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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증시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리드칼럼] 증시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
  • 나영호 대신경제연구소 사장
  • 승인 2001.08.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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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전문가 42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하반기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정치 불안, 세계경제 여건 불안, 기업개혁 미진, 노사관계 불안 등이 지적됐다.
이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은 특히 정치 불안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요즘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상호신뢰 부족에 따른 사회경제적 불안이 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증권시장이 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5월 한때 630까지 올라갔으나 최근에 다시 510선으로 추락했다.
증권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
정치 불안, 노사관계 불안,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에 따라 금융시장에 짙게 드리운 불확실성은 주가를 떨어뜨리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증권시장의 불안은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증권시장이 나빠지면 우선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투자가 위축된다.
또한 주가가 하락하면 가계의 부가 줄어들어 소비도 위축된다.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와 투자를 포함한 내수까지 더 나빠지면 우리 경제는 헤어나기 어려운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의 선례를 뒤따를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수출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부분적으로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
벌써부터 일부 해외 언론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있다는 우려까지 표명하고 있다.
증권시장이 좋아지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내수를 부추길 필요가 없어진다.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기업들이 값싸게 자금조달을 할 기회가 커지고, 따라서 기업들은 투자를 늘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가가 오르면 부의 효과로 가계가 소비를 증가시킨다.
가계의 소비 증가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늘리고 이는 다시 투자 증대로 연결되어 경기회복이 가속될 것이다.
문제는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가에 있다.
우리나라 주가는 경제력에 비해서 저평가돼 있다.
지난 80년 이래 우리나라의 경상 국내총생산(GDP)은 14배나 증가했는데, 주가는 5배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경상 GDP 이상으로 상승하는 게 선진국의 모습이다.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만 어느 정도 제거된다면 우리 주가는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어떻게 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IMF 위기 직후 일어난 ‘금모으기 운동’이 보여주듯,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자 정치권에서 정쟁이 시작되고, 각 경제주체들은 서로 자기 이익만 내세우고 있다.
이제 다시 IMF 위기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모음으로써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다음으로 미시적 측면에서는 경제적 원리에 따라 과감하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이미 경제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의 예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될 때 경제는 장기적으로 안정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경제적 비용보다는 정치적 비용을 고려해 구조조정을 늦춘다면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더 많은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각 경제주체가 힘을 모으고 정부가 신속하고 일관성 있게 구조조정을 계속한다면 금융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주가는 상승할 것이다.
그러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필요도 없어진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가의 사기를 북돋워주고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해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키워나가면 된다.
지난 몇년간의 통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정보통신산업은 우리의 경제성장과 무역수지 흑자에 크게 기여해왔다.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고 수준의 정보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나 높은 교육수준을 고려할 때 우리가 미국의 신기술을 가장 잘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올라 경제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지식경제로의 이행 기반을 확실하게 다져나갈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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