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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증시/투자] 보물선은 주가를 싣고
[IT증시/투자] 보물선은 주가를 싣고
  • 이정환
  • 승인 2000.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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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들 날 없는 증시에 모처럼 즐거운 일이 생겼다.
금괴를 가득 싣고 동해 앞바다에 침몰했다는 보물선 이야기가 그것이다.

‘드미트리 돈스코이’라는 이름의 이 배는 1905년 러일전쟁 때 일본 함대의 포격을 받고 울릉도 인근 해역에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승무원 500명 가운데 200여명이 사망 또는 부상했다고 한다.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이 배에는 러시아 해군 소유의 막대한 금괴가 실려있었다고 기록은 전한다.
자그마치 150조원 가량이다.
150조원 규모라면 전세계 금 채굴량의 13%에 이른다.

지난달 24일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아건설이 이 보물선의 주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은 호재에 굶주렸던 투자자들을 자극시켰음이 분명하다.
동아건설이 조만간 보물선을 인양할 것이라는 시장의 소문은 지난 1일 290원까지 추락했던 동아건설 주가를 순식간에 상한가로 끌어올렸다.
연일 상한가를 기록한 동아건설의 8일 종가는 470원이다.
상한가 매수잔량은 2328만주를 넘어섰다.
넌센스는 계속됐다.
러시아 페테르부르크 해군박물관 과학담당 서기 세르게이 클리모프스키는 150조원의 금괴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하면서 “운이 좋다면 장교들에게 주려고 했던 현금다발이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한편 같은 날 러시아의 일간 신문 <시보드냐>는 돌연 “러시아가 보물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보물선 소동을 바라보는 시장의 반응도 재미있다.
일단 주가가 싸서 좋다는 것, 그리고 보물이야 나오든 말든 당분간 주가는 오르리라는 것이다.
결국 보물선과 함께 가라앉거나 떠오르거나 할 주가지만 너무 가깝게 뛰어들지만 않는다면 모처럼 좋은 구경거리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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