프트온넷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는 기업 고객을 위한 모델이다.
지깃을 활용하면 컴퓨터마다 일일이 소프트웨어를 구입·설치할 필요가 없다.
전산실 서버에 설치해두는 것만으로 수백명이 아무런 불편없이 소프트웨어를 공유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일괄적으로 대량 구매하는 낭비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쓰는 만큼 돈을 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구입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
송 사장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그는 “ASP는 결국 소프트웨어 유통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만큼 새로운 과금체계 확립이 현재로서는 시급하다.
장기적으로 소프트온넷은 B2B 모델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ERP(전사적자원관리) 서비스 업체와 업무제휴가 성사단계에 이르렀다.
자체적으로 ASP를 구축할 능력이 없는 업체들도 지깃을 활용하면 단기간에 AS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업과 기업을 지깃으로 연결하고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대가로 소프트온넷은 수수료를 챙긴다.
소프트온넷의 올해 매출 목표는 30억원이다.
지금까지 소프트온넷의 주요 수입원은 부업인 스트리밍 방식을 이용한 원격교육 시스템 판매였다.
송 사장은 지깃의 서비스와 판매가 본격화하는 내년부터는 대부분의 매출이 지깃에서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매출 목표는 --억원, 순이익 목표는 --억원이다.
물론 투카우즈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고 기술력과 안정성을 충분히 검증받는다는 전제가 채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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